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은 100m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

여당내 온건중도 표방 '안개모' 발족...심재덕 의원 참여

열린우리당 내 중도 성향 의원들의 모임인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 모임'(안개모)이 1일 아침 8시 국회에서 공식, 발족했다.

   
▲ 심재덕 의원이 김진표 의원과 상의하고 있다. ⓒ김진석
'안개모'는 국가보안법 개폐를 둘러싼 당내 논란 과정에서 국보법 폐지 반대, 대체입법 제정을 주장했던 보수 성향 의원들이 모임을 가진 것이 시초다. 국보법 폐지 논란이 계기가 됐지만 이날 모임에는 당내 중도 온건 그룹 의원들이 대거 참여했다.

'안개모'는 이날 선언문에서 "평소 말이 없던 분들, 한마디 하고 싶어도 꾹꾹 참고 있었던 의원들이 목소리를 내기 위해 모였다"고 밝혔다. 그동안 유시민 의원 등 당 운영과 관련해 목소리를 높였던 소장 개혁파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축되어 있던 온건, 중도 성향의 의원들이 제 목소리를 내겠다는 선언이다.

'안개모' 발족이 여당 내 세력 재편과 관련해 당 안팎의 주목을 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 있다. 모임 초창기부터 관여했던 우리 지역 심재덕 의원도 이날 발족식에 참여, 중도 온건 그룹 의원들과 조우했다.

'안개모' 발족으로 여당 내에서는 벌써부터 당의 중심이 '보수' 쪽으로 쏠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 열린우리당 심재덕의원 ⓒ김진석
열린우리당 당원 게시판에는 벌써부터 '안개모'를 "안에서 개판 치는 모임"이라고 비난하는 글이 올라와 있다. 심재덕 의원 홈페이지에도 심 의원의 '안개모' 가입을 비난하는 글이 올라왔다. 세모라는 네티즌은 "유권자들이 얼마나 개혁을 원했는지 벌써 잊었단 말인가. 개혁하기 싫으면 의원직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미 한쪽에서는 분당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시나리오도 제법 구체적이다. 안개모 소속 의원들과 민주당과의 전략적 제휴 내지는 입당을 전제로 한 통합 정당 출범이 그것이다.

안개모 발족을 분당의 조짐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주로 개혁 정당 출신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들은 당초 출발부터 이념적 스펙트럼이 다양했던 만큼 '교통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정치적 판단을 하고 있다.

또 다른 쪽에서는 열린우리당의 '보수 선회'에 무게를 두고 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보수 언론들은 안개모 발족에 상당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런 당 안팎 분위기 때문인지 '안개모' 소속 의원들은 모임 발족을 당내 이념 노선이나 갈등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극구 부인하고 있다.

안개모 회장을 맡은 유재건 의원은 이날 여의도통신 기자와 만나 "안개모의 공식 발족을 앞두고 언론 등 일부에서 당의 분열이 시작됐다거나 분열을 노리는 불순분자 등의 표현을 쓰고 있는데 이는 명백한 오해"라고 설명했다.

유 의원은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가 아니라 당의 발전과 성공을 위해 모인 것"이라며 당안팎의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키려 하면서도 "개혁은 100m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라는 의미심장한 발언도 했다.

그동안 열린우리당의 개혁 노선이 대국민 설득을 통한 국민적 지지를 얻는데 소홀했다는 온건 중도 성향 의원들의 판단이 깔려있는 대목이다.

이날 발족식에서 이들 의원들은 "당론 형성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기왕 결정된 당의 정책은 이유 없이 수용하고 국회 통과를 위해 천정배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를 돕겠다"면서도 "법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서는 원내대표가 야당과의 협상 과정에서 유연하게 접근할 것을 주문한다"고 밝혔다.

당론으로 결정된 이른바 '4대 개혁 법안'의 통과를 돕겠지만 상황 변화에 따라서는 언제든지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 열린우리당 김진표의원 ⓒ김진석
특히 이날 발족식에서는 행정 관료 경험을 가진 의원들의 모임인 일토삼목회 대표인 우리 지역 김진표 의원이 참석, 축사를 했다.

안개모와 더불어 당내 보수 성향의 목소리를 가진 일토삼목회의 정치적 연대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진표 대표는 축사에서 "여당은 야당과 달리 다양한 정치적 성향을 가진 의원들이 당내 토론을 통해 의견을 모아나가야 한다"며 "야당과 일부 언론이 이같은 다양한 시도를 당내 분열로 보이게 하려는 의도가 있으니 당의 정책이 되기 전까지 의견 표명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안개모 발족으로 그동안 개혁 진영에서는 '개혁의 퇴보'라는 비판을, 보수 진영에서는 '좌파정권'이라는 색깔공세에 시달렸던 열린우리당이 온건 중도라는 쉽지 않는 역할을 수행할 것인지 주목된다.

또한 당내 대표적 보수 성향 의원모임인 안개모와 일토삼목회에 참여하고 있는 심재덕, 김진표 두 의원이 향후 어떤 정치적 행보를 보일 것인지도 관심이다.

<여의도통신=김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