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잔을 기울이며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탄성을 지르고, ‘이럴 운명이었어!’라는 정신이 번쩍드는 단언의 소리를 들으면 왠지 마음이 전보다 더 가뿐하고 홀가분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술집, 맛집, 점집은 경기가 안 좋을 때도 불황을 모른다고 하기도 하고, 불황일수록 오히려 더 인기가 많다고도 한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 세 집 가운데 두 집이 먹는 집이다. 음식이 그만큼 우리에게 큰 위로가 되는 셈이다.
●음식은 우리를 위로한다
아이가 세상에 태어났을 때 힘들고 배고프고 지친 마음을 위로해주는 것은 음식이었다. 엄마 젖을 먹고 나서야 아기는 자신이 이 세상에서 환영받고 사랑받게 되었다는 사실을 처음 실감하게 되고 그 기억은 아이의 인생을 관통하게 된다.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도 아이는 먹여주는 누군가의 사랑을 몸으로 기억하는 경험을 반복적으로 하게 된다. 그러니 몸과 마음의 스트레스 때문에 힘든 순간, 따뜻하고 맛난 음식이 절로 생각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의 몸과 마음에 위로가 되는 음식에는 ‘소울푸드’라는 이름도 따라온다. 그만큼 음식은 우리를 위로해주는 가장 원초적이고도 중요한 자원인 셈이다. 그런 면에서 요즘 ‘먹방’이 많아진 것은 그만큼 우리가 살기 팍팍하고 위로가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음을 의미하는 방증이라고 할 수도 있다. 게다가 가장 원초적인 방식인 음식으로 힐링을 추구하는 것은 우리가 무조건적이고 따뜻한 사랑에 얼마나 목말라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먹고살기 힘들었던 시대의 결핍에 대한 반동
사실 앞서 지금이 ‘살기 팍팍한 시대’라고 하기는 했지만 절대적인 기준으로 볼 때 예전에 비해 우리는 배는 곯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다. 먹을거리가 전보다 더 다양하고 풍족한 요즘, 자라면서 굶어본 기억이나 배고픈 절박함을 느끼는 사람은 많이 줄었다. 없어서 못 먹는 시대는 아닌 것이다. 하지만 할머니, 할아버지, 부모님 세대가 경험한 못 먹고 못 살던 시대의 결핍을 직간접적으로 알고 있는 우리는 예전시대 사람들이 겪었던 몸의 허기짐과는 또 다른 마음의 허기짐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서 마음이 허한 순간마다 음식으로 자신을 채우려는 시도를 한다. 예전 시대에 못 먹었던 결핍을 알고 있어 먹방에 더 열광하기도 하고, 마음의 결핍을 몸의 결핍으로 착각해서 음식에 집착하기도 하는 것이다.
●건강한 몸과 행복한 마음을 위해
고대 로마에서는 며칠 동안 쉬지 않고 음식을 먹는 연회가 자주 열렸다는 기록이 있다. 한쪽에서는 굶어 죽는 사람이 많았던 그 시대에 다른 한쪽에서는 다 소화할 수없는 음식을 앞에 두고 단지 맛만 보고 뱉어내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양쪽 모두 음식에 대한 결핍과 강박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이런 극단의 모습은 우리 시대에도 펼쳐진다. 먹방에 열광하는 이면에는 지나치게 마른 몸에 집착해 건강한 방식으로 음식을 먹지 못하고 폭식과 거식을 번갈아 하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의 몸을 전쟁터 삼아 음식과 전쟁 같은 관계를 유지해 나간다. 그러다 보면 결국 그들의 몸과 마음은 모두 황폐화되고 만다. 먹방이든, 다이어트든 언제나 지나친 집착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음식은 본래 우리에게 에너지를 주고 관계를 즐겁게 하는 윤활유 역할을 해왔다. 이를 잊지 말고 음식과 좋은 관계를 맺자. 보기 좋은 음식보다는 몸에 좋은 음식을, 입만 즐거운 음식보다는 영혼까지 달래주는 음식을, 조금 부족한 듯 먹기로 하자. 우리의 건강한 몸과 행복한 마음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