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신창훈 기자 있으시면 브리핑룸 앞으로 나와 주십시오. 잠깐 이야기할 게 있습니다."
오늘(17일) 오후 2시 30분께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이 국회 브리핑룸을 찾았다. 잠시 브리핑 할 내용이 있다던 남 의원은 난데없이 내일신문 기자를 찾았다. 남 의원의 손에는 이날자 석간 내일신문이 들려 있었다.
브리핑룸에 내일신문 기자가 없는 것을 확인한 남 의원은 이 신문에 보도된 기사에 대해 간단한 브리핑을 했다.
"내일신문 기사에 보면 '이날 여야는 오는 25일 열릴 국회 본회의에 공정거래법 개정안,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안,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특별법 개정안 등을 상정하기로 합의했다. 이라크파병연장 동의안과 김호준 전 문화일보 편집인의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인준동의안도 25일 처리하기로 했다'고 되어 있는데, 김호준 편집인의 국가인권위 상임위원 인준동의안 처리는 사실이다. 하지만 나머지 사안은 논의되거나 합의된 사항이 아니다. 기사가 잘못된 것이고 틀린 내용이다. 어제 합의된 내용은 의사일정 합의안과 25일 본회의에서 김호준 인준동의안 이외에는 없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
문제가 된 내일신문 기사는 "국회 '타협 정치' 조짐 보인다" 제하의 기사(아래 기사 전문 소개). 기금관리기본법과 공정거래법 우선처리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남 의원은 기사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브리핑을 한 후 브리핑룸 복도로 나갔다. 잠시 후 복도가 소란스워졌다. 내일신문 국회 출입기자와 남 의원이 기사 내용을 두고 언쟁을 벌이고 있었다. 내일신문 기자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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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사진> 지난 10일 국회일정 합의 후 남경필의원이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질문을 받고 있다. ⓒ김진석 | ||
"기사는 여야의 입장을 모두 취합하고 확인해서 쓴 것입니다."
남 의원이 말을 받았다.
"기사를 직접 쓰셨습니까."
"제가 쓴 것은 아니지만 담당 기자가 몇 차례에 걸쳐 확인해서 쓴 것입니다."
"저한테 직접 들은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남 의원에게) 전화도 안되는 상황에서 다른 의원들을 취재해서 기사를 만들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남 의원이 기자에게 취재원을 물어봤다.
"누가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까?"
"그런 이야기를 하니까 쓴 것 아닙니까. 사실과 다르다면 의원들 입단속을 시켜야 하는 것 아니에요?"
남경필 의원이 목소리 톤을 높였다.
"아니, 제가 의원들 입단속이나 시키는 사람입니까? 어쨋든 기사는 사실과 다릅니다."
남 의원과 내일신문 기자와의 언쟁이 이어지자 주위에는 10여명의 기자들이 모여들었다. 남 의원은 거듭 기사 내용이 틀린 것이라고 주장했고, 내일신문 기자는 확인해서 기사를 작성한 것이라는 이야기만 되풀이했다.
"저한테 연락이 안되면 항상 배석하는 의사국장에게 확인만 했어도 이런 기사는 나올 수 없습니다."
5분여 간의 언쟁 끝에 남 의원은 더 이상 논쟁을 하기 싫은 듯 마지막 말을 던지듯 내뱉고는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이래서 제가 내일신문 꼭 봅니다."
내일신문 기사를 둘러싼 남 의원과 기자의 논쟁 아닌 논쟁은 이렇게 끝이 났다.
<여의도통신=김동현기자>
| * 다음은 문제가 된 내일신문 기사 전문이다.
2004-11-17 오전 8:35:18 게재
이날 여야는 오는 25일 열릴 국회 본회의에 공정거래법 개정안,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안,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특별법 개정안 등을 상정하기로 합의했다. 이라크파병연장 동의안과 김호준 전 문화일보 편집인의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인준 동의안도 25일 처리하기로 했다. 또 법정처리 시한인 12월 2일까지 정부 예산안 심의를 마무리하도록 노력하되, 안되면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12월 9일까지는 새해 예산안 처리를 마무리한다는 데도 합의했다. 국회는 오늘(17일)부터 각 상임위원회별로 전체회의와 소위원회를 열어 600여개 계류안건에 대한 심의에 들어가고 오는 23일부터 정부의 새해 예산안에 대한 심의에 착수한다. 열린우리당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려는 '50대 민생개혁입법안'을 두고 상임위에서 여야간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안, 공정거래법 개정안, 사립학교법 개정안, 국가보안법 폐지 및 형법 개정안, 진실규명과 화해를 위한 기본법(과거사법) 개정안,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특별법 개정안, 언론관계법 개정안 등은 여야가 쉽게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법안들이다. 16일 있는 수석부대표 회동에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기금관리기본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 처리문제를 논의했다. 한때 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이들 2개 법안을 연계해 오는 25일 처리하기로 합의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실제 논의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입장 차이를 확인하는데 만족했다. 우리당 이종걸 수석부대표는 남경필 수석부대표와 회동 후 가진 브리핑에서 "오늘 양당 간에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고 서로의 입장을 확인했다"면서 "하지만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어찌됐건 당초 일정에 없던 25일에 본회의를 열어, 기금관리기본법과 공정거래법을 상정·처리하기로 합의한 것만으로도 우리당과 한나라당이 향후 국회일정과 법안처리 등을 두고 전향적인 자세를 보인 시발점이라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상생의 정치가 가능하려면 타협과 양보가 필수적이다. 우리당은 국가보안법 등 4대입법안도 타협과 양보가 가능하다는 것을 한나라당측에 전달하고 한나라당 역시 '무조건 반대' 입장을 철회해야 한다. 열린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개혁법안의 본질적인 목적이 훼손당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한나라당과 타협한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우리당 중진인 문희상 의원도 16일 국민정치연구회가 주관한 국민정치학교 강연에서 "의회는 상대가 있는 만큼 최선이 안되면 차선을 택해야 한다"면서 "(4대 입법도) 적절한 선에서 타협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개혁의 성공을 위해서는 속도와 강도의 조절이 필요하다"면서 "국민과 함께 가야 하며 국민보다 반보 앞에서 손을 끌고 같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창훈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