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우, 끝내 눈물 떨궜다

[현장중계] 한나라당 색깔론에 울음바다 된 의총장

"역사를 거꾸로 되돌리는 정치세력과 국정을 논해야 한다는 것이 수치스럽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 신상발언을 통해 열린우리당 이철우 의원을 '간첩'이라고 몰아붙이던 날. 이기우 의원은 기자에게 이렇게 되물었다.

전날의 분노와 억울함이 채 가시지 않은 때문이었을까. 9일 오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기우 의원을 비롯, 열린우리당 몇몇 의원들은 결국 눈물을 쏟아냈다. 전날 온 언론의 관심이 쏟아졌던 이철우 의원이 다음과 같이 담담하게 자기 심경을 고백하자 의총장 여기저기서 의원들이 눈시울을 적셨다.

   
▲ 9일 오전 국회 본관 146호실에서 열린우리당 의원총회가 열렸다. 열린우리당 이철우의원이 의원총회에 참석해 신상 발언을 하고 있는 도중 의원총회가 열린 146호는 동료의원들의 울음바다가 되었다.ⓒ여의도통신 김진석

"아침에 차를 타고 오면서 성경 '이사야'를 읽으며 왔다. 이사야는 감옥에서 즐겨 읽어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펼쳐지더라. 집에 갔더니 아내와 어머니, 딸은 씩씩하고 건강하게 있더라. '당신이 감옥에 있을 때도 애 키우고 잘 했는데 걱정 안 된다'고 격려하더라. 유권자들이, 포천연천의 4만 유권자들 그리고 지지자들이 국회로 온다고 난리다.

이 사안은 이미 총선에서 다 알려진 것이다. 지역에서는 이미 다 알고 있다. 지역사람들은 총선 과정에서 그 찌라시를 보고도 본 의원을 지지했다. 지역은 이것에 대해 동요하거나 그렇지 않다 정보 빠른 한나라당이 어제 이 사실을 알았다는 게 의아하다. 집에서 뒤졌더니 고법 판결문이 나왔다. 반국가단체 가입, 회합, 이적표현물 운반, 국가기밀 수집방조(서점에서 산 책 가지고 있었던 것), 이것이 전부다."

   
▲ 9일 오전 국회 본관 146호실에서 열린우리당 의원총회가 열렸다. 열린우리당 이철우의원이 의원총회에 참석해 신상 발언을 하고 있다.ⓒ여의도통신 김진석
70~80년대 군사독재에 항거했던 경험을 가진 의원들은 이 의원의 발언이 이어지자 자신의 옛날이 생각나는 듯 깊은 상념에 잠겼다. 이 의원의 발언은 계속 이어졌다.

"(재판 과정에서) 간첩과 노동당 가입 부분은 빠졌다. 당시 북풍을 일으킬 때, 우리가 고문당할 때, 빨가벗기고, 매타작하고, 심지어 성기 건드리고, 잠 안재우고, 온갖 것들을 당했다. 그러나 혐의는 재판 과정에서 벗겨지고 없어지고 말았다.

대선 끝나고 판결 받았다. 감옥에서 나왔던 사람들은 현재 생활 현장에서 잘 살고 있다. 깨끗이 사면했지 않냐? 국회의원으로서 유권자에게 심판 받았다. 이 시점에서 만천하에 밝혀졌다. 이것은 국보법이 있는 한 대한민국의 헌법기관도 간첩을 만들 수 있는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이철우 의원이 다시 생각하기도 싫은 고문 당한 경험을 털어놓자 의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의총장은 이내 숙연해졌다. 마치 민주화 운동 시절, 차가운 거리에서 싸웠던 그 날을 떠올리는 것 같았다. 이 의원의 담담한 고백은 절정을 향해 치달리고 있었다.

"사법적 대응을 하겠지만, (한나라당은) 그 사실보다 올바로 알고 나아가야 할 길을 알기를 바란다. 공소 사실이 고문에 의해 조작되 사건이다. 판결만이 사실이다. 판결 역시 사실이지마나 진실은 아니다. 역사속에서는 교훈이다. 우리 모두의 사건이고 기록이다. 아침 신문과 방송을 보며 언론인들의 자제와 판단력을 존경하게 되었다. 의원으로서 국보법으로 이 짐을 모두 지고 상함을 국민을 위해 대신 당하고 있다.

사안을 징치하고 정죄하지 않는 의연함이 필요하다. 우리 민족이 의연하게 대응하는 것으로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 간첩, 노동당 가입, 현재 암약한다는 말을 한 것은 범죄다.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의원과 언론인이 함께 고민하면서 국보법 폐지로 종지부를 찍기를 바란다. 사람이 사람다운 사회로 만들어 가기를 바란다. 나를 통해서 만들어 진다면 바랄 것이 없다. 국가보안법 폐지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각인하는 기회로 삼자."

이철우 의원의 발언이 끝나자 의원들은 무거운 침묵을 깨고 박수를 보냈다. 사회를 보던 유기홍 의원은 "눈시울 적시는 의원들이 있다"며 "분노를 희망으로 만들어가자"고 마무리했다.

<여의도통신=김동현 기자>

 

한나라당의 국회 간첩조작사건 규탄 성명서

 

우리는 어제 국민의 최고 대의기관임을 자처하는 대한민국 국회 본회의장에서 역사의 수레바퀴를 가로막고자 하는 수구세력의 추악한 반인륜적 행태를 목도했다.

2004년 12월 8일은 55년 전 국회프락치 사건을 조작해 낸 자유당에 탯줄이 닿아있는 한나라당의 정체성을 확인한, 결국 55년 동안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현주소를 확인한, 한국정치의 낙후성을 확인한 슬픈 날로 한국정치사에 기억 될 것이다.

한나라당은 결국 화해와 평화로 가고 있는 세계사의 변화에는 귀를 틀어막은 채, 3,4,5공화국을 통해 오로지 공안정국 조성으로 일신의 영달을 추구해왔던 ‘간첩 만들기의 추억’에서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소아병적 집단이며 공안조작의 소굴임을 만천하에 선포했다.

“92년 북한조선노동당 입당 이후 지금까지 간첩으로 암약하고 있다”고 하는등의 간첩조작발언은 면책특권이라는 병풍 뒤에 숨어 동료의원의 등에 칼을 꽂는 짓을 감행한 것 일뿐 아니라, 그를 지지했던 연천·포천 지역민에 대해 심각한 모독을 자행 한 것이다.

이번 국회 간첩조작사건은 비단 한나라당 초선의원 몇 명의 작품이 아닐 것이다. 국회 간첩조작사건의 단초를 마련한 ‘미래한국신문’의 편집국장 최노석이 한나라당 부대변인 출신이며, 당시 이 사건을 담당했던 안기부 수사차장보가 정형근 의원이며, ‘미래한국신문’과 한나라당에서 간첩조작사건의 근거로 삼고 있는 것이 당시 작성된 안기부 수사기록이라는 것을 우리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는 국가보안법폐지로 화해와 평화의 한반도시대를 열고자 비등하는 국민적 여론을 어떻게든 되돌려보고자 하는 박근혜 대표, 김덕룡 원내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 차원의 치밀한 준비와 지휘가 있었음을 웅변하는 것이다.

국회의원에게 면책특권을 준 것은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에게 소신껏 의정활동을 하라고 부여한 것이지 당대표의 주구가 되어 대낮에 국회본회의장에서 동료의원에 대한 백색테러를 일삼으라고 부여한 것이 아니다.

박근혜 대표에게 요구한다.
더 늦기 전에 이철우 의원과 연천·포천의 유권자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기 바란다. 또한 ‘이철우 의원 간첩조작사건’의 행동대원으로 나선 네 의원을 출당시키는 것이 분노한 민심의 바다에서 한나라당이 그나마 조금 더 연명하는 길일 것이다.

주성영, 박승환, 김기현, 김정훈 의원에게 요구한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철우 의원에게 사과하고 의원직을 사퇴한다면 한국헌정사에 더럽혀진 채 길이 남을 그 이름들이 조금은 씻겨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우리가 그 책임을 물을 것이다.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동료의원과 그 가족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주성영, 박승환, 김기현, 김정훈 의원을 국회윤리위원회에 제소해서 의원직 제명을 요구 할 것이며, 고소고발을 통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다. 더불어 국회간첩조작사건의 단초를 제공한 미래한국신문 등 관련언론사에 대해서도 응분의 법적책임을 물을 것이다.

‘이철우 의원 간첩조작사건’을 계기로 더 이상 대한민국에서는 백색테러로 국민을 협박한다고 해서 역사의 물줄기를 되돌 수 없다는 준엄한 교훈을 남길 것이다.

2004년 12월 9일

한나라당의 국회간첩조작사건 비상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