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수입물량·소비자시판율이 최대 관건

'진퇴양난' 처한 쌀협상의 남은 쟁점과 전망

쌀 협상이 막바지 기로에 놓여 있다.
정부는 지난 7개월 동안 중국·미국 등 주요국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협상 시한이 한달 앞으로 다가온 1일 현재 막판까지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는 일단 이달 말까지 협상 타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끝내 타결되지 못할 경우엔 '관세화'에 따른 대책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농민단체 등 일부에선 협상 시한의 연기를 주장하며 전면적 재협상을 주장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자국산 비중 미국 30% 중국 70% 요구

정부는 1일 현재 베이징에서 사실상 최종 공식 협상인 중국과의 제8차 협상을 열고 양측의 입장을 조율하고 있다. 또 정부는 지난주 미국과 실무급 회담을 열고 협상을 진행한 바 있다. 그러나 주요 쟁점에 대한 각국 입장이 강경해 협상은 벽에 부딪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관세화 유예기간 10년에는 대체로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의무수입물량의 분배 비율, 소비자 시판 비중 등 쟁점에 대한 각국 입장을 살펴보면, 미국은 의무수입물량을 2014년까지 8%로 늘리되 소비자 시판 비중을 첫해 45%부터 시작해 최종연도인 2014년에는 75%까지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미국은 의무수입물량 중 자국산 비중을 30%로 늘려달라는 입장이며 중국은 의무수입물량 중 70%를 자국산으로 구매해달라는 입장이다. 2003년 현재 쌀 의무수입물량(소비량의 4%)의 국가별 수입 비율은 중국이 57%, 미국 27%,, 태국 15% 수준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농민과 농민단체들이 관세화 유예에 대한 반대급부로 의무수입물량을 늘려주는 것 자체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 마당에 의무수입물량을 현재보다 2배 이상 늘려주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의무수입량 배분에 대해선 "최근의 수입 실적을 고려해 합리적 배분 원칙을 세우자"며 조율에 나서고 있다.

타결되도 '최악' 안돼도 '관세화'

이렇게 진행되고 있는 협상은 그 타결 여부와 관계없이 우리 농촌에 커다란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협상 타결을 가정하고 의무수입량이 주요 협상국의 요구대로 현재의 4%에서 8% 수준으로 확대된다고 볼 때 쌀 수입 물량은 내년도의 22만6천톤을 시작으로 2014년에는 41만톤으로 늘게 된다.
특히 협상 타결시 기정사실화 될 것으로 보이는 수입쌀의 소비자 시판이 허용될 경우, 국내 쌀 농가들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수입쌀 1만톤이 시중에 판매될 경우 국내 쌀값이 1kg당 10원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즉 이대로 협상이 끝나 미국의 요구대로 내년부터 수입량의 45%가 시판되면 국내 쌀값은 80kg당 8천원이 하락되며 2014년까지 수입량의 75%가 판매될 경우 2만5천원이 하락하게 된다.
또한 정부는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관세화'를 전제로 한 대책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관세화'될 경우 정부는 WTO의 규정에 따라 일정한 관세율을 계산, WTO에 통보하고 90일 동안 전회원국들로부터 검증절차를 밟게 된다. 당연히 쌀 수입은 자유화되고, 국내 쌀 시장의 교란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이에 따라 농민단체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문경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1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현재의 정부 협상안대로 의무수입물량이 8~8.9% 수준에서 결정될 경우 오히려 그냥 관세화하는게 낫다는 연구결과가 있을 정도로 최악의 상황"이라며 "소비자 시판은 불법 수입물량의 증가, 국내쌀 가격의 하락으로 엄청난 시장충격이 예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 의장은 이어 "올해 말까지 협상이 타결 안되면 자동으로 관세화 의무가 발생한다는 정부의 협상태도는 전혀 근거가 없는 잘못된 견해"라며 "조급하게 협상을 마무리지으려 하지 말고 전면적 재협상에 들어가라"고 촉구했다.

<여의도통신=김봉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