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설의 그림이 있는 풍경] 베트남 길 위의 생활자

▲ 베트남 길 위의 생활자1 / 116.8×91.0 / Watercolor on Paper / 2010

지난 금요일, 법륜스님의 강연을 들었다. 어떤 이는 작정하고 장문의 질문서를 작성해 오기도 했고 어떤 이는 그야말로 즉석에서 고달픈 인생사를 털어놓으며 답을 구하는 분들도 있었다. 두 시간 내내 청중들은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에 담긴 담백함과 스님 특유의 유머에 배꼽을 잡았다.

아니다. 스님은 웃기고자 하는 의도가 전혀 없었다. 복잡다단한 인생사 속에 파묻혀서 희로애락애오욕에 휘둘리며 살아가는 이들의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 웃음으로 대신된 건지도 모르겠다. 큰 깨달음이 있었다. 생사를 초월한 스님의 긍정적 마인드와 실천적인 삶에 눈물이 났다.

스님이 인도에 교육기관을 만들고 지원한다는 내용의 영상물이 나왔다. 구걸하는 이들이 표정을 보라. 그들에게는 비굴함은커녕 오히려 당당하기까지 했다. 몇 해 전 보았던 베트남의 여인들처럼.

나는 베트남 북부의 깊은 산골마을을 걷고 있었다. 소수민족들의 마을이라고 했다. 여행객들이 내리자마자 동네 꼬마부터 어르신까지 손에 손에 가내수작업으로 만든 작은 소품들을 들고 있었다. 이 마을 사람들은 이것들을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의 표정을 보라. 가장 왕언니로 보이는 여인. 생활인으로 살아가는 고단함이 검게 그은 얼굴에 나타나지만 삶에 당당하게 맞서는 걸음걸이 앞에서는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나란히 걸어가고 있는 아기 업은 엄마의 얼굴에서는 기쁨과 여유가 흘러나온다. 그 마을의 모두가 그러했다. 물건을 팔기 위해 노력할 뿐 못 팔았다고 좌절하지는 않았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배운 자와 배우지 못한 자로 행복을 판가름할 수 없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그 순간에 단지 몰입되어 있을 뿐인 삶. 그렇다. 희로애락은 자기 자신이 만들어간다는 스님의 말씀이 참으로 옳지 않은가!

그들을 가난하게 바라보고 연민을 보내는 이들이 사실은 가난한 건지도 모른다. 정작 그들은 행복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