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석(鬱林石)의 고사

[열린세상] 김정섭(환경예술가)

중국 삼국시대 오(吳)나라의 관리였던 육적(陸績)은 회귤고사(懷橘故事)로도 유명한 효자다. 그가 울림의 태수를 지내다가 이를 그만두고 귀향하던 중, 배를 타고 강을 건너게 되었다. 청렴했던 그가 가지고 있는 짐은 서책 몇 권뿐. 때문에 배가 가벼워서 중심을 잃고 위험한지라 사람들이 커다란 돌을 가져다가 배에 싣고서야 배가 중심을 잡고 무사히 강을 건널 수 있었다고 한다. 이를 보고 사람들은 청렴한 관리를 울림석(鬱林石) 또는 염석(廉石)이라 부르게 되었다.

아직도 수사의 끝이 보이지 않는 고리원전 비리에 대한 뉴스를 듣자니, 울화가 터져 더 이상 듣고 있을 수가 없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무는 공무원과 민간기업과의 비리를 보면, 아직 우리 사회의 한켠에는 곪고 썩은 상처들이 도려내 지지 않은 채 냄새를 숨기며 도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부품비리든 안전사고 은폐든 그 어느 것 하나도 해당 책임자의 윤리적 의식은 고사하고 직업의식 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더구나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공무원으로서의 자각은 전혀 보이지 않은 채 서로가 숨겨주고 챙겨주기에 급급한 것으로 보인다.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 당시와는 달리, 작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의 안정성과 규제기관의 신뢰성에 대해 바라보는 시각은 전 세계적으로 달라졌다. 이러한 시점에서 고리 원자력 발전소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보고 있으면, 천재지변이라는 것이 결국 인간이 만들어 놓은 욕심의 결과로 생기는 게 아닌가 싶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경우 또한 그 배경에 많은 문제가 숨어있었음을 사고 이후 알게 되지 않았는가.

얼마 전 한 민간단체에서 고리와 영광 원전의 폭발 시 예상될 수 있는 물적·인적 피해에 대한 시뮬레이션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한수원과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에서는 시뮬레이션의 결과가 단지 최악의 경우만을 염두에 두었으며, 국내 원전의 설계와 구조가 이전 사고 원전의 그것과는 다르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반박문을 발표하였다. 갑론을박하며 최악의 경우 예상되는 사상자의 숫자까지 비교하고 있지만, 어디 인명이라는 것이 하나보다 백이 더 무겁다고 할 수 있는가. 더구나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신뢰도가 바닥까지 떨어져 있는 상황에 말이다.

우울하지만 현재의 우리로선 당장 탈원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니 어쩔 수 없더라도 원전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국민은 오로지 원전기관의 안전성과 규제기관의 신뢰성만을 믿을 수밖엔 없다. 그러나 사고 몇 개월 만에 모든 것을 다 조사하고 처리했으니 '이젠 안전합니다. 믿어 주세요'라고 한다면 그 말을 누가 제대로 듣겠는가. 국민의 안전을 담보로 하고 있는 원전과 같은 민감한 안전시설은 현재에도 앞으로도 최대한 투명하고 엄격한 관리가 요구됨은 당연하며, 또한 비리와 은폐가 얽히고 얽힌 고리원전사건을 본보기로 공직자들의 청렴함도 함께 더욱 엄중히 관리되어야 할 것이라고 본다. 울림석까지는 바라지 못하더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