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논쟁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은 솔직히 '내부 투쟁용'이었다. 그런데 박 대표가 국가 정체성을 문제삼으면서 '외부 공격용'으로 변질되고 있다. 흙탕물 싸움에 휘말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의 한 보좌관은 28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털어놓았다. 한나라당 내의 수구적 요소를 털고 가기 위한 전략적 방안으로 선택한 '사상논쟁'이 당초 취지와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는 데 대한 아쉬움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러한 아쉬움의 토로는 '사상논쟁' 제기에 대해 당 안팎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당의 위기를 바라보는 시각과 현안을 풀어가는 방법론에서 한나라당 의원들간 이견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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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경필,수요공부모임 ⓒ김진석 | ||
이날은 마침 남경필 의원이 '뉴한나라당의 길'이라는 주제의 발제를 했다. 남 의원은 발제를 통해 "한나라당의 수구-부패 이미지를 극복하고 야성을 회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개혁적 중도보수의 이념 정립이 절실"하다며 "도덕성과 전문성을 갖춘 새롭고 참신한 그룹이 참보수 운동을 주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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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경필의원 수요공부모임 ⓒ 김진석 | ||
박근혜 대표와 영남권 중진의원들을 겨냥한 '날선 발언'도 어김없이 이어졌다. 이날 남 의원은 "과거 보수세력이 저지른 과오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며, 이런 측면에서 박근혜 대표의 현대사에 대한 역사적 평가 작업과 반성이 요구된다"면서 박 대표의 과거 반성을 거듭 촉구했다.
'사상논쟁'이 박 대표의 '국가 정체성' 논란 때문에 본래 의미와는 다른 방향으로 오해받고 있는 점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그것은 동시에 보수세력이 과거의 과오를 털고 가기 위해서는 내부적으로 보수의 정의에 대한 치열한 사상논쟁을 통한 이념정립이 필요하다는 소신을 재차 피력한 것이기도 했다.
개혁 성향의 당내 소장파 의원들의 모임이어서인지 남 의원은 "'당 정체성 정립' 문제를 다음 달 있을 연찬회에서 주요 과제로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주요 발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에 대한 새정치수요모임 회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사상논쟁을 9월 정기국회의 메인 이슈로 삼기에는 무리가 있다."(김희정 의원)
"(국가 정체성 논란은) 남는 싸움이 아니다."(박형준 의원)
당 연찬회가 정체성 논란보다는 9월 정기국회에 대한 이슈를 점검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체성은 국민들이 판단할 문제라는 이야기까지 불거져 나왔다. 모임에 참석한 의원들이 '사상논쟁'이라는 정치적 사안에 집중하기보다는 또다른 정책적 모색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 것이다.
특히 권오을 의원은 박 대표가 대통령에 대해 헌법수호 의지가 의심스럽다고 말한 것에 대해 "지금의 현재 헌법을 읽어 보면 이런 말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박 대표의 발언을 문제삼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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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경필의원 수요공부모임 ⓒ 김진석 | ||
이날 진행된 새정치수요모임에서 의원들은 '사상논쟁'의 필요성은 인식하면서도, 그것이 박 대표라는 '정치적 존재'를 통해 확대, 재생산되는 것에 대해서는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내부에서 치열하게 싸우려고 준비한 '전략'이 외부로 노출되면서 그 '내부적 효용성'이 채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인 셈이다.
한편 유승희, 노웅래, 전병헌 의원 등 열린우리당 내 70년대 후반 대학생활을 함께 한 국회의원들의 모임인 '아침이슬' 소속 의원들은 이날 또다시 한나라당의 국가정체성 발언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들 의원들은 "민주주의 시대에 검증해야 할 것은 참여정부가 아니라 과거 친일세력으로부터 70년대 유신독재, 80년대 군사독재 시절까지 이어져 온 독재적 발상의 잔영"이라고 밝혔다.
'제대로 된 사상논쟁을 하기 위해서는 유신의 잔재를 털고 가야 한다'는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과 '사상논쟁' 제기 자체가 유신시대를 거쳐온 한나라당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색깔론'이라는 열린우리당의 엇갈린 반응이 계속된 것이다.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이 상반된 반응 속에서 남경필 의원의 '사상논쟁' 제기가 한나라당의 '내부의 과오'를 어떤 방식으로 정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