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법 개정안 하반기 통과 전망 '오리무중'

신용·경제사업 분리, 중앙회장 권한축소가 최대쟁점

[농정현안 긴급점검(2)농협법 개정]

한국농업·농촌·농민이 벼랑 끝 위기에 놓여 있다.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타결 당시 얻어낸 '10년간 쌀 관세화 유예조치'마저 올해 말로 기한이 완료되기 때문에 농민들의 한숨 소리는 더욱 커지고 시름 또한 깊어만 가고 있다. 본지와 여의도통신이 공동으로 쌀시장 개방 협상, 농협법 개정, 추곡수매가 논란, 양곡관리법 개정, 농업-농촌기본법 개정 등 농정현안을 둘러싼 국회의 움직임을 몇 차례에 걸쳐 점검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독자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 <편집자주>


국회에서 농협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이미 지난 7월 9일 정부가 국회에 관련법 개정안을 제출해 상임위에 계류 중인 상태였는데, 최근엔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이 정부안과 다른 법률안을 의원입법 형태로 발의하겠다고 나서 신용·경제사업 분리 등 쟁점 사항에 대한 논란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주요 쟁점 사항 = 지난 6일 국회 도서관 강당에선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실이 주최한 '농협법 개정안 공청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선 농협법 개정과 관련해 이해관계가 다른 당사자들이 모여 열띤 토론이 벌어졌는데, 가장 쟁점이 된 것은 농협중앙회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는 문제(신·경 분리)였다.

정부와 농협중앙회 등은 기존 정부안의 "농협이 1년 내에 신·경 분리에 대한 계획을 제출하고 이후 논의한다"는 신중론을 주장했다. 장태평 농림부 농정국장은 "(2년 내 신경 분리 등이 주요 내용인) 강 의원이 낸 법안과 정부안은 제출 의도와 철학 등이 기본적으로 일치한다"면서도 "그러나 40년 된 소나무를 옮겨심기 위해선 2∼3년간 준비가 필요하듯 구체적인 준비와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경상 농협중앙회 상무는 아예 "신·경 분리의 효과가 어떨지 아무것도 증명된 것이 없고 수협이 신·경 분리를 했지만 지도사업에 대한 예산이 급격히 축소되는 등 부작용이 있었다"면서 '회의론'을 주장, '현상 유지'를 바라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들 외에도 일선 조합장 대표인 김병원 나주 남평농협 조합장, 김태균 전국축협노조 정책실장 등이 신경분리 효과의 불확실성, 과도한 구조조정 등을 거론하며 반대론을 펼쳤다.

그러나 농민단체와 학계, 전국농협노조 등은 "신·경 분리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할 개혁과제"라며 강기갑 의원이 이날 발표한 '2년 내 신·경 분리 완료 원칙 명문화'를 지지했다.

황의창 전국농민회총연맹 협동조합개혁위원장은 "지난 10년간 농민들은 농협이 농민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향상을 위해 진정한 역할을 하기를 기다렸다"면서 "그러나 농협은 2003년의 경우 2조원의 흑자를 보는 등 매년 흑자지만, 농민을 위해 하는 일이 아무것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또다시 신경분리 연기를 획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필상 전 전국농협노조 정책실장도 "농산물 생산 및 유통 과정을 혁신해 농민에 이익을 줘야할 농협이 신용사업에만 집중해 이익을 챙기는 등 제 마누라는 냉대하고 첩질만 하고 있다"며 "수협의 신경분리 실패는 1조원 넘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부실상황이었기 때문이어서 매년 1조원 이상 흑자를 보는 농협중앙회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반박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또 중앙회장 권한 축소, 시군지부 폐지 등 농협중앙회의 권한 분산 및 역할 축소에 관한 내용이 논란의 대상이 됐다.

정부와 농협중앙회, 일선조합장 대표 등은 "농협중앙회장을 비상임으로 전환하되 각 사업부문의 대표이사에 대한 추천권을 줘 관리 감독권을 줘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노동당, 농민단체 등은 "중앙회장에게 대표이사 추천권을 줄 경우 농협 개혁의 첫 단추인 중앙회장 권한 분산을 실천할 수 없으므로 별도의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대표이사를 인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농협중앙회 시·군 지부에 대해서도 민노당 등은 "교통과 전산 발달로 존재 의의가 사라지고 고비용·저효율의 대명사가 됐다"며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부측과 농협중앙회 등은 '현행 유지' 입장을 고수했다.

이밖에 일선 조합장에 대해 정부는 "조합장의 직업화, 혼탁·과열 선거의 부작용이 있다"며 연임을 2회로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민주노동당과 농민단체 등은 "조합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며 현행 유지를 주장했다.

한편 민주노동당은 '협동조합 정치활동 전면허용'을 주장하기도 했다.

◇ 국회 통과 전망 = 이 같은 논란들로 인해 농협법 개정안이 이번 정기국회 내에 처리되기 어렵지 않느냐는 분석도 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것.

하지만 열린우리당이 "농림부와 농협이 제출한 정부안은 농민들의 의사를 충분히 대변하지 못했다"며 수정안을 준비하고 있는 등 '타협'의 조짐이 보이고 있기도 하다. 이와 관련 열린우리당 이철우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현재 농림부안은 물론 각 단체들이 제출한 의견을 모아 농해수위 내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대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도 "신경 분리 등 협동조합의 원칙과 농민들의 이익을 훼손시키지 않는다면 상임위 차원에서 조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강기갑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낸 안은 지난 10년간 농민들이 싸워온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며 "신경 분리에 동의하고 농민에게 이익이 되는 쪽으로 각 당의 의견이 모아지면 다른 부분들은 추후 개선하는 것으로 양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9월 중순 이후 국회 내 의원 설득 작업과 더불어 현장 농민회를 중심으로 지역구 의원에 대한 압박 작전을 병행하는 등 농협법 개정안의 정기국회내 통과를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농협법 개정안의 정기국회내 통과 여부는 열린우리당이 제출하는 수정안의 내용, 이에 대한 민주노동당 및 농민단체들의 대응 등의 추이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통신=김봉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