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투사와 민주투사 (Ⅰ)

[열린세상] 이달순(수원대 명예교수·hello sports.net 발행인)
(1)복역수가 통일투사로 둔갑

노무현정부 초반 필자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경기도 부의장으로 선임되었다. 안산시지부에서 통일연수자 졸업식이 있다고 졸업장수여와 축사를 해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식이 시작할 무렵 “안산의 유일한 통일투사가 입장하십니다. 크게 박수를 보내주십시오.” 사회자가 말하고 박수소리가 식장에 울려 퍼졌다. 통일투사로 소개받은 이가 식장으로 들어와 단상 중앙에 자리 잡고 내 옆에 앉았다. 필자는 그를 어디선 가 본 듯해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깜짝 놀랐다. 20년도 넘게 중앙대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 수업에 열중하던 때 지도교수가 동아일보 톱에 사진이 게재되었는데 기사의 내용인즉 중앙대 동문인 박모씨가 일본에서 조총련자금을 갖고 들어와 이영재 교수를 포섭했고 그 일당이 검거되었다는 소식이다. 이 교수는 포섭을 거절해 무혐의로 석방되었고 박모는 20년형을 받았다는 후문이었다. 그가 석방되며 “통일투사”로 등장한 것이다. 민주평통회장단(의장은 대통령)에서 수석부의장이 주재하는 회의해서 그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고 “간첩죄로 20년형을 받은 이를 민주투사로 둔갑시키는 일을 우리는 묵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민주화를 추진하다가 억울하게 간첩누명으로 옥고를 치른 분들을 가려내고 적화통일의 복역수는 민주평통에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고 설파했다.

(2) (주사파(NL)와 민중민주주의 파(PD))

적화통일의 주장은 1980년대 한국대학가의 운동권을 주도하던 주사파(NL)가 펼쳤던 것이다. 주사파의 이론은 북한의 주체사상이나 남한 적화전략인 김일성의 남조선혁명론 등이 바탕이 된 이론이다. 당시 대학가의 운동권을 주도한 세력은 “민중민주주의 주창자들이었다. 이들을 PD라 부른다. 이들은 노동자 농민이 중심이 되어 기득권세력을 타파하고 사회주의 사회를 건설하자는 주장을 내세운 서구마르크스이론을 연구한 지식인들이 중심이 된 계열이다. 말하자면 주사파(NL)는 김일성 적화통일 추종자들이고 민중민주계열(PD)는 민중국가 건설을 외치는 계급투쟁론자들이므로 크게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주사파 운동권에서 가장 존경을 받는 집단이나 인물은 북한과 직접선이 닿고 있다고 여겨지는 그룹들이었다. 김영환도 실제로 월북한 다음 국내에 다시 잠입하여 민혁당이라는 지하당을 결성했다. 이와 반대로 PD파(민중민주계열)는 마르크스이론을 연구한 주로 명문대학중심의 운동권 학생이나 유럽이나 일본 등에서 공부한 지식인들이다. 이들이 연구한 이론을 동아리학생이 지하 유인물로 배포하고 시위를 선동하고 지하조직을 구성해 노동자와의 연대투쟁 등의 활동을 지속하는 방식이었다.

(3)PD의 노동당 창당과 NL의 노동당 당권 장악

1985년에 소련의 실권으로 등장한 고르바초프의 개혁정책에서 시작된 마르크스 레닌의 공산국가들이 붕괴하면서 민중민주주의 계열 PD는 결정적 침체기를 맞았다. 그러나 이들은 한국의 민주화와 진보세력의 등장으로 2000년 1월 민주노동당을 창당했다. 노희찬(고려대), 심상정(서울대) 등 명문대 출신의 이름있는 운동권 인물들이 2000년 노동단체 전투민주노동조합 총 연맹을 기반으로 민노당을 창당했다. 주사파는 PD가 정당을 만들고 정계에 진출하는 것을 비판하고 참여하지 않았다. 그런데 민노당이 정치적으로 성공을 거두자 주사파그룹은 2004년~2005년 대거 민노당에 입당했다. 이들은 수와 조직력을 바탕으로 민노당의 당원을 장악해갔다. 이들은 북한의 지령을 받고 움직였고 이것이 공안당국에 발각되어 혐의가 확정되 복역 중이다. 이것이 2006년 10월 발생한 일심회사건이다. 이 사건의 여파로 민중민주주의 PD계인 심상정 노회찬 전 의원이 민노당을 탈당했다. 주사파의 NL은 이들과 힘을 합쳐야 했다. 북한이 방송을 통해 연일 진보세력의 국회진출과 광범위한 반 MB전선을 형성하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주간조선 2205호 P12~14) 2012년 4·11총선을 계기로 지난해 12월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탈당파가 만든 “새진보 통합연대”가 합쳐 창당됐다. 2000년에 창당된 민주노동당은 12년 만에 2010년 창당된 국민참여당은 2년 만에 민노당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진보신당은 4년 여만에 당의 깃발을 내렸다. 각각의 세력을 대표하던 이정희 유시민 심상정 3인의 공통대표체제로 통합진보당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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