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천 축제가 펼쳐지기로 예정된 전날 밤 필자는 수원천을 거닐었다. 도시가 수원천만큼 넓어진 느낌이다. 어릴 적 물장구치고 놀던 곳을 거닐며 동심에 젖어도 보았다.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그물을 갖고 고기잡이하는 모습도 부조(浮彫)되어 수원천 옹벽에 세워져 운치를 더한다. 서호천과 광교천, 황구지천에서 갯버들이 시집와서 심어졌다. 밤의 풍광이 이채롭다. 수원의 독특한 문화적 경관이 형성된 것이다. 단순한 자연의 풍치보다는 훨씬 더 값진 독자성이 있는 경관이다. 하천 수변을 따라 상가 등이 아기자기하게 배치되어 있다. 훨씬 더 정감 있고 운치 있게 조성된 수원천은 하천개수의 성공사례로 꼽힐 만하다. 염태영 시장은 ‘청계천이 대리석으로 장식된 인공어항이라면 수원천은 화홍문과 남수문 등 문화재를 간직한 ‘자연형 생태적 하천’이라고 강조했다. 생태적 기능이 훼손된 인공적인 하천을 인간이 자연에 가깝게 조성한 하천을 일컫는다.
물을 가까이하고자 하는 인간의 수루(水樓)동물로서의 원초적 본능에 기인한 것은 아닐까. 현대는 물이 여러 사람에 의해 공유되는 공공의 의미가 중요한 사회가 되었다. 연못보다는 하천경관으로, 자연풍치보다는 특이한 도시경관으로, 자연적인 형상보다는 계획과 인공적인 조작 결과로서 물의 경관이 더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도시의 경관이 매우 중요한 자원이다. 그 전에는 도시에서의 하천은 하천개수나 치수사업 같은 토목사업만으로 인식되었다. 질적 수준을 높이는 도시경관자원으로 보는 시각과는 거리가 있었다.
하천에 대한 인식은 좀 더 시민이 쉽게 쉴 수 있는 시민공원으로 조성할 것인가로 변화되는 듯하다. 서구도시에서 도시경관의 중심요소로 도시하천을 본다. 도시의 경관을 독자성이 있는 문화자산으로 만들려는 노력은 물에 대한 인식, 나아가 경관인식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수원천을 앞으로 ‘어떻게 다룰 것인가’ 하는 과제가 남아 시민의 마음과 손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 수원천은 보다 의욕적인 관리 프로그램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시민의 마음을 모으고 또 외부 관광객의 마음을 얻는 일’이다.
생활용수를 다량으로 하천에 흘려보내게 되면 물고기가 생장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하천의 물에 오염이 심해지면 썩어 독하고 냄새나는 가스가 발생되어 인근 주민을 괴롭힐 수 있다. 인간의 몸이나 생태계나 다 마찬가지다. 어느 한계까지는 자체의 치유력으로 버틸 수 있다 할지라도 그 한계를 넘었을 때는 더 이상 손을 쓸 수가 없는 단계로 접어들고 만다. 오염시키는데 각자의 몫이 있었다면 정화시키는 데도 각자의 몫이 있을 것이다. 수원천 복원은 염태영 시장의 말대로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시민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복원된 수원천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 인간의 몸은 갈증을 갖는다. 물기가 없는 메마른 땅에는 아무런 생명의 흔적도 없다. 그러나 그 푸석거리는 박토(薄土)에 비가 내리면 거기에 생명이 움튼다. 물이 가득한 하천은 그대로 도심의 젖줄이며 생명을 낳는다. 복원된 수원천이 시민의 사랑 속에 다양한 가치를 쌓아가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