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 첫 임시회의가 곡절 많은 사연을 남긴 채 끝났다. 이제 17대 국회는 9월 정기국회 개회까지 '정치방학'에 들어간다. 수원일보의 국회특파원인 여의도통신은 오늘부터 김진표, 심재덕, 남경필, 이기우 의원 등 수원출신 국회의원 4인을 차례로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려고 한다. 제일 먼저 열린우리당 이기우 의원이 우리의 인터뷰에 응했다. 지난 7월 19일 의원회관 605호에서 진행된 인터뷰 전문을 두 차례로 나눠 여기 소개한다. -편집자 주-
-17대 국회 임시회의가 우여곡절 끝에 끝났습니다. 소감부터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등원하고 나서 선배의원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있어요. 17대 국회와 예전 국회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생각해 보니 그게 하나도 틀린 말이 아니더군요. 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을 받아 만들어진 국회이기 때문에 17대 국회는 제헌국회나 마찬가지입니다. 원 구성 등 국회운영을 둘러싸고 교섭단체 사이에 지루한 협상이 진행돼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긴 했지만 동시에 새로운 국회에 대한 기대감이나 새로운 정치에 대한 희망도 나름대로 엿볼 수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봅니다."
-기대와 희망을 말하기에는 아쉽고도 실망스런 부분이 아직은 많은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국회가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국회가 너무 관행과 기존의 틀 속에서 운영되는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정당 정치이기 때문에 일정 정도 교섭단체를 우선으로 하는 것은 맞지만 소수당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운영의 묘'가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참여가 이뤄지고 보다 다양하게 민의가 전달될 수 있는 방식으로 국회가 운영돼야 한다고 봅니다."
-이 의원은 전국 최연소 도의원 출신입니다. 지방의회와 국회에서의 의정 활동에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을 들 수 있을까요?
"글쎄요. 국민들이 직접 선출한다는 대표성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 같아요. 다만 중앙정부의 국정운영 전반을 다루는 국회와, 지방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지방의회는 그 규모나 방식, 여론을 수렴하는 채널 등의 부분에서 커다란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상임위 활동을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하게 됐는데, 복지 문제에 대한 기본적 견해를 밝혀주실 수 있겠습니까?
"우리나라가 2만 달러 시대를 지향하는 주권재민의 민주주의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사회로 나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얼마나 복지적인 사회에서 안정적인 삶을 사는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국민의 삶과 직결된 복지 문제는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과제이고 국정의 중요한 아젠다가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보건복지 상임위 활동과 관련해 관심을 갖고 주력해 나갈 사안은 찾았습니까?
"국민기초생활보장제, 국민연금, 의약분업 등이 상당히 중요한 현안이 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저는 공공의료 시스템을 정비하는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경기도의원 시절에 의료원과 관련된 문제를 많이 다룬 적이 있는데, 당시 그것이 매우 중요한 문제라는 생각을 갖게 됐죠. 우리 사회가 보다 다원화된 사회로 변해 가고, 점점 부익부 빈익빈 구조가 심화되는 구조 속에서 국가와 사회가 (개인의) 삶을 책임져 주는 '사회안전망'의 제도적 정비는 더욱 필요하다고 봅니다."
-보건복지위에는 각종 이익단체가 많습니다. 그들 사이에 의견 차이가 많을 텐데, 이런 부분을 어떻게 조율하고 조정해 나갈 생각입니까?
"모두가 열린 마음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각종 직능단체와 이익단체가 자신만의 입장을 고집해선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회 구성원과 제 단체들 간의 충분한 토론과 대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물론 여기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현실성과 공익성의 원칙일 겁니다. 각자가 이러한 원칙만 존중해 준다면 많은 이해관계가 있는 단체라 할지라도 충분히 대화와 타협으로 설득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 의원은 당내 개혁 성향 모임인 '국가발전을 위한 새로운 모색'의 회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모임의 성격과 향후 활동 계획에 대해 알려 주시지요?
"'새로운 모색'은 80년대는 물론이고 70년대 후반 학번까지 포함해 그 당시 민주화와 민권 운동을 열심히 했던 시대적 동질성, 시대적 정서라는 공감대를 가지고 있는 세대들이 정치권에 진출해서 만든 모임입니다. 더군다나 지금은 여당의 입장에서 국정의 책임을 일정 정도 지고 있기 때문에 향후 우리 대한민국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되겠는지 진지하게 연구하고 고민하는 단체이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새로운 모색'은 미국의 이라크 정책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는 등 노무현 대통령과 반대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지요?
"무조건 대통령과 다른 입장을 내고 있는 것은 아니고요. 오히려 일종의 역할 분담으로 봐줬으면 좋겠어요. 국정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이 각별하게 집중하는 이슈는 당연히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아울러 그런 이슈는 물론이고 나머지 많은 영역과 관련해 미래 한국을 내다보는 젊은 시각으로 토론하고 연구하는 한편 대안을 준비하는 것은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새로운 모색'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라크 추가 파병에 대한 이 의원이 입장은 무엇입니까?
"우선 이라크 추가 파병은 16대 국회에서 통과된 것이기 때문에 이미 행정 절차에 들어간 단계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우리의 젊은이들을 전쟁터에 내보내고 싶은 마음을 가진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봐요. 정치권도 당연히 마찬가지 심정이고요. 그러나 남북한과 동북아 평화질서 유지라는 중요한 국가적 과제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이라크 추가 파병에 대해 단일한 입장만 가질 수 없는 상황임도 인정해야 합니다. 따라서 우리의 젊은이들이 이라크의 평화와 재건을 위해서 선의의 목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끔 역할을 한정하고, 변화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의 역할을 새롭게 조명하는 시기가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금년 말 이런 부분에 있어 국회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런 시점과 맞물려서 국민적 여론을 좀더 하나로 모아 가는 기회가 올 것입니다."
-이라크 추가 파병에 대한 찬반 입장을 밝히라는 시민단체의 요구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습니다.
"파병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 하고 묻는 것은 지금 시기에는 별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이미 행정부와 정책조율을 통해서 기본적으로 조건부 파병에 대한 입장을 정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개인적인 의견은 있을 수 있겠지만 책임 있는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입장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당론에 충실하려고 합니다."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찬반 논쟁이 정치적 쟁점이 되면서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이 의원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갖고 있습니까?
"오늘 아침에도 제가 수원에서 여의도까지 출근하는 데 2시간이 걸렸어요. 이렇듯 당장 교통난도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고민하게끔 만드는 요인 중의 하나입니다. 사실 행정수도 이전은 국가의 균형발전을 위한 것이지 결코 수도권 기능의 약화나 축소를 위해 추진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처럼 국가의 모든 것들, 예컨대 부와 인구의 50%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상황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향후 국가의 균형 있는 발전에 커다란 암적인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따라서 행정수도 이전은 너무나 타당한 정책이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일부 수도권 주민들은 어떻게 설득할 생각입니까?
"환경, 교통, 주택 등 너무나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수도권의 그 알량한 기득권을 붙잡고 있는 것이 도리어 더 불안한 대책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오히려 행정수도를 옮겨서 각종 생활 문제를 해결해 쾌적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대신에 수도권이 갖고 있는 가장 경쟁력 있는 부분에 대해 국가 차원에서 전략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그래야만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이 대한민국에서만 경쟁력 있는 지역이 아닌, 전 세계에서 경쟁력이 통하는 동북아의 허브로서 성장해 나갈 수 있다고 봅니다."
-앞에서 '경쟁력'을 말했는데, 행정과 정치의 기능이 이전해 나가면 당연히 수도권의 경쟁력은 떨어진다는 것이 야당과 일부 언론의 지적입니다.
"전혀 훼손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도리어 행정수도를 이전해야 경기남부와 수도권의 미래가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동북아 시대를 대비해 경기남부와 수도권을 금융의 중심, 물류의 중심, IT와 BT의 중심, 경쟁력 있는 클러스트로 키우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생존전략이자 발전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더욱이 남북협력 시대의 산물인 개성공단까지 건설되고 있지 않습니까. 경기남부와 수도권은 장기적으로 남북통일의 전초기지로서의 역할도 해야 합니다. 발상을 전환하면 미래가 보입니다."
-광역 교통망 확충 등 경기남부권 개발이 거셉니다. 이를 두고 수도권의 확장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앞에서 말씀하신 것과 배치되는 현상이라고 보지 않습니까?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우선 경기남부의 교통이나 주거 인프라는 너무나 열악합니다. 경기남부에 광역 교통망이나 주거망을 확대해서 쾌적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면 지금과 같은 교통난과 주택난이 없는 삶의 질을 보장할 수 있는 지역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또 하나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서울의 주변지역으로서 경기도가 운명처럼 받아들여 왔던 각종 규제입니다. 이런 규제들이 행정수도가 이전함으로써 대폭 완화될 수 있겠지요. 그렇게 된다면 경기남부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새로운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런 가능성을 보고서 접근해야지, 기존의 관점에서 접근하면 정략적인 접근밖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경기남부와 더불어 수원지역 개발 바람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지역개발의 방향과 원칙에 대한 견해를 말씀해 주십시오.
"수원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교통의 요충지라는 점, 오랫동안 행정기관이 집중되면서 안정적인 도시기반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반면에 단점이라면 도시화 속도나 너무 빠른 데다 과포화 상태라는 거죠. 지금 추세대로라면 인구가 1백50만이 되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겁니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더 이상 수원시 인구가 늘어나지 않게끔 개발을 막아놓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거론되고 있는 이의동과 호매실동 지역의 개발에 있어서도 바로 이 녹지축이 크게 훼손되지 않고 친환경적인 개발이 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주민들의 공용시설이 확보되는 방식의 개발이어야지 민간개발 형식으로는 오히려 투기바람만 부추길 소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회=여의도통신 김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