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119구급대원이다

[열린세상] 이수미(수원소방서 이의119안전센터 119구급대원)

초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불조심그리기 대회가 있었는데 소방차와 함께 달려온 119구급대원의 당당하면서도 친절한 모습이 초등학생인 나의 눈에 어쩌면 그렇게 멋있게 보였는지 모르겠다. 그 후로 119구급대원이라는 직업이 나의 미래의 직업관을 바꾸었으며 중고교 시절을 지나 대학도 구급대원이 되기 위한 응급구조학과로 입학하여 졸업 후 당당하게 대한민국의 119구급대원이 되었다.

119구급대원으로 119안전센터에서 근무하면서 누군가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줄 수 있고 힘든 상황에 처한 분들께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 드릴 수 있는 구급대원으로 근무하는 나날이 나에게는 보람이지만 20여 년 가까이 구급대원으로 생활하면서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종종 발생한다.

구급현장이 대부분 사고현장 이다 보니 크고 작은 충돌로 우리의 몸에는 멍이 사라질 날이 거의 없다. 오늘 오전에도 공사장 3층 높이에서 추락한 환자를 구하기 위해 구조현장에 진입하면서 좁은 철 구조물을 지나다 여기저기 찰과상을 입고 어깨와 등엔 시퍼렇게 멍이 들었다. 달리는 차 안에서 응급환자에게 심폐소생술(CPR)을 할 때는 차 안 여기저기에 부딪혀 허벅지와 무릎에 멍이 들고 가슴압박 하느라 눌린 왼쪽 손등도 시퍼렇게 멍이 들었다.

현장활동을 마치고 퇴근 후 지친 몸을 잠시나마 따뜻한 물로 풀어주기 위해 가끔 공중목욕탕에 가는데 옆에 앉은 사람이 힐끗힐끗 쳐다보곤 한다. 한번은 목욕관리사 아줌마에게 등을 밀려고 눈을 감고 누워 있으니, 아줌마가 “쯧쯧쯧”하고 연신 혀를 차는 게 아닌가? 그리고는 때를 미는 동안 동정(?) 어린 시선을 줄곧 보내며 요청하지도 않은 요구르트 마사지까지 베풀어 주는 게 아닌가? 그럴 때 마다 이렇게 대놓고 외칠 수도 없고 참 난감하다.

“전 당신들이 지금 상상하고 있는 그런 여자가 아니랍니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그런 여자가 아니라고요,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119구급대원 이라고요.”

하지만 우리 구급대원을 진짜 아프게 하는 것은 이런 오해의 시선들이나 온몸에 든 시퍼런 멍이 아니다. 긴급차량인 119구급차를 불러놓고 “빨리 이송이나 하라”며 현장 응급처치를 못하게 하는 이성 잃은 보호자, 술을 마시고 구급대원에게 행패를 부리거나, 손가락을 베이고 택시 대신 119구급차를 부르는 양심을 집에 두고 나오는 비응급환자들, 뒤에서 아무리 사이렌을 울려대도 길을 열어주지 않는 귀머거리 운전자들이 우리 119구급대의 가슴을 멍들게 하고 아프게 한다.

비록 피부가 연약해 온몸에 퍼렇게 멍은 잘 들더라도 누구보다 강인한 사명감을 가지고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여성 119구급대원들에게 힘내라고 파이팅을 외쳐본다. 그대들이야말로 진정한 아름다움을 실천하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119구급대원”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