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상1-뒤돌아보다>
나무가 곧추서있다. 그녀도 두 발을 땅에 디디며 길을 걷고 있다. 시선이 머무는 곳은 저 멀리 어디메쯤 홀로 있는 암자이다. 혹은 지금 서 있는 길 위에서 걸어온 만큼의 시간들을 반추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다. 그녀는 길 위에서만큼은 되돌아보지 않는다. 단지 나무를 감고 돌아가는 길의 끝자락을 주시하고 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길 위에서 그녀의 ‘길’은 ‘자유’를 의미하는 것일까?
<단상2-맨발>
그녀는 맨발이다. 태곳적부터 비바람을 맞으며 부서지고 부서져 대지를 이룬 시간의 축적체를 느끼고 싶은 것이다. 모래알과 자갈돌, 때로는 이름 모를 작은 벌레들도 발아래 들어온다. 그들은 균형감 있게 발바닥의 여기저기를 자극하여 온몸에 긍정적 에너지를 전한다. 인류의 조상들은 그렇게 살아왔을 것이다. 신발로 발을 감싸며 생활하게 된 시간은 그렇지 않은 시간에 비한다면 얼마나 짧은가. 그러니 그녀의 유전자 속에 맨발에 대한 매력은 강하게 각인되어 있다. 우리네 사람에게 땅을 밟고 맨발로 다니는 것은 훨씬 더 기분 좋은 일일 수도 있다. 물론 자연인으로서의 삶에서는 말이다.
주저리주저리 글로 풀어보니 내 사유의 근원을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 그 짧은 생각조각들이 내 그림의 원천인가 보다. 산책길과 맨발, 그리고 통치마. 온몸으로 바람을 느낄 수 있어 더없이 자유로워지는 패션 아이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