말 그대로 아름다운 행궁길 되어야 한다

[김훈동 칼럼]

▲ 수원예총 회장
지난 주말에 화성행궁 옆에서 색다른 축제가 펼쳐졌다. ‘아름다운 행궁길 공방·맛촌 개막축제’다. 수원시가 거리를 만들고 주민들이 주도하는 거리축제행사다. 거리는 만남이다. 새로운 길에서 만나 새로운 친구가 되고 또 그 속에서 우정과 사랑을 만들어낸다. 거리는 삶에 지쳐있을 때 친구를 만나 환한 웃음을 나누면서 하나둘 쌓여가는 시간이 이어주는 정의 끈끈함을 느끼는 공간이다.

수원에도 이런 곳이 있나 싶을 정도로 주민들이 서로 소통하는 마을 커뮤니티가 탄생하여 더욱 뜻이 깊다. 공공의 일방적인 주도가 아니라 주민 뜻대로 주거재생을 주민조직이 이뤄냈다. 이곳에 모여 살아온 사람들의 아름다움, 선조들이 일궈온 가치의 본질을 살리는 방향으로 발전되어야 한다.

화성행궁을 중심으로 행궁동 주민들이 마을을 ‘아름다운 삶의 공간’으로 만들어가는 좋은 본보기다. 이곳은 위압적인 고층아파트가 없어 좋다. 화성행궁광장 옆 화성홍보관에서 팔달문 옆 팔달산 입구에 이르는 420m에 걸쳐 공방거리가 만들어졌다. 맛촌 먹자거리도 함께 조성되었다. 원산지 표시를 엄격히 하고 맛나고 믿음을 주는 좋은 식단으로 명성을 쌓아가겠다는 결의도 다졌다. 볼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를 촉매제로 관광객은 물론 시민을 끌어당기겠다는 각오다. 팔달시장으로 이어지는 상권을 되살려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보탬이 되길 기대한다.

이제껏 ‘수원의 관광 1번지’라 할 수 있는 화성행궁을 찾는 많은 국내외 관광객이 건축물만 횅하니 둘러보고 쉴 곳도 갈 곳도 마땅치 않았다. 행궁길은 그를 해소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이곳을 찾는 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향토색 짙은 공방물건이나 입맛에 맞는 음식이 중요하다. 민속촌으로 옮겨진 99칸 양성관댁 건물도 미니추어로 만들어 공방거리에 있는 옛터에 강화유리관에 넣어 스토리와 함께 진열하면 좋을 듯싶다. 외국 관광객을 위한 면세점도 들어서면 더더욱 좋다. 마침 면세점을 운영하는 수원 AK프라자의 지원을 받으면 어려운 일만은 아닐 상 싶다.    

수원은 13년 전에 수원이 낳은 최초의 여류서양화가인 나혜석의 삶과 예술세계를 조명하기 위해 인계동 효원공원부터 600m에 걸쳐 ‘나혜석거리’를 조성한 바 있다. 나혜석 동상만 덩그러니 서있을 뿐 나혜석과 관련된 거리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따금 나혜석이름을 걸고 열리는 축제공연이 전부다. 술집과 음식점, 숙박업소가 거리 양옆을 가로수처럼 도열하듯 자리하고 있다. 그 흔한 갤러리, 고서점, 선물방, 화구점, 골동품점 하나 없다. 시가 예산을 들여 조성했지만 거리를 만들어가는 주민조직이 뒤따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막축제석상에서 염태영 시장은 ‘수원시가 예술적 디자인으로 상가간판과 길바닥을 돌길로 바꾸어 행궁길을 조성했지만, 이제부터는 행궁동 주민들 스스로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자신의 승용차 한 대라도 좁은 거리를 독차지하지 않게 해, 이곳을 찾는 이들이 불편을 겪지 않게 만들어 갈 것도 당부했다. 그렇다. 시가 때마침 마을르네상스를 추진하고 있지 않은가.

행궁길은 삶의 터전이자, 이웃들과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다. 행궁길 운영 주민대표를 중심으로 소통하고 화목하게 의견을 모아 주민은 물론 참여한 공방작가, 맛촌업소 대표들이 아름다운 삶의 공간으로 새롭게 디자인하는 거리가 조성되길 바란다. 건물벽화도 좋지만, 거리 곳곳에 조각물도 세워 카메라를 향한 다양한 포즈를 취할 곳도 있어야 한다.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는 소극장도, 아이들 입가에 웃음이 떠날 줄 모르는 공간도 마련해야 한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오늘도 거리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그들 중 그리움으로 남는 이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새롭게 조성된 아름다운 행궁길이 성공적으로 이뤄져 국내외 관광객을 불러 모아 지역 상권을 되살리는 계기가 되고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예술문화공간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