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이해찬 국무총리의 사과 거부를 이유로 국회 대정부 질문 '보이콧'을 선언한 가운데 열린우리당 이기우 의원이 국회 파행 사태에 대한 답답한 소회를 털어놓았다.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이기우 의원은 한나라당이 이 총리의 발언을 문제삼는 것에 대해 "(총리가) 틀린 이야기를 한 것도 아니지 않느냐"며 파행의 책임이 한나라당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 총리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대정부 질문에서 작심한 듯 이 총리에게 공격을 퍼부은 것이 오히려 파행의 빌미가 됐다는 논지였다.
"(한나라당이) 총리가 차떼기당이라고 한 것을 문제삼는데 안택수 의원도 이야기했듯이 (한나라당도) 인정하는 것 아닙니까? 안 의원도 잘한 것도 많은데 왜 조그만 잘못을 거론하느냐고 이야기하지 않았습니까?"
의원실 구석에 놓여 있는 TV 화면에는 텅빈 국회 본회의장이 비쳐지고 있었다. 이 의원은 발언 중에도 답답한 듯 몇 번이나 TV 화면으로 고개를 돌리곤 했다.
같은 지역구 출신인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이 의장석까지 올라가 관례에 없던 의사진행 발언을 요구한 데 대해서는 단호한 어조로 비판의 화살을 던졌다.
"(본회의장이) 놀이터도 아니지 않습니까. 나이도 그리 많은 것도 아니고 뭐 하자는 겁니까? 모양이 안 좋습니다."
김덕규 부의장이 남경필 의원의 의사진행 발언 요구에 대해 교섭단체간 협의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한 데 대해서는 김 부의장의 사회가 노련했다고 덧붙였다.
국정감사를 끝내고 의욕적 의정활동을 펼치려던 이 의원은 본회의 파행이 못내 아쉬운 듯 했다. 특히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 위헌 판결에 대해서는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전면적 헌법 개정론'을 대안으로 들고 나왔다.
"지금 당장 보십시오. 헌재 판결이 있고 나서 호주제도 위헌 소송 들어간다고 하죠. 한나라당은 4대 법안에 대해 헌재에 제소하겠다고 하고, 이렇게 되면 개별 사안에 대해 각 집단들의 충돌이 불가피합니다. 오늘만 하더라도 헌법재판관에 대한 인사청문회 이야기가 나오지 않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대안은 결국 헌법을 개정하는 길밖에 없다고 봅니다."
'전면적 헌법 개정'이라는 특단의 카드를 대안으로 내민 이 의원은 '헌법 개정'에 대해 당내에서도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내놓고 말들은 하지 않지만 내심 대안은 이것(헌법 개정)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지금 수순이 그렇잖아요. 이런 식으로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땜질식으로 개정하면 안 될 것 같고요. 전면적인 개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헌법 개정 수위와 관련, 이 의원은 대통령 4년 중임제, 행정구조 개편 등이 포함된 전면적이고 획기적인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동안 여권 내부에서 있었던 대통령 중임제가 향후 중요한 정치적 이슈로 등장할 것이라는 게 이 의원의 판단이다.
그리고 그 시기는 내년 중반, 즉 6, 7월께가 될 것이라고 이 의원은 전망했다. 2006년 지방선거 이전에 헌법을 개정해 당의 정치적 입지 강화와 선거 승리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면적 헌법 개정'에 이어 이기우 의원은 이날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미리 배포한 대정부 질문에서 '386의원들은 기생계층'이라고 비판한 데 대해서도 짧지만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맞대응하면 오히려 저들을 키워주는 것 아닙니까? 그렇다고 그냥 미친 개가 짖는다고 보기에도 그렇고…."
이 의원의 발언에서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386 운동권 출신 초선의원들이 충실한 의정활동을 보여줬다는 세간의 평가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났다.
<여의도통신=김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