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꽃이 피어나는 수원화성국제연극제

[김훈동 칼럼]

▲ 수원예총 회장
‘기후가 변하면 계절이 바뀐 것을 알고 잠이 안 오면 밤이 긴 것을 안다.’ 도연명의 시 구절이다. 끝이 없을 것 같은 폭우가 끝나자 무더위가 이어진다. 처서도 지났다. ‘생각의 꽃’을 피워갈 때다. 하지만 위력적인 태풍 ‘볼라벤’이 강풍과 함께 비를 몰고 와 연극제 진행에 차질이 없을까 우려된다. 화홍문 아래 물가에 설치된 무대에서는 1회 공연만 하고 멋진 공연무대를 부득이 뜯어내야만 했다. 오늘 중으로 수도권 서쪽 해상을 통과할 것이라는 기상예보다. 남은 연극공연에 피해가 없길 기대한다.

올해 국제연극제는 각별하다. 화성을 쌓을 때 사용한 거중기를 발명한 다산 정약용 탄신250주년과 정조대왕의 생부인 사도세자가 서거한지 250주기를 맞이하는 해다. 수원화성의 축성에 담긴 정조와 정약용의 철학 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연극제에 담아냈다.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할 종합예술의 대표적인 연극마당이 행궁광장을 비롯하여 수원시 일원에서 펼쳐지고 있다. 올해로 열여섯 번째를 맞이하는 ‘2012수원화성국제연극제’다. 지난 일요일 ‘화성의 꿈, 시민낙락’이라는 주제로 펼친 총체극을 시작으로 8일간 다양한 연극을 감상할 수 있다. 연극에 문외한(門外漢)이라고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 그저 보고 관람하며 즐기면 된다. 어깨너머로 들여다봐도 좋다. 나라 안팎에 이름난 연극작품을 가까이에서 보고 나면 엄청난 매력에 이끌리게 될 것이다. 프랑스, 호주, 러시아, 중국 등 해외작품 6편과 국내작품 22편, 시민들이 직접 참여한 시민공동체연극 13편이 무대에 오른다. 폐막작품 ‘아버지’에는 국민아버지 배우 이순재가 주인공역을 맡아 무대에 선다. 염태영 시장도 배역을 맡아 무대에 오른다.

바쁘게 사는 우리네 형편에 웬 연극이냐고 핀잔하는 이들도 있을 게다. 연극은 우리 삶과 가장 유사한 예술이다. 인간은 환상의 무대에서 연기하는 배우와 다를 바 없다고 말하질 않는가. 평소에 예술과 친하지 않으면 예술은 더더욱 멀게 느껴진다. 예술은 요즘 아이들 용어로 ‘헐’이면 안 된다. 달달한 예술이 ‘내 안’으로 들어와 좌정케 해야 한다. 예술의 언어는 근본적으로 ‘이해와 치유 언어’다. 부조리한 사회 현실에 대한 이해를 시도하기보다 그런 이해를 가능하게 하는 인간의 심성개발에 영향을 준다.  

영감(靈感), 즉 인스프레이션(inspiration)은 주로 예술작품의 창작에서 일어난다. 영감이 무얼까? 창조적인 일의 계기가 되는 착상이나 자극이 영감이다. 이것이 예술과 만나는 단초다. 연극인들은 새로운 생각에 갈증을 느끼고 그 열망을 함께 찾아가는 과정의 예술을 무대에 올린다.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작품을 만든다. 항상 최초이자 최고를 만들어내야 하는 예술가들의 고뇌는 범인(凡人)의 상상을 넘어선다. 끊임없이 다른 세계와 만나서 새롭고 독특한 융합을 시도해 나간다. 시민관람객들은 장소를 달리하며 꾸며진 연극무대를 찾아 ‘영감’을 얻기 바란다.

우리 삶은 무한 반복되는 일상이다 보니 깊게 생각할 시간도, 다른 세계를 만나러 갈 시간도 없다. 늘 영감을 갈망하지만 그리 쉽사리 만나기 어렵다.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창조를 가능하게 하는 영감을 가져야 한다. 이것은 한 세계와 다른 세계의 교차점에서 나온다. 낯선 세계를 돌아다닐 필요가 있다. 연극, 그건 분명히 시민관객과 다른 낯선 세계를 만나는 기회다. 예술가는 풍부한 감수성과 창의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다. 타고난 재능도 있지만 후천적으로 길러지기도 한다. 주변의 자연환경이라든가 언어, 시대적 상황, 예술가 주변의 평범한 문화와 같은 것들이 자양분이 된다.

‘휴먼시티-수원’은 2백여 년에 이뤄진 성곽도시다. 화성은 세계가 인정한 문화유산이다. 아름다운 성곽을 소재로 한 다양한 예술프로그램을 펼쳐 ‘예술과 문화’가 살아 움직이는 수원을 널리 알려야 한다. ‘국제화성연극제’를 해마다 갖는 이유다. 연극인만의 노력으로 되지 않는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호응과 참여가 필수요소다. 물론 화선지에 먹물이 배듯이 ‘시민연극운동’도 뒤따라야 한다. 전문연극인이 아니어도 좋다. 자치센터 동아리나 부녀회, 동문, 봉사단체 등이 중심이 되어 시민연극단을 조직하여 전문예술가만의 연극을 ‘생활연극’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