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이 공존하는 '퓨전 공방거리'

[탐방]'아름다운 행궁길' 박선우 회장
‘아름다운 행궁길’에 가 보셨나요?

화성행궁에서 팔달문으로 이어지는 약 400m의 거리에 들어선 남창동 ‘아름다운 행궁길’. 한때 수원의 중심상권이었으나, 시 외곽에 신흥상권이 형성되면서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던 이곳이 ‘공방거리’라는 이름으로 다시 살아나고 있다.

옛 영화조차 희미해질 정도로 몰락했던 이 거리가 다시 주목받게 된 계기는 공방이 하나 둘 들어서면서 부터다. 상권 몰락으로 임대료가 저렴해지자 서각, 칠보, 한지, 가죽, 염색, 비누 등 다양한 분야의 공예가들이 이곳에 둥지를 틀면서 서울 인사동에 버금가는 문화의 거리로 탈바꿈하게 된 것.

하지만, 이런 표면적인 변화보다 더 큰 요인이 하나 더 있다. 이곳을 ‘사람들이 찾고 싶은 거리로 만들어 보겠다’는 공예가들의 꿈과 숨은 노력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꿈을 공유하게 된 19명의 공예가들은 스스로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지난 2011년 모임을 만들어 ‘아름다운 행궁길’이라는 정감어린 이름을 지었다.

공예가들의 이런 꿈을 알게 된 수원시와 수원문화재단의 지원도 이어져 지난 2011년부터 ‘공방거리 특화사업’이 본격 추진되면서, 불과 2년사이에 거리의 모습이 확 바뀌었다.

건물 외벽은 아트 기와로 장식됐고, 간판도 공방의 특색을 잘 나타낼 수 있도록 예쁘게 변신했다. 뿐만아니라 전통공예 전시체험관, 노천극장이 생기고, 예술벽화나 도로의 바닥그림도 거리의 품격을 높였다.

이런 변화와 함께, 주말이면 화성행궁을 찾아 온 관광객이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행궁길을 찾게 되고, 각급 학교의 공예 체험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서도 이곳을 연계코스로 추천할 정도가 됐다.

하지만, 아름다운 행궁길 사람들은 이보다 더 큰 꿈을 꾸고 있었다. 지난 1월 ‘아름다운 행궁길’ 회장을 맡게 된 박선우(36.여) 호두야자 대표를 지난 6일 만났다.

박선우 회장은 “아름다운 행궁길은 완성된 것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며 “행궁길이 앞으로 변해갈 모습을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행궁길이 변해가는 모습을 아이들의 시선으로 그려보는 사생대회를 계획하고 있다. 그리고, 그 작품들을 행궁길에 전시해 관광객들도 함께 행궁길의 변화를 지켜볼 수 있도록 하고 싶다.”

행궁길이 어떤 모습으로 변해 가기를 바라느냐고 물었더니, 박 회장은 “정조대왕이 꿈꿨던 사람이 중심이 되는 거리, 모든 사람이 모일 수 있는 거리,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거리가 됐으면 좋겠다”며 “그래서, 공예가 회원들은 물론이고 손님과도 칭찬이나 격려를 주고 받을 수 있도록 가게마다 우체통을 하나씩 설치하는 것을 생각해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행궁길뿐 아니라 화성행궁을 중심으로 신풍동에는 예술가들이 자리를 잡아서 이 일대가 역사와 예술과 문화가 함께 어우러지는 퓨전의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며 “시골 마을 이장님이 동네소식을 알려주던 스피커도 설치해서 고향의 마을길처럼 느낄 수 있도록 가꾸고 싶다”고 강조했다.

박선우 회장이 이런 꿈만 꾸고 있는 것은 아니다. 모임을 이끌어가는 회장으로서 행궁길 사람들의 현실적인 문제들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행궁길이 외형적인 변화와 함께 관광객들의 발길이 늘긴 했지만, 공방의 수익구조는 여전히 열악한 상황이다. 그래서, 박 회장이 구상하고 있는 것이 ‘인터넷 쇼핑몰’이다.

박 회장은 “협동조합 형식으로 출자를 해서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려고 한다. 배송은 공동집하장을 활용하고, 발생하는 수익의 일부를 기금으로 적립해 직원도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공방거리를 찾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면서 거리가 많이 지저분해졌다. 회원들이 공동으로 청소도 하지만, 어려움이 많다”며 “구청에서 청소장비를 지원해 준다면 훨씬 깨끗한 환경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오는 9월 화성행궁 일원에서 열리는 ‘생태교통 페스티벌’도 행궁길 사람들에게는 중요한 행사다. 박 회장은 “교통을 테마로 하는 행사이지만, 크게 보면 자원재생과도 연결이 되기 때문에 재활용품을 활용한 공예제작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행궁길에서 한번은 들러봐야 할 공방을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서각 공방인 ‘나무아저씨’와 칠보 공방인 ‘나녕공방’을 꼽았다.

편집 디자이너이기도 한 박선우 회장은 ‘호두야자’라는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36㎡ 크기의 아담한 가게에는 예쁜 도안들이 인쇄된 수건과 옷들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박 회장은 “공예는 순수 예술과는 다른 상업의 분야다. 행궁길에 조성된 공방거리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민들이 찾아주셔야 한다”며 “화성행궁이나 팔달산을 오시면 꼭 아름다운 행궁길을 들러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