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이제 바닥을 쳤다"

위기론 조장이 진짜 위기, 연기금 주식투자 허용해야김진표 의원이 국감장서 내놓은 경제위기 진단과 처방

11일부터 국회 재정경제위는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 등 경제 부처에 대한 국정감사를 벌이고 있다.

국감장에서 여야 의원들은 저마다 '경제위기'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쏟아내고 있다. 때론 여야간에 치열한 논쟁도 벌어진다. 그런 점에서 재경위 국감은 여야간 경제논쟁의 최일선인 셈이다.

첨예한 대립각의 현장에서 참여정부 초기 경제부총리를 지내며 정부의 경제정책을 진두 지휘했던 김진표 의원은 현 경제상황 타개를 위한 나름의 대책을 내놓고 있다. 따라서 여당내 경제통으로 정부의 '속내'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김 의원의 진단은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

11일과 12일, 이틀간 재경부 국감장에서 쏟아낸 김 의원의 경제위기 진단과 처방의 해법을 들여다본다.

   
▲ 12일 과천종합청사내 재정경제부에서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열렸다. 열린우리당 김진표의원이 이헌재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김진석
◇ "경제위기 아니다-경제주체 자신감 극복이 우선"

김진표 의원은 우리 경제가 활력을 되찾는데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것과 같은 위기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 근거로 GDP 성장률과 소비지출 등의 통계자료를 제시한다.

2004년 1/4분기 5.3% 성장에 이어 2/4분기 GDP 성장률이 5.5%를 기록하는 등 상반기에만 5.4%을 기록하고 있고 최종 소비지출도 증가세(0.2%)로 돌아서는 등 객관적 경제지표로 볼 때 '위기상황'은 아니라는 진단이다.

특히 지난해 2/4분기 이래 지속되어온 내수감소 추세가 올해 2/4분기에는 2.2% 증가하고 설비투자도 6.2% 늘고 있는 것은 우리 경제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해석이다.

그는 현 경제상황 반전을 위해서는 경제주체들의 자신감 회복이 먼저라고 강조한다. 설비투자가 살아나고 있는만큼 경제주체들의 자신감만 살아난다면 5% 성장은 무난하게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현 시점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한나라당과 일부 언론의 '위기론' 확산이라는 것이 김 의원의 주장이다.

국내언론이 위기로 확산에 나서고 있는 반면 블롬버그, 파이낸셜 타임스 등 외국 언론은 한국경제가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일부 언론의 경제 위기론 확산의 배경에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는 당내 인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김 의원은 경제지표를 고려할 때 지난 4/4분기에 경제회복 국면에 접어들 수 있었으나 대선자금 수사, 탄핵정국 등 정치사회적 불안 요소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았다고 주장한다. 내수부진, 체감경기 악화에 대해 김 의원은 기업, 노동자, 정치권, 정부 등 경제주체들의 '자신감 회복'이 우선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 "재정지출 확대 필요"

경기회복 처방책으로 김 의원은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한다.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과거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경기부양에 치중했지만 단기적 처방에 불과했다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 김 의원은 사실과 다른 주장이라고 반박한다. 한나라당이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을 당시의 재정규모 증가율은 오히려 낮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금리, 환율정책의 유효성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재정은 경기조절을 위한 가장 유효한 정책수단이라는 것이다. 1조원의 재정지출이 증가할 때 실질성장률은 0.11% 포인트 늘어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김 의원은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공적자금 투입 등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경제위기 극복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최종소비 정부투자 비중이 외환위기 이후 최고수준인 19.8%를 기록했지만 정부투자 증가율(6.8%)이 민간투자 증가율(7.6%)을 밑돌아 재정의 경기조절 역할이 미흡했다는 것이 김 의원의 평가다.

가계, 기업 부문의 경제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적자국채 발행을 통한 투자재원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 12일 과천종합청사내 재정경제부에서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열렸다. 열린우리당 김진표의원이 국감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 "고비용-저효율 구조 극복 필요"

기업투자 부진의 원인에 대해서는 정부 주도의 대기업 위주 성장전략이 낳은 '고비용-저효율 구조'의 결과라고 본다. 노동, 자본 투입량을 늘려 생산량 증대를 추구했던 과거 산업정책이 한계점에 왔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고비용-저효율' 성장구조로 인해 △수출-내수간 양극화 △대기업-중소기업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한다. 따라서 경제양극화 현상을 극복하는 것이 우리 경제의 시급한 과제라고 본다. 장기적 과제로는 경제양극화 현상 극복, 단기적으로 재정지출 확대로 민간소비 및 설비투자를 진작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이를 위해 김 의원은 △수도권 규제 완화 △R&D 투자 강화 △기업도시 등 산학연 연관 지역혁신 클러스터 육성 △외국인 투자유치 확대를 위한 교육, 의료제도 선진화 △10대 차세대 성장산업 및 서비스산업 육성 △브릭스(BRICs), 동남아 등 신시장 창출 노력 강화 등을 정책대안으로 내놓고 있다.

◇ "부품소재산업 육성 주문"

경제 양극화 현상 극복을 강조하는 김 의원은 장기적으로 수출산업 구조 개편의 필요성도 역설한다. 올해 상반기 반도체, 자동차, 무선통신기기, 컴퓨터, 선박 등 5대 주력 수출품목의 비중은 44.7%다. 2002년 42.4%, 2003년 43% 등 5대 수출품목의 수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주력 수출 품목 경기 하락은 전체 경기의 급속한 침체를 유발시킬 수 있다는 것이 김 의원의 판단이다.

김 의원은 수출 성장세 지속을 위해 부품소재산업 육성을 통한 수출상품의 고부가가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원천기술에 대한 대형 R&D 프로젝트에 대한 정부와 기업간 공동추진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한다. 그동안 정부의 부품 소재 R&D 프로젝트가 파급효과가 큰 원천기술보다는 분야별 응용기술에 집중되면서 기업 등 민간 부문과의 체계적 연결고리가 미흡했다는 분석이다.

김 의원은 '선택과 집중'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국내 개발 능력이 높은 핵심 부품소재에 대해서는 투자를 확대하되 국내 개발 능력이 없는 분야에 대해서는 외국 기업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한다.

김 의원은 특히 일본 기업 유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일 FTA 협상의 적극적 활용이 필요하다고 정부에 주문하고 있다.

△ "연.기금 주식 투자 확대"

증시 활성화를 위해서는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 증시가 선진국과 비교할 때 경제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왜소하고 그 가치도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GDP 대비 시가총액이 2003년 말 기준 130%인데 비해 한국은 54%에 불과하다. 증시 안전판으로서 기관투자자와 기금의 비중이 작아 주식시장의 불안정성이 가중되고 있는 것을 증시 저평가의 한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54개 연기금의 여유자금 잔액은 2003년 말 기준 190조 수준. 주식보유 잔액은 7조6000억원이다. 전체 규모의 4% 수준이다. 김 의원은 7조600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가 정부기여금, 금융기관 예치, 채권 투자 등으로 사실상 사장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국민연금의 경우 전체 112조 가운데 주식은 7조1000억원으로 6.3% 수준에 불과하다며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연기금의 주식투자에 대한 안정성 우려에 대해서도 국민연금 최근 10년간 주식투자 평균 수익률(13%)이 채권 운용 수익률(8.1%)보다 높았다는 것이 김 의원의 분석이다.

증시 수요기반을 확충하고 자본시장 육성을 위해서는 연기금의 주식투자가 대폭 허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여의도통신=김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