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이거 다들 어디 갔어?"

정무위 국정감사 현장 스케치

국정감사는 국회 의정활동의 꽃이다. 국감 기간이면 어김없이 '스타의원'이 탄생한다. 의원들은 저마다 언론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자료 하나, 문구 하나마다 신경을 쓰며 이 기간 수많은 자료들을 쏟아낸다. 국감 이틀째인 5일도 국회 기자실에는 각종 보도자료들이 쏟아졌다. 기자실을 찾는 의원들의 발길도 잦아졌다.

말 그대로 '섹시한' 기사거리를 찾는 기자들도 이날 교육위, 문광위, 통외통위 등에 몰렸다. '교과서' 문제를 둘러싼 교육위 파행 등 굵직한 기사거리가 이곳에서 쏟아졌기 때문이다.

같은 시각 우리 지역 출신인 남경필 의원이 소속된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 현장. 이날 정무위 국정감사 대상은 국무총리실 산하기관인 비상기획위원회, 국민고충처리위원회, 청소년보호위원회였다. 총리실 산하기관인데다 인사권과 예산집행권이 없는 곳도 있어 정무위 국감에서는 별다른 이슈가 나오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곳이다. 상대적으로 기자들의 관심도 적었다.

이날 오전 기자와 만난 정무위 소속 야당 의원 비서관은 "뭐 이슈가 있겠어요?"라고 되물었다.

"다들 어디 갔어?"

"존경하는 박명광 의원님도 지적하셨듯이... 어, 이거 다들 어디 갔어?"

오후 5시 25분께 청소년보호위원회를 상대로 질의하던 열린우리당 신학용 의원은 동료 의원들이 보이지 않자 이렇게 내뱉었다.

국감장의 의원 자리는 휑하니 비어 있었다. 21명의 의원 중 자리를 지킨 의원은 모두 8명(한나라당 이계경 유승민, 민주당 이승희, 열린우리당 김현미 채수찬 전병헌 이근식 신학용 의원). 그 순간 국감장에 출석한 3개 기관 공무원들은 50여명이었다.

의원들은 자신의 질의를 끝내고 나면 자리를 떴다. 오전 국감에 불참한 열린우리당 이상경 의원은 자신의 질의 순서가 끝나자 자리를 비웠다.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도 오전에만 3번이나 자리를 비웠다. 질의는 점점 맥이 빠져가고 있었다.

의원들의 빈 책상 위에는 고충처리위원회와 비상기획위원회가 제출한 500여쪽의 자료가 주인을 잃은 채 놓여 있었다.

정무위 소속 보좌관들은 정무위 국정감사의 꽃이 금융감독위원회라고 입을 모은다. 오는 11일로 예정된 금감위 국정감사일에는 각 의원실 마다 주력부대(?)를 투입, 승부를 볼 계획이라는 것이다.

"금감위가 국정감사 꽃이지. 이슈도 많이 있고, 잘만 하면 언론도 타니까."

정무위 소속 의원의 한 보좌진의 고백은 거꾸로 이날 3개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의 중요도가 다른 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예산 드리면 잘하실 수 있죠?"

고충처리위원회, 비상기획위원회, 청소년보호위원회는 말 그대로 국무총리실 산하기관이다. 자체 예산 편성권도 없고 인사권도 가지지 못한다. 그야말로 위원장의 조직장악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고충처리위원회 위원장은 비상임이다. 아무런 권한도 없다. 권한이 없는 위원장을 앉혀놓고 하는 국감이라 아무래도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 언론의 관심도 상대적으로 덜하다.

이날 오후 6시 55분. 정무위 감사장을 지킨 기자는 여의도통신 기자뿐이었다. 오전 내내 국감장을 지켰던 인터넷 매체 기자도, YTN, iTV 방송 카메라 기자도 모두 자리를 떴다.

전날 국무조정실 감사를 앞두고 경쟁하듯 보도자료를 냈던 것에 비하면 이날 배포된 보도자료 양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질의 순서를 기다리는 의원들은 눈을 감거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질의도 기관의 '고충' 해소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늘었다.

의원= "예산권도 없으시죠? 인사권도 없고요? 그렇게 해서 어떻게 일을 합니까. 개정안을 내세요. 도와드릴 테니까. 예산 집행권을 드릴까요? 그러면 잘하실 수 있나요?"
고충처리위원장= "고맙습니다."(의원 일동 웃음)

의원= "청소년보호위원장에게 묻겠습니다. 지난번에 기업들 대상으로 기부금품 모집한 적 있죠?"
청소년보호위원장= "예, 있습니다."
의원= "그거와 관련돼서 감사원 지적 받은 적 있죠?"
위원장= "예, 있습니다."
의원= (목소리를 높이며)"감사원 지적 이후에도 혹시 있었나요?"
위원장= "없습니다."
의원= "없으면 됐고."(의원 일동 웃음)

"감사종료를 선포합니다"

저녁 7시 59분. 정무위원회 김희선 위원장이 의사봉을 세 번 두드리면서 예정 시각보다 20분 늦게 시작된 정무위 국감은 끝이 났다.

6시간 넘게 끝까지 자리를 지킨 50명의 공무원들은 비로소 자리를 떴다. 열린우리당 채수찬 신학용 김영춘 이상경 박명광, 한나라당 권영세 남경필 박종근 이한구 민주당 이승희 의원 등 10명의 자리는 여전히 비어 있었다.

물론 국정감사가 시작되기 전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기존 '터뜨리기식' 국감을 지양하겠다고 밝혔다. 그들은 정책감사, 대안을 제시하는 감사가 되도록 하겠다고 국민들에게 다짐했었다.

<여의도통신=김동현 기자>

 

"비기위 대테러 대책은 있나?"

남경필 의원 정무위 국감서 추궁

국회 정무위 소속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은 5일 비상기획위원회(비기위) 국정감사에서 대테러 대비와 관련한 비기위 역할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남 의원은 "국가안보와 전쟁 개념의 변화에 따라 비기위의 대책도 변화해야 하지 않느냐"며 비기위의 국가위기 대처에 대한 능동적 변화를 촉구했다.

남 의원은 "어제 국무조정실 국감에서 한덕수 국조실장은 '테러 준비는 비기위가 한다'고 했는데 도대체 역할 분담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느냐"며 최근 알카에다의 한국에 대한 테러 위협과 그에 대한 대처 능력을 따져 물었다.

특히 "북한의 공격이 아닌 테러 조직에 의한 생화학 무기 사태 등이 발생할 경우 비기위가 이에 적절한 조치를 취한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라며 "소신을 갖고 법 개정을 위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비기위가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또 청소년보호위원회 국감에서는 최근 입법 예고된 청소년 성보호 개정 법률안의 인권 침해 우려를 지적했다.

남 의원은 "청소년 성보호 개정 법률안에 따른 세부 신상공개 제도 중 일부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부분이 있다"며 "성범죄에 대한 처벌은 받아야 하지만 죄형법정주의에 의거해야 한다"며 세부 신상정보 공개의 엄격한 적용을 촉구했다.

<여의도통신=김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