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우 의원 국민연금 제출자료 분석결과
정부 여당이 연기금 의결권 행사를 천명하자 재계가 '연기금 의결권 행사는 과도한 경영간섭'이라며 맞서고 있다.
정부는 주주가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는 논리다. 이에 대해 재계는 연기금이 주식시장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반시장적 정책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팽팽한 입장은 한 치의 물러섬도 없다.
한나라당도 연기금이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경우 기업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정부 여당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은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기우 의원에게 2002년 이후 현재까지 의결권의 구체적 행사 내역 목록을 제출했다.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의결권 반대 행사를 한 경우는 주로 주주 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있을 때 집중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부터 현재까지 국민연금이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한 경우는 632건으로 전체 대상기업(883) 중 71.6%에 이른다. 이 중 회사가 상정한 안건에 대해 찬성(632건 75%)과 중립이(127건, 19.1%) 94%나 됐다. 반대는 31건으로 4.9%에 불과했다. 대부분 회사가 상정한 안건에 대해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반대 의사를 행사한 경우에는 이사 선임이나 재무제표 승인, 주식매수 선택권 등 예민한 사항이 포함되어 있다.
2002년 제일기획의 이사 선임과 임원보수 한도를 늘리려 하자 국민연금은 제일기획이 대주주와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상무보의 e삼성 주식을 사준 것을 문제 삼아 이를 반대했다.
또 삼성전자가 2002년 이사보수 한도를 4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늘리려고 한 것에 대해서도 전년도 순이익이 절반으로 감소했고 스톡옵션에 의해 이사진에게 상당한 보상비용이 지급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반대 의사를 행사했다.
재벌기업의 계열사 주식 매입이나, 이익이 떨어진 상황에서 이사진의 보수만을 올리려고 한 경우 반대 행사를 한 것이다.
재벌기업의 반시장적 행위로 주가가 크게 떨어져 주주(국민연금)가 손해를 입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계열사간 주식을 시세보다 낮게 매입해 시세 차익을 늘려온 재벌기업의 반시장적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이다.
현대모비스가 현대자동차 주식을 시가보다 높은 가격에 매입하려는 경우, 효성이 계열사에 205억원의 낮은 가격에 주식을 양도하려 한 경우, LG상사가 부실 가능성이 큰 LG카드 기업어음을 인수해 준 것도 의결권 반대 행사 대상이었다.
현재 국민연금 기금윤용규정에 따르면 국내 주식운용 의결권 행사는 보유주식 가치의 훼손을 방지하는 방향으로 행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3% 이상의 주식을 갖고 있는 회사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때는 기금운용본부장과 팀장으로 구성된 투자위원회에서 심의·승인을 받아 행사하면 된다. 3% 미만이면 기금운용본부장이 의결권 행사 여부를 결정한다.
<여의도통신=김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