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의원 "당헌당규 개정되면 우리당 분당된다"
이기우 의원 "개혁당 출신 의식한 인기 발언이다"
열린우리당의 기간당원 자격조건 완화 문제와 관련, 이기우 의원(수원 권선)이 경기도당 위원장인 유시민 의원(경기 고양 덕양 갑)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 의원은 최근 유 의원이 경기도당 지역위원회를 순회하며 당헌당규 개정에 반대하는 발언을 계속하고 있는 것에 대해 "개혁당 출신을 상대로 한 인기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유시민 의원은 지난 11일 수원에서 있었던 수원 팔달구 지역위원회 호프 번개미팅에 참가, "당 지도부의 당헌당규 개악은 당원 참여정당의 약속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기간당원 자격이 완화되면 당은 지역부터 완전 붕괴한다"며 "(기간당원 자격조건 완화는) 당이 망하는 길이다"라고 주장했다.
최근 화제가 된 '정치 우울증' 이야기로 말문을 연 유 의원은 "요즘 우리당은 전통적 관점에서 보면 거의 난동 수준이다. 나쁘게 말하면 잡탕 정당이고 좋게 말하면 다국적 연합군이다"라며 "기간당원 조건완화를 막지 않으면 도로 민주당이 된다"고 말했다.
유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일부 평당원들이 당지도부의 당헌당규 개정 움직임에 대해 당원 중심 정당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며 반발하는 것과 입장을 같이 하는 것이다.
당 지도부는 현재 매달 2천원씩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할 경우에만 주어지는 기간당원 자격조건을 완화, 연간 1만원 이상 회비를 내고 일정 정도 당원 교육을 이수한 경우에도 기간당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당헌당규 개정안을 마련했다.
이날 번개 모임에 뒤늦게 참석했던 이기우 의원은 12일 여의도통신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유 의원의 최근 행보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이 의원은 "인기 발언도 아니고... 당이 붕괴된다느니, 사실상 분당 이야기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며 유 의원을 정면으로 공격했다. 집권 여당으로서 대중정당의 면모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또 "지역에서 도당이 행사를 하는 데도 지역출신 국회의원에게 사전양해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경기도당 운영방식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출했다.
이는 유 의원의 독단적인 도당운영에 대해 경기도내 일부 의원들의 누적된 불만이 '기간당원 자격조건 완화'를 빌미로 수면 위로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열린우리당은 오는 20일 의원총회와 이달 말 중앙위원회에서 당헌당규 개정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당헌당규 개정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
열린우리당 당헌당규 개정 논란의 핵심은 '당원중심 정당'이냐 '대중정당'이냐 하는 것이다.
당은 현행 매달 2천원씩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할 경우에만 기간당원 자격을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의 기간당원은 전당대회 선거인단과 당헌당규상 공직후보자 선출권을 갖게 된다. 당내 의사결정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유시민 의원을 비롯한 개혁당 출신 당원들은 당내 개혁을 위해서는 기간당원 자격조건을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당 지도부는 현재 당헌당규가 보다 많은 사람들을 당원으로 확보하는 데 무리가 있다고 보고 이 규정을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간당원 자격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은 우리 정치 풍토와도 맞지 않고 집권 여당으로서 대중정당의 길을 가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개정안은 '매월 2천원씩 6개월 이상 당비 납부' 기준을 '매월 1천원'으로 인하하고 연납 방식과 현금 납부도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당 지도부의 입장이 알려지자 일부 평당원들은 당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기간당원 자격요건 완화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이들은 '전국 당헌당규 개악저지 비상대책위'를 구성, 지난 10일부터 영등포 중앙당사와 전북도당 당사에서 단식농성을 벌였다. 특히 비대위는 15일 중앙 당사에서 당헌당규 개악저지 전국당원대회 개최를 계획하는 등 당 지도부의 입장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당헌당규 개정 논란은 진성 당원만을 중심으로 한 정당으로 가느냐, 아니면 보다 대중적이고 전국적인 조직을 갖춘 대중정당으로 가느냐는, 당 정체성에 대한 견해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양 진영의 갈등과 대립의 이면에는 당 주도권 장악을 둘러싼 권력투쟁의 성격이 자리하고 있다는 시각이 바로 그것이다. 현행 기준으로는 기간당원을 확보하기 어려운 중진 의원들이 전당대회나 공직자 후보 추천 등에서 밀릴 것을 염려해 자격조건 완화를 추진한다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