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덧 선선한 바람이 불고, 아침에 일어나면 쌀쌀함에 겉옷부터 걸친다.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광복의 달 8월에는 여기저기 나부끼던 거리의 태극기들과 건물 외벽을 멋지게 장식했던 대형 태극기들도 이제는 하나 둘 걷어 가더니, 허전한 거리에 비어있는 태극기 꽂이들을 보니 마음 한 편이 쓸쓸하다.
나라사랑의 마음은 365일 나부껴야 할 텐데 국민들의 애국의 마음이 혹시라도 작아질까 괜한 걱정도 된다. 생각해보면 대한민국의 지금이 있기 위하여 희생하신 분들에 대한 기억을 위하여 행해지는 각종 기념식이나 방송 프로그램, 신문 기사 등은 1년 중 6월 호국보훈의 달에만 집중되어있고, 그나마도 국민들의 호응이 부족하여 정부 행사로 그치고 마는 것이 현실이다.
국가보훈처에 근무하면서 나는 적어도 6월 호국보훈의 달 만이라도 온 국민들이 5월 가정의 달이나, 12월 연말의 분위기에 젖어드는 것처럼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의 숭고한 희생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푹 젖어들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하지만 이제 곧 356일 대한민국 국민들의 가슴속에 나라사랑의 마음이 활활 타오르도록 할 수 있는 조형물이 세워질 수 있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다. 국가보훈처에서는 2010년부터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호국 상징물인 ‘호국보훈의 불꽃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6·25 전쟁의 폐허를 극복하고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이룬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계승하는 호국보훈의 상징을 조성하기 위하여, 또한 대한민국이 현재 처한 분단 상황에서 국민의 나라사랑 정신을 고취하고 나라를 위해 희생, 공헌한 국가유공자를 추모하는 공간 조성을 위하여 ‘호국보훈의 불꽃’이라는 조형물을 건립하고자 하는 것이다.
외국에는 이미 이러한 조형물이 건립되어 365일 국민들로 하여금 감사의 마음을 잊지 않도록 해주고 있다고 한다. 프랑스 파리 개선문 광장에 있는 ‘기억의 불꽃’, 캐나다 오타와 국회의사당 광장에 있는 ‘꺼지지 않는 불’ 등이 그것이다. 외국의 사례를 본다면 시민들이 자주 찾는 곳, 일상생활 속에서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릴 수 있는 장소에 이러한 조형물이 서 있다.
그래서 대한민국 '호국보훈의 불꽃' 건립 위치에 대한 대국민 설문조사에서도 가장 많이 나온 대답이 바로 ‘광화문 광장’ 이었나 보다. 지난 5월 7일~5월 27일 3주간 실시된 대국민 설문조사에 참여한 10만 여명의 국민의 뜻이 광화문 광장으로 모였다고 한다.
아무래도 광화문 광장이 가지고 있는 의미(광화문 광장은 대한민국을 건국했던 곳이고, 6·25전쟁 당시 두 차례의 서울 탈환에 많은 장병들의 피가 서린 호국의 명소) 때문에 국민들이 이 장소를 조형물 건립 최적의 장소로 꼽지 않았을까.
그러나 현재 조형물 부지 제공에 대한 서울시의 입장은 어쩐지 적극적이지가 않은 듯하다. 유공자의 뜻을 기리는 추모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지만 광화문 광장에 추가적인 조형물 건립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서울시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10만 대국민의 여론일 것이다. 많은 국민이 대한민국 호국의 불꽃이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그중에서도 국민들의 일상생활과 멀지 않은 곳, 바로 광화문 광장에서 뜨겁게 타오르길 바라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였으면 한다.
하루빨리 호국보훈의 불꽃이 광화문 광장에서 타오르는 것을 보고 싶다. 대한민국이 호국보훈의 분위기에 푹 빠지는 모습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