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곧은 소리 쏟아 낸, 수원500인 원탁토론회

[김훈동 칼럼]

▲ 수원예총 회장
수원시의 정책 파트너는 바로 시민이다. 시민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우선이다. 시민이 삶의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경청하고, 시정에 대한 칭찬과 질타에 귀를 여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소통의 시작이다. 시민의 의견을 담는 이색적인 토론회가 펼쳐졌다. 지난 5일 수원청소년문화센터 실내체육관에서 ‘수원시민 500인 원탁토론회’가 개최됐다. 이제껏 우리가 보아온 토론은 중간이나 중도는 묻히고, 극과 극의 경계만 남는다. 서로 경쟁하듯 하는 장면을 보면 토론이나 토의의 경지를 넘어선 싸움이다. 자신은 옳고 합리적이라 생각하고 상대는 비이상적이고 구제불능이라고 여기는 듯하다. ‘네 의견이 옳다’는 자세와 함께 한발 물러서는 배려가 있어야 진짜 토론은 시작된다.

이날 참석자는 10대에서 80대에 이르기까지 고르게 분포되었다. 고등학생, 대학생, 각계각층의 시민 참여자가 10명이 소집단으로 원탁에 둘러앉아 문제를 제기해 나가는 방식이다. 개인별로 자신에게 배부된 자동투표기에 자신의 의견에 맞는 번호를 입력하면 실시간으로 대형스크린에 결과가 숫자로 나타난다. 흥미를 자아낸다. 50개 원탁에서 나온 의견이 집계되면 이를 500명이 동시에 재투표를 실시하여 전체 의견을 표출한다. 물론 키워드에 따라 시민의 의견이 달라지기도 한다. 염태영 시장을 비롯한 공무원, 노영관 시의회 의장을 비롯한 시의원들도 테이블에 함께 했다. 아마도 공직자들에게는 수원시 도시기능에 대한 시민의 생생한 소리를 듣는 좋은 기회였을 것이다. 그들이 추구할 문제를 가감 없이 제시했기에 그렇다. 생소하지만 이를 잘 받아들이는 것도 민도(民度)다. 염 시장의 말대로 수원시민은 위대하다. 114만의 수부도시-수원시장 자리는 일반시민이 상상하는 것 이상의 격무다. 웬만한 힘쓰는 일은 중앙부처가 움켜쥐고 있어 시민의 바람을 제대로 펼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이런 사실을 아는 게 선진시민이다.

방송사가 주최한 자리였지만 다양한 계층의 시민이 모여 상호 의견을 자유로이 쏟아냈다는 점에서 뜻있는 자리였다. 두 가지 주제가 다소 중첩되지만 '수원시가 어디로 가야 하는 가'를 시민의 눈으로 자유투표를 통해 실시간으로 발표되었다. 466명의 투표자 가운데 20.1%를 차지하는 100명이 ‘풍부한 문화와 예술, 여가산업’에 방점을 찍었다. 어찌 보면 수원의 정체성에 부합되는 의제이기도 하다. 염태영 시장의 임기도 절반의 고개를 넘어섰다. 그간 ‘인문학도시-수원’이라는 시정구호는 그런 면에서 잘 맞아떨어지는 정책이라고 여겨진다. 인문학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시민이 주인이 되는 시정이다. 주민예산참여제, 시민배심원제, 마을 만들기 등이 그러하다.

공직자들이 풀어가야 하는 답은 시민이 갖고 있다. 시민에게 물어보고 시민을 위해 행정의 큰 틀에서 융통성과 합리적인 생각을 갖고 풀어 가면 된다. 그런 뜻에서도 이번 전국최초로 진행된 ‘시민에게 듣는다. 500인 원탁토론’은 매우 값지다. 최고의 토론은 내가 원하는 바를 상대방이 말하거나 행하게 하는 것이다. 겉으로 떠들썩하게 드러난 입장이 아닌 ‘숨어 있는 시민의 욕구’에 주목해야 한다. 시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아무리 복잡한 갈등이라 할지라도 시민의 마음을 사로잡으면 풀 수 있다. 아무리 사소한 문제도 시민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면 난제(難題)가 되어버린다.

각종 논리와 전략과 전술이 많이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시민의 마음에서 우러나온 진실한 말 한마디가 시정에 중요하다. 세대가 바뀌고 있다. 요즈음 시민은 소통과 화합을 할 줄 아는 따뜻한 리더를 좋아한다. 분명한 목표와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리더에 매력을 느낀다. 깨끗하고 정직하며 도전을 멈추지 않고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리더를 만나고 싶어 한다. 시민이 원탁토론에서 다양한 시정 과제를 내주었다. 듣는 데서 멈추지 말고 시민과 함께 올바른 정책을 만들어 가길 바란다. 시민이 정책 제안자이며 시민이 주인이기 때문이다. 시민은 결코 시정운영의 대상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