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조의 우리문화 편지]
인민군과 팔만대장경
합천 해인사에는 국보 32호 '팔만대장경'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팔만대장경이 아니라 그 경판을 보관하는 국보 52호 '장경판전'이 세계문화유산에 속합니다.
팔만대장경은 동산이기 때문에 세계문화유산이 될 수가 없습니다. 대신 500년 넘도록 경판을 완벽하게 보관하고 있었던 장경판전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입니다.
장경판전은 건물의 앞뒤에 환기창이 있는데 앞면은 위창이 작고, 아래창이 크지만 반대로 뒷면은 위창이 크고, 아래창이 작습니다. 이런 구조가 완벽한 통풍이 되도록 했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여기에 서남향으로 배치하여 직사광선이 들지 않도록 했으며, 내부바닥엔 숯, 횟가루, 소금을 뿌려 습도를 조절하고 해충을 막아낸 것입니다.
1975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현대과학으로 지은 새로운 건물로 옮겼다가 실패하고 원래의 장경판전으로 다시 옮겼다고 하지요.
그런가 하면 비행기 폭격에서 경판을 지킨 이가 있습니다. 고(故) 김영환 장군은 1951년 8월, 가야산에 숨어든 북한군을 소탕하려고 출격했던 공군비행단의 편대장(당시 대령)이었습니다. 그는 폭격지점이 해인사임을 확인하고는 '인민군 수백 명을 놓치더라도 민족의 소중한 문화재인 해인사와 팔만대장경을 결코 폭격할 수 없다'는 소신으로 공격을 포기했다고 합니다.
동명의 영화로 제작된 공전의 히트작이자 공군의 상징이 된 빨간 마후라를 직접 창안한 장본인인 고 김영환 장군은 2010년 초 금관문화훈장 추서로 호국의 보라매에서 이제 문무겸전의 문화재수호 표상이 됐습니다. 이렇듯 문화재는 언제고 우리 곁을 떠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