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상임위원회가 열리는 날이면 국회 본관 복도는 관련 부처 공무원들로 북적인다.
의원들의 질의에 대한 답변 자료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이들에게 노트북은 기본이며, 프린터와 데스크 탑까지 완비하고 있다. 준비물(?)만 보면 사무실을 숫제 국회로 옮겨온 것 같다.
상임위원회가 열릴 경우 의원들의 예상 질의 내용은 통상 하루 이틀 전에 관련 부처에 알리는 것이 관례다. 때로는 회의가 열리는 전날 저녁에야 질의서를 보내 담당 공무원이 밤을 새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의원들의 질의와 관련 부처의 답변이 각본(?)처럼만 된다면 공무원들이 그리 바쁠 이유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정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 뜻밖의 질의로 공격을 당한 관련 부처의 담당 공무원들은 상임위 회의장 바로 옆 복도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수비전략을 마련하느라 부산하게 움직인다.
이들에게 프린터는 기본. 아무리 세상이 온라인화 됐다고는 하지만, 답변자료는 모두 서면으로 작성해야 한다. 그것도 오와 열(?)이 정확하게 맞아야 한다. 이른바 공무 서식에 맞아야 하는 것. 그래서 전문 타이프 라이터들은 담당 공무원의 답변 내용을 치느라 가장 분주하게 움직인다.
6일과 7일 열린 상임위원회에서 아무래도 뉴스의 초점은 문화관광위원회였다. 성균관대 정진수 교수가 제기한 정동채 신임 문화관광부 장관의 인사 청탁 의혹이 불거지면서 문광위 회의장에는 사진기자와 취재기자 그리고 관련 공무원까지, 그야말로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특히 정동영 통일부 장관,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등 이른바 실세장관이 출석한 6~7일은 의원들의 질의 내용도 사전 예상 질의와는 사뭇 다르게 진행됐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두 장관의 입각이 전문성보다는 대권수업용(?)이라는 인식을 하기 때문인지, 정치적 사안에 대한 질의를 유독 많이 했다.
(상임위원회가 본래 목적인 의안 심사보다 정치적 공략의 장으로 변질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법안과 청원을 심사하기에도 빠듯한 시간에 여야간 정치공방이 이어지면 담당공무원들의 기다림은 더욱 길어진다)
회의장 복도가 공무원들로 북적이다 보니 취재 기자들도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 거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거니와, 그 사연의 전말은 이렇다.
국회법은 회의장 노트북 반입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의원들의 질의 내용과 소관 부처의 답변 내용을 취재수첩에 받아 적는 일은 가히 속기사의 수준을 요구할 때가 많다.
때문에 일부 기자들은 담당 상임위가 열리는 복도에 마련된 국회 내 텔레비전을 통해 상임위 활동을 취재한다. 그렇지 않아도 공무원들로 발 디딜 틈이 없는 공간에서 취재기자는 공무원들과 본의 아니게 취재경쟁(?)을 벌여야 한다.
7일까지 열린 상임위 개회 시간은 기본이 4시간. 7일 열린 행정자치위원회는 무려 6시간 넘게 회의가 진행됐다. 회의장과 복도에서 공무원들과, 그리고 동료 기자들과 부대끼며 취재를 해야 하는 기자들에게는 필수적으로 '기다림의 미덕'이 요구된다.
간혹 생리적인 작용을 해결하거나 담배 한대 피우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물을 먹는(기자들 사이에서는 낙종을 하는 경우 '물을 먹는다'는 표현을 쓴다) 경우도 생긴다. 그래서 정치부 기자들에게 시간과의 싸움은 그 어느 취재원보다 힘든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회의 시간 내내 복도에서 대기해야 하는 공무원들도 마찬가지.
"좀더 효율적으로 회의를 진행할 수도 있는데...."
기자의 옆자리에서 취재경쟁(?)을 하던 한 공무원의 혼잣말을 기다림에 지친 공무원의 불만섞인 푸념으로 그냥 흘려버리기 어려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국회=여의도통신 김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