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진 국무총리 연설은 안 듣겠다"

[현장중계] 남경필, 한나라 본회의장 집단퇴장 주도

25일 이해찬 국무총리의 대통령 시정연설 대독을 앞두고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

야당 의원들은 이날 예정된 이해찬 총리의 시정연설을 '보이콧'하겠다는 강경발언을 쏟아냈다.

"국무총리 해임 결의안을 내야 한다."(김기춘 의원)
"야당을 업신여기는 태도가 계속되고 있다."(이재웅 의원)

본회의 불참을 주장하는 강경파 의원들의 의견이 이어지자 김덕룡 원내대표는 "일단 본회의에 참석한 후 총리의 사과가 없으면 그 자리에서 강력하게 항의하자"고 제안했다.

오전 10시 5분.

김원기 국회의장이 본회의 개회를 선포했다. 의사국장의 의사보고가 이어지자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는 국무위원석에 앉아있는 이해찬 총리에게 다가갔다. 남 의원은 총리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총리는 "심각한 발언도 아니고 대통령을 대신해서 온 자리이기 때문에 적절치 않다"며 야당의 사과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 김원기 국회의장이 회의종료를 알리려는 순간 한나라당 남경필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의사진행 발언을 외치고 있다. ⓒ 김진석

10시 9분. 이해찬 총리가 노무현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대독하기 위해 국회 단상으로 걸어나갔다. 바로 그 순간 남경필 의원을 비롯한 한나라당 의원들이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너무 오만한 것 아닙니까?"(남경필 의원)
"총리 사과하세요. 연설하기 전에 사과하세요."(최구식 의원)

열린우리당 의원석에서 "여기가 시장이냐"며 맞대응했다. 여야 의원들이 내지르는 고함으로 본회의장은 금방 소란스러워졌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국회의장과 의원 여러분. 오늘 정부가 편성한 2005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 계획안을 제17대 첫 정기국회에 제출하고 그 심의를 요청하면서, 참여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을 말씀드리게 된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합니다."

본회의장의 소란에도 불구하고 이해찬 총리는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대신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홍준표 의원 등 10여명의 의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퇴장하기 시작했다. 이어 남경필 의원 등 10여명의 의원들이 더 자리를 떴다. 일부 의원들은 자리를 뜨며 "사과해요"라고 고함을 질렀다. 대다수의 한나라당 의원들은 항의 차원에서 본회의장을 떠났다.

텅 빈 의석을 배경으로 박근혜 대표와 김덕룡 원내대표 등 지도부와 상임위원장 등 20여명의 의원만이 자리를 지켰다.

   
▲ 본회의가 열리기 전 열린우리당 심재덕의원과 김진표의원 등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진석

본회의장을 빠져나온 한나라당 의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환담을 나누기 시작했다. 이 총리의 태도를 문제삼는 의원들도 간혹 있었다. 17대 국회 첫 본회의장 퇴장에 앞장선 남경필 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해찬 총리의 오만함을 거듭 문제삼았다.

"의사보고 할 때 내가 (총리에게) 직접 가서 이야기했다.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니까 총리가 시리어스(심각하게)하게 했던 발언도 아니고 대통령 시정연설 하러 왔기 때문에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시정연설 끝나고 해라, 그러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 이 총리가 거절했다. (총리가) 너무 오만하다. 국회를 인정 못하는 것 아니냐."

한 기자가 "대정부 질문 등 본희의 일정 전부를 보이콧할 것이냐"고 질문하자 남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이해찬 총리의 오만함에 대해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지 정부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총리의 개인적 성품이나 대 야당, 국회 인식에 문제가 있다. 오늘 의총에서 대정부 질문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할 것이다."

이날 한나라당 의원들의 집단퇴장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반쪽짜리 시정연설을 보여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며 여야 모두에게 비판의 화살을 던졌다.

이해찬 총리가 한나라당의 사과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시정연설 대독을 강행하고 이에 반발해 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집단퇴장하는 등 국정감사 이후 여야관계가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여야간 정치적 대결이 치열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여의도통신=김동현 기자>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민족반역자"
이해찬 총리 도대체 무슨 말을 했길래?


한나라당이 문제삼는 것은 이해찬 총리가 지난 18일 유럽순방 중 독일 베를린 주재 특파원 간담회에서 한 발언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해찬 총리는 이날 간담회에서 "한나라당 식대로 하면 역사는 퇴보한다. (한나라당처럼) 북한지원을 반대하면 북한은 붕괴한다. 우리는 북한의 급격한 붕괴를 원하지 않는다"면서 야당을 비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리는 이어서 "조선, 동아는 민족 반역자이다. 전두환 노태우는 용서할 수 있어도 조선, 동아는 그럴 수 없다. 두 신문은 내 손바닥에 있다. 나라를 자신들이 쥐고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권력인 척 하지 말고 역사를 왜곡하지 말라"며 두 거대신문을 맹공했다.

한나라당은 이 총리의 발언이 야당을 폄훼했다고 규정, 총리의 사과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