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우 의원, 인사청문회 '처녀 출전'

김영란 대법관 후보 자질 점검 주력

11일 국회 본청 145호실에서 열린 '대법관 임명동의에 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위원장 권오을 한나라당 의원). 회의 개회 시각인 오전 10시 정각이 되자 이기우 의원(수원 권선, 열린우리당)이 두툼한 자료 뭉치를 들고 회의장으로 들어섰다.

   
▲ 대법관 인사청문회에서 김영란 후보에게 질의를 하고 있는 열린우리당 이기우의원 ⓒ 김진석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이기우 의원은 12명의 위원들 중 11번째로 질의를 했다. 이 의원과 헌정 사상 첫 여성대법관 후보로 임명 제청된 김영란(48.사시 20회) 대전고법 부장판사간의 첫 대면은 미묘한 긴장 속에서 시작됐다.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 위원으로 처음 선정된 이 의원은 김 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을 검증하기 위해 사형제와 저작권 문제 등 현안에 대한 견해를 집중적으로 묻는 방식으로 질의에 임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때로는 소신발언으로, 예민한 사안에 대해서는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며 '위기'를 벗어나려 했다.

우선 '사형제 폐지'에 대한 이 의원의 질문에 대해 김 후보는 사형제 폐지 찬성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후보는 "사형제도는 교화 받을 기회를 없앤다는 면에서 폐지돼야 한다"며 "현행법상 국민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인사청문회 이기우 의원 ⓒ 김진석
김 후보는 최근 강탈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정수장학회 문제 등 군사정권 시기 부당한 재산권 침해에 대한 견해를 묻는 이 의원의 질문에 대해서는 입법부의 몫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자의가 아닌 강요에 의한 사례가 있다면 회복해주는 것이 원칙이나 소멸시효 등의 문제가 있어 입법적인 추가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 김 후보의 발언 요지였다.

사형제 폐지와 정수장학회 등의 민감한 사안에 대한 연속적인 질문은 김 후보의 자녀 교육 문제로 이어졌다. 이 의원은 공교육 정착에 힘써야 할 고위공직자가 자녀를 대안학교에 보낸 사실을 지적했고, 김 후보는 자녀를 대안학교에 보낸 것이 공교육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 11일 대법관 인사청문회가 열린 국회 본회의장 소회의실. 열린우리당 이기우의원과 열린우리당 이상민의원이 질의 도중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다. ⓒ 김진석
이날 청문회에서 김 후보는 사형제와 호주제에 대해서는 폐지 입장을 보였다. 반면에 야당 의원들의 질의가 집중된 국가보안법에 대해서는 "변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개정 범위 등은 국민적 합의와 토론이 필요하다"며 명확한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한편 인사청문특위는 12일 전체회의를 열어 심사경과보고서를 채택한 뒤, 오는 23일 열릴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을 표결로 처리할 예정이다.

다음은 이기우 의원과 김영란 대법관 후보 사이에 진행된 질의와 응답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무료 음악 사이트 소리바다에 관한 문제가 사이버 상에서 관심있게 다뤄지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어떠한가?
"재판에 계류 중인 사안인 것으로 알고 있다. 답변하기 곤란하다. 저작권 문제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네티즌의 음악 추구권과 적절한 합의를 찾아야 한다고 본다."

-사형제도에 대한 생각은?
"궁극적으로 사형제도는 교화를 받을 기회를 없앤다는 면에서 폐지돼야 한다. 그러나 흉악범에 대한 형평의 문제가 있다고 본다. 현행법상 국민의 합의가 필요하고, 궁극적으로 제도 보완을 통해 그 쪽(사형제 폐지)으로 나가야 한다."

   
▲ 11일 10시 국회 본회의장 소회의실 145호에서 사법부 최초로 여성 대법관후보 김영란씨의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의원의 질의에 웃으며 대답하고 있는 김영란 대법관 후보. ⓒ 김진석
-정수장학회 문제처럼 군사정권 당시 국가기관에 의해 자신의 재산을 자의가 아닌 강요에 의해 기부하는 등 직접적으로 국민의 재산권 및 기본권이 침해당했을 때,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할지라도 실질적으로 국민의 기본권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과 재산권 침해에 대한 회복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만약 자의가 아닌 강요에 의한 사례가 있다면 회복해주는 것이 원칙이라 생각한다. 다만 법적으로 소멸시효 문제가 있다. 정말 억울한 사람이 있다면 입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자녀들을 모두 대안학교로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 고위공직자로서 공교육 정착에 힘써야 된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공교육이 우리나라를 발전시켰다는 데 이론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겠지만 대중교육에는 다양성이 부족한 측면이 있다. 귀족학교가 아니라 농사도 짓고 애들 옷도 만드는 곳, 입시교육이 아니라는 제 교육관과도 일치해 대안학교에 보냈다."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후보자 같은 교육관을 갖고 있다면 위화감이 생길 수 있지 않겠는가?
"아이들을 특성화 학교에 보냈던 것은 공교육에 자극을 주기 위한 것이고, 어떤 모델이 되는 학교라고 생각해서 보냈다. 그 부분은 소신을 갖고 한 것이지 공교육을 불신하거나 거부한 것은 아니다. 대안학교를 전파하고 그 부분(공교육)도 변화시켰으면 한다는 신념에서 학교에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