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도 자원이다

[열린세상] 김정섭(환경예술가)

점심시간, 햇살 따가운 길을 걸어가며 봄꽃을 즐긴다. 그런데 이상하다. 계절은 봄인데 날씨는 여름이다. 겨울에도 비슷했다. 삼한사온(三寒四溫)이 우리나라 겨울날씨의 특성이라고 알고 있지만, 요즘은 삼한 뒤에 사온을 만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세계적인 이상기후라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왔으니 새삼스러울 것은 없지만 이런 일들을 직접 겪어보니, 작년에 만났던 날씨를 내년에도 다시 만날 수 있을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이렇게 변화무쌍한 날씨에서는 무엇보다도 날씨를 예측하는 사람들이 제일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날씨에 무엇인가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라고 말하면 '날씨는 무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1944년 6월 6일 노르망디 상륙작전 D-Day의 날씨가 잠시 갤 것인가 아니면 계속 나쁠까를 두고 고민한 연합군과 독일군의 경우를 두고 말하기도 한다. 군사작전은 대규모의 인력과 물자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동하는 물류의 경쟁이기도 한데, 이를 수송하기 위한 배와 비행기가 순조롭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날씨의 도움이 절대적이라는 것이다. 날씨가 무기로 쓰이는 경우가 단지 전쟁뿐이겠는가. 지금 전 세계 경제 시스템은 전쟁을 방불케 하는 치열한 물류 경쟁이라는 점에서 날씨에 의존하는 정도가 훨씬 더 크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날씨는 건강'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비가 자주 오거나 안개가 자주 끼는 지역의 우울증 환자 수의 변화나 장마철의 심리적 위축뿐만이 아니라, 더운 날씨는 식중독 등 다양한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하며, 추운 날씨는 감기나 기타 질환을 노약자에게 일으키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 물론 이와는 반대로 따뜻한 햇볕에는 살균과 건조를 통한 빨래와 주거환경의 소독기능이 숨어있다. 여기에는 물론 심리적 안정도 있다. 따뜻하게 햇볕에 말린 이불을 들여와 그 위에 누워 얼굴을 비벼본 사람이라면 그 행복감을 잘 알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더해 '날씨는 또 하나의 자원'이라는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때가 되었다. 날씨는 자원으로써 중요할 뿐만 아니라 무한에 가까운 에너지원으로써 미래 자원의 핵심이 될 것이다. 날씨의 변화는 일조량, 풍속 등 다양한 자연 현상에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에 우리가 태양에너지, 풍력에너지 등 다양한 에너지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기반이 되며, 특히 지형적 영향이 크기 때문에 국가별로 다양한 기상, 기후자원의 정보수집과 정리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날씨의 변화와 특성을 정보로 처리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한데, 기상⋅기후자원과 IT와의 융합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기상청은 국내의 기상⋅기후자원을 조사측정하고 데이터베이스 처리한 기상자원지도(Meteorological Resources Map)를 만들어 공개하고 있다. 기상자원지도에는 우리나라 어느 지역에 일조량이 풍부하며 풍속이 풍력을 일으키기에 충분한지 등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을 위한 정보들이 수록되어 있다. 자세한 사항은 인터넷에서 기상청 국립기상연구소의 기상자원지도를 검색하면 국내 기상자원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는 기상자원 홈페이지에 접속할 수 있다. 기후변화의 시대에 절대적 이정표이기도 하다.

미래에는 땅에서 캐내 쓸 수 있는 한정된 양의 화석연료자원을 보유한 나라보다 무한한 기후자원을 보유한 나라가 에너지 부국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도 기후자원에 있어서는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중요한 것은 날씨와 같이 우리 주변에 너무 흔하고 당연해서 별 가치가 없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우리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귀중한 자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계속 고민하는 자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