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가로수가 전하는 교훈

[열린세상] 이현주 시인

 

 오랜만에 서울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이민가서 사는 친구가 한국에 나왔는데, 이야기 끝에 내 소식을 물어와서 전하니 먼저 통화부터 해보라고 하며 전화기를 바꾸는 소리가 들린다.

 대학 재학시절에 가까이 지낸 사람인데, 헤어진 지 50년이 넘어 기억이 가물가물 했으나  우선 반갑게 인사를 하면서 전화를 받았다.

 첫 마디가 보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대화 중 유네스코에 등재된 수원성곽이 보고 싶다고 말해, 당장 내려오게 해서 만난 곳이 수원남문(팔달문) 옆이었다.

필자를 만나자 마자 한 말은 가로수를 특색 있게 손질해 놓은 것이 아주 인상적이란 말부터 한다.

그 말을 듣고 나도 고개를 들어 가로수를 보니 사각지게 다듬어 놓은 것이 외국풍으로 눈에 들어와 나를 놀라게 했다.

수원에 살면서 이렇게 무관심하게 살았으니 친구한테 창피한 생각마저 들었다.

수원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만난 가로수에 대한 소감을 이 친구한테 들어 보자.

가로수는 그 도시의 얼굴이라고 표현했다.

팔달로에서 북쪽으로 양옆에 서있는 가로수 마다 풍기면서 나타나는 멋을, 수원시민들과 접목시켜 비교해 본다면 안정감이 있고 질서가 있으며 정서가 안정된 사람들로 보인단다.

더 하나 첨가한다면 수원 사람들은 정직할 것이란 상상을 불러 일으키게 한다.

이 모두가 가로수를 보고 느끼는 감정이라고 나에게 전한다.

이 칭찬은 수원시민인 나에게도 해당 되는 것이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또 이런 말을 듣고 나니 오가는 시민들이 모두가 질서가 있고 아름다운 감성을 지닌 사람들로 보인다.

그렇다면 수원을 처음 방문한 사람한테 이렇게 좋은 인상을 심어준, 가로수 가꾸기를 최초 착안해서 실천에 옮긴 장본인은 누구일까 궁금했다.

수원에 대한 첫 인상을 아주 좋게 가진 친구와 같이 가니 기분마저 좋아서인지, 팔달산 정상에서 시작한 성곽순례를 모두 마치고, 지동시장 순대 골목까지 내려 왔으나 피곤함을 못 느낄 정도였다.

90년 만에 복원된 남수문과 새로 단장된 수원천도 보여주면서 서울 청계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나왔으나, 그곳에는 아직 가보지 못했다고 한다.

모처럼 만난 친구라 수원대표 음식인 갈비를 대접하려고 하니, 굳이 순대국이 먹고 싶다고 그 골목으로 찾아 들어간다.

민망한 생각에 만류했으나 그 고집을 꺽을 수 없었다.

소주잔을 앞에 놓고 옛날 이야기도 하고 아름다운 추억에 빠져 보기도 했지만, 이 친구의 말 한마디가 마음을 찡하게 만들었다.

이번 고국 방문을 마지막으로 생각한다는 대목이다.

이나마 움직일 수 있을 때, 죽기전에 꼭 한번 귀국해서 그동안 보고 싶었던 사람들, 그리고 보고 싶었던 아름다운 국내 관광지를 많이 보고 가려고 작정하고 귀국했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적신다.

늙으면 눈물이 많다고 하지만 오랜 외국 생활에서 고국을 그리던 마음이 새롭게 상기되어서일까?

앞에 놓인 안주를 맛있다고 하면서 연실 술잔을 비우며 머릿고기를 우물거린다.

푸대접을 한것 같아 미안해 하는 나에게 "오늘의 추억은 죽어도 저승까지 가지고 가서 보관하고 있다가 너를 만나면 다시 펴놓고 술 한잔 할 것"이라고 나를 건너다 보며 웃음을 짓는다.

또다시 가로수 이야기를 꺼낸다.

그래서 팔달구청 녹지팀 직원과 전화 연결을 시켜주었다.

통화 내용은 "가로수 손질이야 매년 하는 것이지만 사각지게 다듬은 것이 멋지다"는 등, 수원 성곽이 유네스코 등재는 몇 년도에 되었느냐 등, 여러가지 궁금한 사항에 대해 쉴새 없이 질문을 던지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았다.

한참을 통화 하다가 끝맺음을 하는 말이 "참 친절 하시네요" 하며 전화를 마친다.

또 언제 만날지 모르고 떠내 보내는 이 친구와 헤어질 때 그 뒷 모습이 아주 쓸쓸해 보여 한참을 지켜봐야 했다.

뒤돌아 보면서 "성곽도 아름답고 수원천도 인상 깊었지만 오늘 처음 만난 가로수가 더 머리속 깊이 남는다"는 말을 전한다.

이러다 보니 그렇게 보고 싶어 하던 수원성곽도 현실의 더 큰 만족감 앞에서는 2선으로 밀려 나는것 같았다.

그리고 수원의 모든 정보를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해준 팔달구청 녹지팀의 이은미 씨한테도 고맙다는 말 꼭 전해주고, 기회가 된다면 손수 찾아가 자기가 못한 식사라도 한번 대접 하라고 나에게 부탁한다.

만년의 노인이 전하는 이 말은 생전에 마지막으로 나에게 부탁하는 말 같이 들려와 가슴 깊이 스며들었다.

이 고장 가로수가 전해주는 교훈과 담당 공무원의 친절이 관광객의 마음을 사로 잡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해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