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노선 갈등 본격화"
지난 1일 공식 발족한 열린우리당 내 중도온건 성향 의원들의 모임인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 모임'(안개모)에 대한 언론들의 반응은 한 마디로 이렇게 표현된다.
여당의 '개혁행보'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이는 조선일보 등 일부 보수 언론이나 친노 성향의 인터넷매체 데일리서프라이즈 모두 '안개모' 발족을 당내 노선 갈등의 시작으로 분석했다.
다만 노선 갈등의 원인에 대한 진단은 두 매체가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조선일보는 국정운영과 당 노선에 불만을 가진 의원들이 참았던 불만을 터뜨렸다고 보는 반면 데일리서프라이즈는 개혁세력과의 갈등이 불가피한 중도보수 세력의 결집이라고 보고 있다.
조선일보가 '안개모' 발족을 계기로 여당의 개혁 드라이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면 데일리서프라이즈는 '안개모'가 개혁의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하는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시각은 두 매체의 보도에서도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
조선일보는 10월 30일자 신문에서 "꾹꾹 참던 의원들 모였다"라는 자극적 제목으로 안개모 발족 움직임을 보도했다. 이날 보도에서 조선일보는 안개모 참여 의원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안개모는 당내의 강경 세력에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유시민 의원은 이들에게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고도 했다. 또 여당 내 대체적인 정서와도 떨어져 있다. 이해찬 총리의 한나라당 폄하 발언 이후 수습책을 논의키 위해 29일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도 '선명 개혁노선'을 주장하는 강경론이 우세했다고 한다. 그러나 10월 중순까지만 해도 20여명선을 맴돌던 안개모가 불과 2주일여 만에 두 배 가까운 42명으로 늘어났다. 그만큼 여당 내에도 드러내놓고 말은 못하지만 지금의 국정운영과 당 노선에 불만을 가진 사람이 적지 않다고 볼 수 있다."(조선일보 10월 30일자)
신문법 등 '4대 개혁 입법'에 대해 여당 내에서조차도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열린우리당의 '4대 개혁 입법'에 대한 조선일보의 비판적 보도와 궤를 같이 한다.
이에 비해 데일리서프라이즈는 '개혁추진'의 걸림돌로 '안개모' 발족을 바라보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 안개모의 공식출범과 관련해 여권의 노선대립이 구체화되고 있다. '안개모'의 성격상 기본적으로 '개혁'을 추구하는 강경파와는 달리 야당과의 대화를 강조하는 현실주의적 성향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국가보안법의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개혁세력과의 갈등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엔 국보법 뿐 아니라 모든 개혁입법과 관련된 영역에서도 입장을 분명히 할 방침이다."(데일리서프라이즈 11월 1일자)
'안개모'를 반개혁 세력으로 보는 시각은 진보매체에서는 더 노골적으로 나타난다. 매일노동뉴스는 11월 1일자 보도에서 모임 참석 의원들의 과거 이력을 거론하며 "안개모 소속 의원 중 절반 가량이 반개혁 성향을 띄었거나, 오로지 '당선'만을 위해 철새정치 행태를 답습해온 인물"들이라고 비판했다.
또 안개모 발족이 "원내 과반을 외치며 반개혁적 인사마저 대거 영입했던 열린우리당 스스로 초래한 '파국'"이라고 규정했다.
보수와 진보 진영 매체들간의 '안개모' 발족을 바라보는 시각 차이는 사설이나 칼럼 등에서 보다 노골적으로 확인된다.
10.30 재보선 결과가 나온 10월 31일자 조선일보 사설은 재보선 결과를 거론하며 "민생과 경제를 살려내라는 밑바닥의 소리에 귀 기울이라"며 열린우리당에게 다음과 같이 훈수를 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33.1%의 낮은 투표율 등을 이유로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깎아내리려 해선 안 된다. 이번 투표율은 4곳의 시·도지사를 뽑은 6·5 재·보선 때보다 4.6%포인트나 높아진 것이다. 여권은 이번 선거를 앞두고 국가보안법 폐지 및 형법 개정을 비롯한 4개 쟁점 법안을 '개혁의 상징'인 양 내세워 대대적인 홍보를 했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결국 이번 선거에서 다시 한 번 확인된 민심은 여권이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정치적이고 이념적인 일들에 매달리지 말고 민생과 경제를 살려내라는 밑바닥의 소리에 귀 기울이라는 것이다."
'밑바닥 민심'을 살피라는 조선일보의 주문은 곧 '안개모' 발족의 의의를 되짚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열린우리당 의원 30명 가량이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 모임'(약칭 안개모)을 만들기로 한 것은 이같은 민심을 바로 읽은 결과다. 이들은 창립 선언문 초안에서 '당론 결정 과정에서 이게 아닌데 싶어 한마디 하고 싶어도 꾹꾹 참고 있던 의원들이 모였다'면서 '국민 정서와 동떨어지거나 지나치게 이상적인 개혁 입법은 혼란만 야기할 뿐'이라고 밝혔다. 당 지도부에는 '신중한 국정 운영'과 '여론 존중의 정치'를 당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이 추진하는 '개혁입법'은 혼란만 초래할 뿐이니, 여당은 정신 좀 차리라는 소리다. 오죽하면 여당 내에서조차 보수적 의원들이 모임을 결성하려 하느냐는 태도다. 이쯤되면 조선일보에 대한 '안개모'의 태도는 분명히 확인된 셈이다.
데일리서프라이즈에서는 상지대 김정란 교수의 '안개모는 안개 모자를 벗어라'라는 칼럼이 눈에 띈다.
칼럼에서 김 교수는 '안개모'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터뜨린다. "장수가 총을 맞는데 우리당 의원들은 몸을 사린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지금의 상황을 '전시상황'으로 규정하며 안영근, 김부겸 의원을 '삑사리'의 대명사로 표현한다.
"지금은 전시상황이다. 헌재의 사법 쿠데타에 고무된 한나라당과 조중동은 일체가 되어 한 목소리를 내며 싸우고 있다. 이따금 중앙일보가 다른 목소리를 내는 듯하지만, 근본적으로 이들의 이익은 일치하기 때문에, 이 신문 역시 의구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한다. 그런데, 장수가 얻어맞아서 피를 흘리고 있는데, 일심단결하여 자신들의 정당성을 설득해도 모자랄 형국에 열린우리당은 시쳇말로 '삑사리'나 내고 앉아있다."
김 교수는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총알'을 맞는데 왜 여당 의원들이 나서서 막아주지 않느냐며 비판한다. 그녀의 말을 더 들어보자.
"김부겸 의원과 안영근 의원을 위시한 소위 '안개모' 소속 의원들이 이 '삑사리'의 주된 근원지이다.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온몸으로 총알을 맞으며 전선을 가리켜보이고 있건만, 이들은 전선을 가리키고 있는 대장의 손가락에 때가 끼었느니, 복장이 단정치 못하다느니, 전선은 거기가 아니라느니, 피를 흘리는 모습이 아름답지 않느니 하면서 딴 소리만 하고 앉아 있다. 복장이 터진다."
하나의 팩트를 두고 서로 다른 해석을 하고 있는 사이에 실제 안개모에 가입한 의원들은 자신들이 '당내 분란'의 주인공으로 부각되는 것에 대해 불만이다.
열린우리당 심재덕 의원은 "안개모는 당을 분열하는 모임이 아니다"며 "노무현 대통령이 성공하는 대통령이 되야 한다는 신념 때문에 모임에 가입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심 의원은 "우리와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이제까지 적으로 규정해왔다"며 "이제는 좀더 시각을 넓혀서 다른 사람들을 포용할 수도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또 "한 명의 리더가 한 마디 하면 모두 '예'하고 가던 시대는 갔다. 다양한 주장이 개진된다는 것은 오히려 좋은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안개모'가 분열을 조장한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우회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노출한 것이다.
전대협 정책위원 출신이고 한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4년간 복역했던 이철우 의원(경기 포천.연천) 역시 '안개모'에 대한 언론의 보도에 이의를 제기한다. 대표적 368 운동권 출신인 이 의원이 '안개모'에 가입했다는 보도가 나가자 이 의원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비난의 목소리들이 주를 이뤘다. 이와 관련 이 의원은 최근 의정일기를 통해 '안개모' 가입에 대한 소회를 털어놓았다.
이 의원은 자신과 성향이 다른 '안개모'에 가입한 이유를 "다양한 의견을 나누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현재 국회의원 모임이 과거 보스 중심의 계파가 아닌만큼 다양한 사람을 만나서 의견을 듣고 자신이 가진 생각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지금 열린우리당 내에는 많은 의원 모임이 있습니다. 물론 제각각 성향이 다른 의원들이 이합집산 하지만 그것이 당의 분열이나 갈등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저도 7-8개의 모임에 가입하고 있습니다. 386들의 모임에서부터 저와는 전혀 다른 성장배경을 가지고 있는 안개모까지 말입니다. 이 모임들은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대화의 장이지 과거의 계파와 같은 것은 아닙니다. 이 모임들이 제가 정치하는 과정에 도움은 되어도 저를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정치인은 국민과, 당 그리고 자신의 소신이 있으면 됩니다."
갈등을 부추기는 언론 보도에 대한 나름의 의견도 내놓았다.
"물론 언론이나 호사가들은 다양한 분석을 하고 의도적으로 갈등을 부추기기도 하지만 이미 우리의 정치는 이런 것에 영향 받지 않습니다. 대화는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과 하는 것입니다. 매일 만나고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보다는 같은 당에 있더라도 생각이 다른 의원과 대화하고 이해하고 무엇이 국민을 위하는 길인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로 따로는 없습니다. 386이든 운동권이든 관료출신이든 법조인이든 아무런 구애 없이 만나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해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 국회의원의 바른 몸가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서 의견을 듣고 내가 가진 생각도 설득하고 이런 과정이 정치의 시작이고 끝이라 생각합니다."
'안개모' 발족이라는 하나의 팩트를 둘러싸고 빚어진 각기 다른 해석 속에서 정작 참여 의원은 그것이 정치이며 대화의 시작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여의도통신=김동현 기자>
조선일보 10월 31일자 사설 보기(http://www.chosun.com/editorials/news/200410/200410310166.html)
데일리서프라이즈 김정란 교수 칼럼 보기(http://www.dailyseop.com/data/article/8000/0000007667.htm)
열린우리당 이철우 의원 의정일기 보기
(http://www.echulwo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