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덕 의원, 법률안 발의 '관례' 깼다

'제출만 하고 나몰라' 국회 관행에 신선한 충격 높은 평가

"생각만큼 쉽지 않지만 최대한 노력을 다하겠다."

자치단체장의 정당공천 배제와 연임금지 제한 등을 담은 지방자치법과 선거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인 열린우리당 심재덕 의원이 3일 여의도통신 기자에게 털어놓은 소회다.

   
▲ 열린우리당 심재덕 의원 ⓒ김진석
심재덕 의원은 공사석을 가리지 않고 기회가 닿을 때마다 "지방자치는 우리 몸의 다리와 같은 존재"라며 지방자치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민선 수원시장을 두 번이나 역임한 그 자신이 현 지방자치 제도의 문제점을 몸소 겪으면서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누구보다도 절실하게 알고 있다는 말도 자주 했다.

그런 심 의원이기에 국회 입성 후 첫 '작품'은 자치단체장 정당공천 배제와 연임제한 금지 등을 골자로 한 법 개정안 마련이었다. 이미 법제실 검토까지 마쳐 이제 법안을 국회 사무처에 제출하는 절차만 남은 상태다. 법 개정을 위해 심 의원은 지방자치연구회를 조직하고 공청회를 여는 등 자치단체장의 정당공천 배제에 대한 정치권의 여론을 모아왔다.

국회법은 의원발의 법률안의 경우 발의자를 포함해 10인 이상의 찬성으로 발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의원 10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국회 사무처에 제출하면, 해당 상임위에서 법률안 심사 등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현재 심 의원도 개정안을 마련, 의원들의 동의를 얻고 있는 중이다. 심 의원이 기자에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고 털어놓는 것은 의원 동의 과정이 만만치 않기 때문. 개정안 내용에 찬성하는 의원이 결코 적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심 의원이 그동안 '관례'와는 달리 조금은 어려운 길(?)을 가고 있기에 생기는 어려움이다.

그동안 법률안 발의시 다른 의원의 동의를 얻을 경우 보좌진 선에서 찬성 도장을 찍어주는 것이 관례였다. 여당 의원이거나 같은 상임위 소속 의원이 입법 발의할 경우, 법안 내용이 특별한 정치적 이슈가 되지 않는 경우에는 '품앗이'하듯 찬성해줬던 것이다.

   
▲ 열린우리당 심재덕 의원 ⓒ김진석

그래서 때론 관련 법에 찬성한다고 도장을 찍어주고도 그 법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 8월에도 여당의 모 의원 보좌관이 야당 의원의 입법 발의안에 무심코 찬성 도장을 찍어줬다가 낭패를 본 일이 있다.

이번 지방자치법 개정안의 경우도 의원실 보좌진이 해당 상임위 또는 평소 친분이 있는 의원실을 찾아가면 10명으로 못박고 있는 입법 발의 찬성 의원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심 의원은 이처럼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일을 조금은 에둘러 가고 있다. 보좌진이 각 의원실을 찾아가 찬성 도장을 받던 '관례'를 깨고 의원이 다른 의원을 직접 만나 법 개정안 취지를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법을 발의한 의원이 직접 서류를 들고 다른 의원실을 찾아다니는 것은 거의 전례가 없는 보기 드문 일이라는 게 국회 관계자들의 평이다. 심 의원의 방문을 받은 의원실 보좌진들도 처음에는 관례에 없던 일이라 다소 당혹스러워 했다고 심 의원 보좌진이 전했다.

   
▲ 열린우리당 심재덕 의원 ⓒ김진석

고무적인 것은 관례를 깬 심 의원의 행보에 다른 의원들도 조금씩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 노웅래 의원의 경우, 법 개정에 다소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다가 심 의원의 끈질긴 설명에 법 개정의 필요성에 동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심 의원은 3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처음에는 법 개정 취지에 다들 동감해 줄 것이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며 "그래도 꾸준히 의원들을 만나 정치권의 관심을 이끌어내겠다"며 결의를 다졌다.

보좌진에게 맡겨도 되는 일을 직접 챙기는 심 의원의 이런 행보는 그동안 '건수' 위주의 법률안 발의라는 관행 아닌 관행에 신선한 자극제가 되고 있다. 심 의원의 다소 고집스런 '지방자치 철학'이 '지방자치법 개정'이라는 결과를 낳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여의도통신=김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