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현안 긴급점검(1) 쌀시장 개방 협상]
한국농업·농촌·농민이 벼랑 끝 위기에 놓여 있다.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타결 당시 얻어낸 '10년간 쌀 관세화 유예조치'마저 올해 말로 기한이 완료되기 때문에 농민들의 한숨 소리는 더욱 커지고 시름 또한 깊어만 가고 있다.
본지와 여의도통신이 공동으로 2004년 하반기 농정현안과 국회의 움직임을 점검하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쌀시장 개방 협상에 이어 농협법 개정, 추곡수매가 논란, 양곡관리법 개정, 농업-농촌기본법 개정 등도 차례로 다룰 예정이다. 독자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 <편집자주>
국회가 올해 말로 기한이 완료되는 DDA(도하개발아젠다)의 쌀시장 개방 협상과 관련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특히 농민단체들이 적극적인 쌀시장 개방 반대투쟁을 계획하고 있는 가운데, 관련 상임위 소속 의원들과 농촌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대책마련을 위한 활동이 시작되고 있어 주목된다.
◆쌀시장 개방 협상 현황과 쟁점=1994년 타결된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결과 모든 농산물은 '관세화'해야 한다. 그것은 공산품 등 일반적인 수입품과 같이 일정 정도의 관세만 물면 어떤 농산물이든 수출입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10년간 쌀에 대한 관세화 유예조치를 인정받아 올해까지는 제한된 물량(MMA: 최소시장접근물량)만 수입하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이러한 쌀 관세화 유예조치는 올해까지만 인정된다. 우리나라는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약에 따라 올해 안에 이해 당사국들과의 양자협상을 통해 쌀 수입 관세화 여부, 즉 쌀 수입의 완전개방 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4월 이후 미국 등 9개 이해 당사국과 상견례 격인 1차 협상을 마친 후 6월부터는 태국, 미국 등과 2차 협상을 갖고 실질적인 논의를 진전시키는 등 본격적인 협상을 진행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협상의 요점은 간단하다. 현재의 쌀 관세화 유예 상황을 지속시키느냐, 관세화 유예를 포기하고 완전수입 자유화로 가느냐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그러나 협상을 둘러싼 현실은 그리 간단치 않다. 쌀 관세화 유예조치를 연장시키기 위해선 이해 당사국들에게 최소시장접근물량을 원하는 만큼 늘려줘야 하는 등 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하다.
또 그렇다고 관세화 유예조치를 쉽게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식량주권 문제와 농촌경제의 몰락 등 심각한 후유증을 우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한국농업은 진퇴양난의 위기에 빠진 상황이다.
◆농민단체 반대활동 활발=이러한 협상 진행에 대해 농민단체들은 대규모 반대집회를 여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지난 7월 8일부터 전국을 돌며 '쌀개방 반대, 식량주권 사수, 이라크파병 저지를 위한 농민대행진'을 벌였다. 7월 23일엔 서울 대학로에서 3천여 명의 농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WTO 쌀개방 반대, 식량주권 수호, 협동조합 개혁, 이라크파병 저지를 위한 전국마을대표자대회'를 열고 쌀 관세화 유예조치의 지속을 촉구했다. 이 대회에는 서천군농민회가 대표단을 파견, 참석하기도 했다.
전농은 또 오는 9월10일엔 1백만명의 농민이 모이는 대규모 집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전농은 또 '식량주권선언운동'과 이를 통한 '식량자급율 목표치 법제화' 운동을 벌이고 있다. 또다른 농민단체인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 측도 오는 8월 4일 경북 안동에서 2박3일간 3만여 명이 참여하는 가운데 제9회 농업경영인대회를 열고 쌀시장 개방 반대를 촉구할 예정이다.
◆국회의 움직임=국회도 관련 상임위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쌀시장 개방 협상과 관련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김광원 의원) 소속 의원들은 지난 7월 7∼8일 농림부 등의 업무보고 자리에서 '쌀협상시 관세화 유예 관철'을 강력 촉구했다.
특히 이방호 의원(한나라당·경남 사천)은 "최근 정부가 쌀 관세화 유예에서 쌀 관세화로 바뀐 듯한 인상을 주는데 진의가 무엇이냐"며 강력히 질타했고, 김낙성 의원(자민련·충남 당진)도 "농산물 수입을 확대하면서 농산물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꼬집었다.
농해수위 소속 의원들은 8월 초 DDA 농업협상이 벌어지고 있는 스위스 제네바 현장을 직접 방문, 협상 상황 파악 및 지원대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농해수위 상임위원장인 김광원 의원(한나라당·경북 울진영덕영양봉화)은 "상임위 소속 의원들의 대다수가 농촌이 지역구여서 그런지 농촌을 돕자는데 다들 목소리를 같이하고 있다"면서 "쌀개방 협상이 농촌에 피해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가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의도통신=김봉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