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는 일본이나 마찬가지로 자원은 빈약하고 좁은 땅에 높은 인구밀도를 가지고 있다. 대부분 산업이 전기 없이는 생산⋅유지가 어려우며, 이 전기 또한 외국에서 수입하는 화석연료만으론 턱없이 부족하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방사능 노출에 대한 위험을 안고 원자력 발전을 사용할 수밖에 없음을 지금까지는 용인해 왔었다. 하지만 지난해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벌어진 엄청난 대재앙에서 본 처참한 그들의 모습이 남의 나라의 이야기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원전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회의적이 될 수밖에 없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세계 각국에서는 탈원전의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원전의 위험성이 부각되면서 새롭게 선정된 원전 후보지의 안전문제로 인해 원전건설에 대한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어떠한 대체 에너지의 개발이나 그에 대응할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는 우리의 현실에선, 탈원전은 비현실적이라는 반론을 면키 어렵다. 하지만 언젠가는 불안한 원자력에서 해방되어야만 함은 분명하고, 그때까지는 최대한 원전에 대한 안전을 국민에게 보여 주는 것이 당국이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책임일 것이다.
지난 3일, 일본의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는 세계 주요 언론사들을 상대로 동일본대지진 1주년을 맞이해 특별회견을 열었다. 그는 원자력 안전 문제에 대해 언급을 하면서,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더 이상 ‘예상 밖의 재해’라고 변명하지 않겠다고 말하였다. 이는 지진이나 쓰나미 같은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에 대응하지 못하는 것 자체가 ‘위기관리’의 부재라는 의미일 것이다. 게다가 일본의 원전사고의 배후에는 인재(人災)라는 복병이 숨어있었음은 사고 후 밝혀진 사실이다. 한순간의 태만과 욕심 때문에 수만 명의 사상자와 이재민을 낳고도 아직 불안에 떨고 있는 일본인들의 비극이 마치 지진처럼 저절로 땅속에서 솟아나온 것만은 아닐 것이다.
이달 말, 서울에서는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린다. 이 회의에선 세계 각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테러행위로부터 핵물질이나 시설을 보호하고 또한 이용되지 않도록 논의하게 된다. 이 시점에서 원전의 안전관리에 대한 중요성은 더욱 큰 의미로 다가온다.
안전 불감증, 부실한 인사관리, 불투명한 운영, 납품관리의 허점 등 속속들이 드러나는 고리 원전의 비리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불안하기만 하다. 원전에 대한 안전 확보와 위기관리는 핵 테러의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백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일본 원전사고는 단순히 핵 위험성에 대한 경고 이상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