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무용평론가가 뽑은 젊은 안무가’로 선정되었을 정도로 주목을 받은 정형일 발레리노이자 안무가가 펼치는 축제였다. 그는 지난해 ‘서울무용제’에서 자유참가부문 최우수단체상을 받았다. 올해 서울무용제에 자동출전권을 얻어 무대에 올릴 새로운 작품을 구상하고 있어 자못 기대가 크다. 젊은 무용가들이 가장 서고 싶어 하는 무대 중 하나가 아닌가. 수원 발레에 재목이 출현했다. 그는 강렬한 눈빛, 재빠른 몸놀림, 오묘한 표정으로 하나의 몸짓에 다 담아내려는 듯 도발적이다.
단순한 화려함이 아니다. 기본기가 단단하다. 그 위에 빼어난 표현력이 더해져 빛을 낸다. 그의 창작무용작품은 무용수들의 끊어짐 없는 움직임과 어디서 나올지 모르는 무대의 긴장감이 늘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구성을 추구하는 진정한 무용예술가다. 작품은 예술가 개인의 삶의 증거다. 작품 속에는 언제나 시간과 공간의 상징적 요소가 담겨 있다.
그의 말대로 아직은 미숙하고 어린 무용수들이 펼치는 춤이지만 아이들의 눈짓과 몸짓 하나하나에는 어떤 무대에서도 맛볼 수 없는 순수한 영혼과 맑은 마음을 느낄 수 있다. 발레리나가 무대 위에서 날아오르기 위해 장기간의 강도 높은 훈련과 자기 관리를 필요로 한다. 정상급으로 오르고 그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서 감내해야 하는 일들이 수없이 많다. 춤만이 아니라 무대세트, 의상, 조명, 음악 등 모든 것이 종합적으로 어우러진 공연이어야 할 텐데 이날 공연은 예산 탓이었는지는 몰라도 다소 아쉬웠다.
안무를 하기 전 수없이 반복해서 음악을 듣는 시간들은 그에게 상상의 폭을 넓히고 세상에 대한 다양한 표현을 갖게 한다. 춤은 음악을 깔고 그 위에서 추어지는 것이다. 춤이 없는 음악은 성립되어도 음악이 없는 춤은 있을 수 없기에 그렇다. 춤은 음악과 표리일체(表裏一體)의 관계다. 음악이나 춤에는 국경이 없다. 무릇 예술가들에게 창작 작품은 언제나 독창적이어야 하기에 인내가 필요하고 고통도 따른다. 그에 못지않게 희열과 기쁨도 크기에 항상 혼신을 다해 작품을 올린다는 정형일 안무가다. 익숙한 것보다는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은 그만의 안무철학인 듯하다.
예술도시를 추구하는 수원은 다양한 예술장르가 뿌리를 내려야 한다. 예술도 맛있게 향수자인 시민관객이 먹어줘야 한다. 미술이나 음악에만 취하는 편식이 되면 안 된다. 다양한 장르가 착근(着根)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되어야 한다. 춤 예술은 더욱 다각적인 예술성을 표출해가고 있다. 하나의 틀로 고정하거나 특정한 말로 정의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는 춤 예술은 바로 이 시대의 단면을 투영한다. 미래 춤판의 주역은 젊은 무용가다. 재능 있는 젊은 무용가들이 고지로 올라설 수 있도록 탄탄한 계단식 피라미드 구조가 시급하다.
젊은 무용가가 ‘평론가가 뽑은 젊은 무용가 초청공연’의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미 안무가로서 상당한 가능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러한 비약의 기회를 발판 삼아 진정한 창조적 대가(大家)로 성장해가길 바란다. 철저한 자기 고찰과 사유를 통해 거듭나는 창작자라야 자신의 이름 석 자가 곧 자신의 작품세계를 대변해낼 수 있는 고유성을 확립해 갈 수 있음을 곱씹어야 봐야 할 것이다. 더 넓은 무용관람자층과 무용애호가층을 형성해 가는 것도 과제다. 안무가 정형일이 펼친 유진발레축제를 계기로 예술적 성장을 통해 발레 불모지 수원의 무용계에 활기를 돋울 것으로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