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전, ‘작헌의’보다는 ‘정조탄신다례’로 올려야 한다

[김훈동 칼럼]

▲ 수원예총 회장
세종에게 훈민정음이 있다면, 정조에겐 수원화성이 있다. 오늘날 정조가 많은 이들에 의해 훌륭한 임금으로 기억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수원화성이라는 가시적인 개혁의 성과물이 있기에 그렇다. 세종의 훈민정음은 누구나 인정하는 탁월한 업적이다. 훈민정음 창제는 비밀리에 추진되어 그 과정을 알 수 없다. 하지만 수원화성의 건설과정은 ‘정조실록’과 ‘화성성역의궤’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그 점에서 수원화성은 개혁사례로서 으뜸이다.

화성은 단순한 성이 아니다.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에 따라 전통적인 것과 과학기술이 총동원되어 이루어졌다. 당시 화성은 군사 및 상업도시로서의 의미도 크다. 실제로 화성은 정조시대 이후 전국적인 상업도시로 성장했다. 오늘날 남문시장과 영동시장을 ‘왕이 만든 시장’이라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분명 수원은 정조가 만든 개혁도시다. 개혁 군주 정조의 탄생이 없었다면 수원화성건설은 불가능한 일이다. 임금의 탄신일은 삼명절(三名節) 중의 하나다. 그만큼 정조의 탄신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러한 뜻을 살리기 위한 콘셉트를 갖고 해마다 10월 문화의 달에 수원화성문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문화관광부로부터 ‘대한민국으뜸 문화관광축제’로 선정된 바 있다. 올해로 마흔아홉 번째 맞는 수원의 대표적인 예술과 문화가 녹아 있는 종합축제다. 올 해초 수원문화재단이 창립됐고 그 안에 전문가로 채워진 축제기획단도 발족했다. 이제껏 해온 축제 내용이 더욱 새롭고 창의적이어야 한다.

올해 행사계획을 보면 개막식 전날 화령전에서 ‘작헌의’가 진행된다. 작년과 같다. 사실 작헌의도 작헌례로 표기해야 맞다. 작헌례는 조선시대 왕이나 왕비의 조상이나 문묘(文廟)에 모신 공자의 신위에 왕이 직접 예로써 제사지내던 제례다. 화령전은 순조가 세운 정조의 영전이자 진전(眞殿)이다. 서울에는 종묘가 있고 외방에는 현재 전주에 태조를 모신 ‘경기전’과 수원에 정조를 모신 ‘화령전’ 두 곳뿐이다. 역대왕이 진전을 찾은 곳은 화령전 뿐이다.  정조 어진을 봉안하고 사맹삭(四孟朔)과 탄신제, 납향제를 올리는 곳이다. 작헌례는 순조가 화성에 묻힌 선왕 정조를 찾아갈 때마다 화령전에서 작헌례를 행하였다. 작헌례는 일종의 제사다. 화성문화제는 ‘정조임금의 탄신’을 반기는 일부터 행사를 시작해야 마땅하다. 작헌례는 정조가 돌아간 후 치러지는 제례다.

비록 음력 9월 22일 정조 탄신일과 일치하지 않더라도 ‘정조 탄신고유제’ 혹은 ‘정조탄신다례’가 올려 져야 맞다. 조선시대에는 승하하신 임금의 탄신일을 명절로 간주하여 ‘다례’를 올렸다.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선왕의 ‘탄신다례’는 정조로부터 시작됐다. 정조는 숙종(3회),영조(5회)의 탄신일에 처음으로 탄신다례를 올렸다. 순조 역시 숙종(6회),영조(10회),정조(23회)의 탄신일에 ‘다례’를 올렸다. 순조는 선대왕의 탄신일에 ‘다례’를 가장 많이 올린 임금이다. 재임 34년 동안에 서른아홉 번을 올렸다.

대회 3일째 행궁 내 봉수당에서 혜경궁 홍씨 진찬연이 열린다. 이 역시 제날자가 아니다. 수원화성문화제는 정조의 정신을 오늘에 되살리자는 데 있다. 행사내용의 연속성이 제사가 아니라 ‘정조의 탄신’으로 시작하여 능행차 연시, 격쟁, 장용영 수위의식과 야조, 무예24기, 진찬연, 가례의식, 과거시험 등의 재현행사로 이어져야 한다. 

고유별다례(告由別茶禮)는 ‘특별한 사유를 고한다.’는 뜻이다. 해마다 열리는 축제이기 때문에 ‘별’ 자는 빼고 ‘정조탄신고유다례’ 혹은 ‘정조탄신다례’로  수원화성문화제가 문을 열어야 한다. 축제기획단에서 이 분야의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재검토하길 바란다. 정조가 돌아간 이후 영혼에 대한 공경과 효의 뜻이 담긴 제사인 작헌례보다는 ‘정조탄신다례’나 ‘정조탄신고유다례’로 행해져야 명분이 있다. 문화제는 재현행사다. 꼭 탄신일을 주장한다면 수원화성문화제를 개막하기 전에 정조 어진이 봉안된 화령전에서 다가올 ‘정조의 탄신을 고(告)’하면서 수원화성문화제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는 ‘정조탄신고유다례’로 해도 무방할 듯하다. 오랜 세월 소멸되지 않고 남아있는 의례(儀禮)를 통해 ‘아름다운 효의 축제’가 되어 문화시민으로서의 자긍심을 갖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