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시대의 진정한 에코패션

[열린세상] 김정섭(환경예술가)

3월이 시작되었다. 벌써 거리엔 두툼한 점퍼를 벗어버리고 가벼운 봄옷으로 갈아입은 행인들이 눈에 띈다. 상점가에는 이미 신상 봄옷들이 진열된 지 오래다. 인간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부단하게 변화해온 것이 있다면 대표적으로 음식과 바로 ‘옷’일 것이다. 인간이 살고 있는 환경에 맞추어 패션이 변하여 왔고 특색 있는 문화로 계승되어왔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이 인간에게 쾌적한 기온과 습도를 인공적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되자, 패션은 인간의 생존수단에서 벗어나 개성과 미의 표현으로 변화하였다. 하지만 최근 기후변화는 이러한 패션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다.

몇 년 전부터 가벼운 등산복이 일상복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가볍고 따뜻하며 통기성이 좋다는 장점이 때마침 불어오던 웰빙 열풍과 맞아떨어진 것이다. 추운 날씨를 이겨내고 비싼 난방비를 절약하기 위해 내복이 다시 등장하였고, 건강에 좋다는 인견이나 모시옷 등이 천연염색과 함께 환영을 받고 있다.

이렇게 없어졌다 나타난 것들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사라져 가는 것도 있다. 대표적으로 춘추복이다. 기후변화가 급속히 나타나면서 봄과 가을의 경계가 짧아졌고, 춘추복이라는 개념은 20년 만에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다량의 의류가 싼값으로 개발·유통되고 있는 현재의 패션 환경은 커다란 환경오염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값싸고 유행에 민감한 도시의 거리 패션은 한 계절 유행이 지나면 그대로 버려지는 옷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패스트패션(fast fashion) 또한 하나의 주류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러한 옷들이 제작·유통·폐기되는 과정 동안에 생겨나는 심각한 환경적 폐해를 많은 소비자가 모르고 있다. 가죽점퍼를 가공하기 위해 사용하는 ‘크롬’이나 편안해 보이는 청바지 한 벌을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샌드블래스팅’ 기법, 섬유의 염색이나 표백 과정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 등과 같이 생산 노동자뿐만 아니라 환경과 인간에게 해로운 것들도 있지만, 버려지는 의류 그 자체로 인한 환경오염 또한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 드디어 인간의 ‘미의 추구를 위한 욕구’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소비자나 생산자 모두의 입장에서 미래를 위한 지속가능한 패션 트렌드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한 관건일 것이다. 공정무역을 통해 최대한 환경오염을 막고 소비자에게 이로운 제품을 생산해내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작업 공정의 개선을 통해 생산 노동자와 환경을 우선시하고, 입지 않는 옷을 수거하여 어려운 난민들에게 전달하며 노력하는 기업들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가지고 있어야 할 마음가짐이다. 옷은 유행이고 개성의 표현이라는 편협한 생각에서 벗어나 옷의 가치에 주목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꼭 필요한 옷이 아니라면 즉흥 구매를 피하고, 아껴 쓰고 나누어 쓸 줄 아는 소비 패턴으로 돌아가야 한다.

할아버지의 오래된 모피코트를 손자에게 유품으로 물려줬다는 어느 유럽의 이야기는 절약의 의미를 넘어 기후변화의 시대를 위해 더욱 절실하게 들려온다. 현재 지구에는 앞으로 3년간 옷을 만들지 않더라도 전 인류가 입을 수 있을 만큼 많은 옷이 있다고 한다. 환경과 미래를 위한 우리의 행동이 시대와 트렌드를 넘어서 하나의 문화로 정착하게 하며,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 함께 참여와 나눔을 통한 사회적 책임을 이어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