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조의 우리문화편지]
우리나라의 가장 오래된 문헌에도 등장하는 개고기 요리
곧 무더위의 한복판 중복(中伏)입니다. 복날만 되면 개고기에 대한 이야기로 복잡합니다. 우리 겨레는 예전 한여름엔 개고기를 즐겼습니다.
먼저 조선 순조 때의 학자 홍석모가 지은 ≪동국세시기≫에 의하면 ‘사기’에 이르기를 진덕공 2년에 처음으로 삼복제사를 지냈는데 “4대문 안에서는 개를 잡아 해충으로 농작물이 입는 피해를 방지했다고 하였다”라는 내용이 전합니다. 제사상에 오르는 음식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야 하는 만큼 개고기를 일찍부터 식용으로 썼음을 말해줍니다.
또 우리나라의 가장 오래된 요리책인 《규곤시의방》에는 개장, 개장국 누르미, 개장찜, 누런개 삶는 법, 개장 고는 법 등 우리나라의 고유한 개고기 요리법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으며, 17세기 중엽에 정부인 안동 장씨가 쓴 ≪음식디미방≫에도 개장, 개장꼬치누루미, 개장국누루미, 개장찜, 누렁개 삶는 법, 개장 고는 법 등이 나와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조선 시대 혜경궁 홍 씨의 회갑연 상차림에 구증(狗蒸, 개찜)이 올랐다는 것을 보면, 개고기는 임금님의 수라상에도 올라가는 음식이었음을 알 수 있으며, 《농가월령가》에는 며느리가 친정에 갈 때 개를 삶아 건져 가는 풍습이 나옵니다. 조선 시대엔 개고기를 즐겨 먹었다는 이야기지요.
그에 견주어 이들 문헌에는 돼지고기 조리법으로 야저육(野猪肉), 곧 멧돼지고기 삶는 법이 2줄, 가저육(家猪肉), 곧 집돼지고기 3줄이 전부로 간단하게 기록되었을 뿐입니다. 이로 미루어 당시에는 돼지고기보다 개고기를 더 즐겨 먹었던 것으로 짐작됩니다.
그만큼 개고기는 우리 겨레의 오랜 먹을거리였는데 다만, 개고기를 먹으면 무조건 몸이 좋아진다는 맹신은 삼가야 합니다.
강원대 권오길 명예교수는 《좋은생각》 2006년 1월호에 다음과 같은 글을 썼습니다.
“김준민 선생님이 미국 미시시피 교환 교수로 다녀오신 뒤 해주신 이야기다. 미국 교수들이 ‘너희는 개고기를 먹는다며.’ 하고 면박을 주더란다. 듣다 보니 뿔이 나셨다. 하지만 만판 당하고 계실 분이 아니다. 재치 넘치는 선생님이 ‘당신들도 개고기를 먹지 않느냐?’ 하고 반박하셨다. ‘어디 우리가 개고기를 먹느냐?’고 뻑뻑 우기던 그곳 교수들에게 한 방 날리셨다. ‘핫도그(hotdog)는 개고기가 아니고 뭐냐?’ 달팽이 눈이 되어버린 미국 교수들, 샘통이다! 헌데 DOG를 거꾸로 읽으면? 아하! 한 단어에 두 뜻이 들어있었군.”
서양인들은 우리에게 개고기를 먹는다며 비아냥댑니다. 개고기는 엄연히 우리의 오랜 음식문화인데도 그들은 우리를 미개인으로 몹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들으니 참 통쾌합니다. 문화란 상대의 것을 존중하여야 합니다. 동시에 동물은 물론 자연과 더불어 살 수 있는 고민도 함께 가져야만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