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역 국회의원 의정활동 연말정산④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
한 해가 저물어간다. 대통령 탄핵과 4.15 총선, 그리고 헌재의 행정수도이전 특별법 위헌 파문까지 2004년은 그 어느 때보다도 급격한 변화의 물결에 휩싸인 한 해였다. 그 변화의 바람은 수원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공화당, 민정당, 민자당, 한나라당으로 이어지는 두터운 지역의 보수의 벽을 뚫고 개혁적 세력이라 할 수 있는 열린우리당이 4개 의석 중 3석을 차지했다. 많은 기대를 안고 출발한 17대 국회. 우리 지역 의원들이 보여줬던 올 한해의 의정활동을 점검한다.<편집자 주>
지난 98년 보궐선거에서 최연소 국회의원으로 의정활동을 시작했던 남경필 의원. 그에게 이번 17대 총선은 역대 어느 선거보다도 힘겨운 싸움이었다. 탄핵파동 이후 지역에 불어닥친 변화의 바람과 싸워야 했던 그는 총선 승리로 3선 고지를 밟으면서 많지 않은 나이에 중진 의원이라는 관록을 덤으로 얻게 됐다.
한나라당 개혁 성향 소장파의 선두에서 당내 개혁을 앞장서 촉구했던 그는 이제 3선 의원으로, 그리고 원내수석부대표라는 중요 당직자로서 원내대표와 함께 제1 야당을 진두에서 지휘하고 있다.
젊은 정치인에서 중진의원으로 탈바꿈한 그에게 2004년은 대여 협상 창구로 동분서주한 한 해였다.
△'합리적 보수' 주장, 원내 운영 사실상 지휘
17대 국회의 개원과 더불어 원내수석부대표를 맡게 된 남경필 의원은 개원 초기부터 항상 대여 협상 현장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로 여야간 원구성 합의가 이뤄지지 않거나, 각종 현안과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그는 어김없이 야당의 입장을 대변하며 여당과 맞서거나 협상을 벌였다.
대여 협상을 주도하면서도 남 의원은 때론 당내 비판과 직면하기도 했다. 예결위 상임위화 문제로 여야가 치열한 대립각을 세울 때는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지도부의 협상력 부재를 질타하며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이 원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면서 과거 다수당으로서 가졌던 정치적 주도권을 넘겨줘야 했다. 다수당이 아닌 '소수 야당'의 원내수석으로 야당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하는 남 의원으로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든 한 해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 김덕룡-남경필 체제는 출범 이후부터 줄곧 영남권 의원과 비주류, 강경파 의원들로부터 끊임없는 '사퇴 요구'를 받아야 했다.
남 의원은 17대 국회 개원 초기 한나라당이 제기했던 '국가정체성' 논란을 '신사상논쟁'으로 전환하며 '합리적 보수'를 주창하기도 했다.
당시 남 의원은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합리적 보수는 진보와 상생할 줄 아는 것"이라며 "냉전적 수구보수의 잔재를 떨쳐버리고 새로운 보수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관록있는 국감 활동...우수의원 선정되기도
남경필 의원은 이번 회기 동안 법인세법 개정안과 세계문화유산보존법, 화폐기본법 등 3건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남 의원이 발의한 화폐기본법안은 10만원권 화폐 발행의 근거를 마련해, 정치권에 고액권 화폐 발행 필요성이 공론화되기도 했다. 특히 고액권 화폐 발행과 더불어 리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변경)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또한 남 의원이 대표 발의한 세계문화유산보존법은 수원 화성 성역화 사업의 법적 기반을 마련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화성 성역화라는 대규모 사업에 민간 사업자를 유치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관련 법안은 뒤이어 수원지역 열린우리당 의원들에 의해 제출된 화성보존특별법과 함께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관련 상임위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국정감사 기간 동안 남 의원은 정무위원회와 운영위원회, 두 개의 상임위에서 활약하며 눈코 뜰 새 없는 바쁜 나날을 보냈다.
정무위 감사에서는 금융기관의 의결권을 제한할 경우 삼성도 적대적 M&A에 노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폭로하는가 하면, LG카드 부실에 따른 정부의 대책을 집중 추궁하기도 했다.
카드 부실과 관련해서는 당시 경제부총리였던 김진표 의원의 책임론을 들고 나오기도 해, 지역 의원들 사이에 카드대란과 관련한 극명한 입장 차이가 노출되기도 했다.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차분하며 깊이 있는 정책 대안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NGO모니터단에 의해 국감 우수의원에 선정되기도 했다.
△개혁적 성향 벗고 강성 야당의 지도부로 탈바꿈
한나라당의 개혁을 외치던 소장파 의원에서 3선 중진의원이자 원내 대책 수립 과정에 깊히 관여하는 핵심 당직자가 되면서 남경필 의원의 개혁적 행보는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열린우리당 이철우 의원 파동과 관련해서는 당 지도부 사전 인지설 등 각종 구설수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또한 국가보안법 폐지안 상정, 기금관리법 상정 등 여야간 입장 차이가 현격히 드러나는 각종 법안의 상정 과정에서는 당내 농성과 물리적 저지를 사실상 진두에서 지휘하는 악역을 맡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남경필 의원은 민주노동당과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합리적 보수'의 필요성을 외치며 17대 국회를 시작한 남경필 의원은 2004년 마지막까지 4대 법안 등 여야간 입장이 극명하게 대립되는 각종 법안 처리와 관련해 대여 협상 창구를 맡으면서 '강성' 의원의 모습을 보였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소장 개혁파로서의 신선함보다는 '노회한 정치인'으로 너무 빨리 변하면서 '정치적 조로(早老)'의 과정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비관적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2005년 남경필 의원이 당내 운영과 관련, 자신의 개혁적 성향을 어느 정도 노출시키고 관철시킬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여의도통신=김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