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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의도통신 정지환 대표기자 | ||
지난해 12월 26일 무려 10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양산한 쓰나미(津波, 지진해일)가 인도양 해안을 덮치기 직전의 일이었다. 인도 남동부 해안을 지키던 한 등대지기는 해안가에서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던 수십 마리의 영양(羚羊)이 갑자기 근처 언덕을 향해 필사적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10분 후, 집채만한 해일이 밀려오더니 영양이 뛰놀던 해안가를 삼켜버렸다.
인도 타밀나두주(州) 해안가에 위치한 한 야생동물 보호구역에서도 인간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믿기 힘든 일이 일어났다. 쓰나미가 휩쓸고 지나간 지 일주일이 지났건만 보호구역 안에 있는 2천 마리의 동물 중 단 한 마리만 죽은 채 발견되고 나머지는 모두 무사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 날 이 지역의 삼림을 관리하던 한 인도인은 "해일이 닥치기 전 약 5백 마리의 사슴들이 근처 언덕 꼭대기로 올라가는 것을 봤다"고 증언했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을 비롯해 각종 외신이 전 세계에 타전한 뉴스의 몇 토막이다. 그렇다면 지진해일을 본능적으로 예지하고 사전에 대피했다는 이 '놀라운 동물 이야기'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러나 우리는 그보다 먼저 '놀라운 인간 이야기'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와 관련해 서재정 교수(코넬대 정치학)의 지난 8일자 한겨레 기고문을 꼭 읽어볼 것을 독자에게 권하고 싶다.
이 기고문에 따르면, (1)태평양에는 6기의 지진해일 탐지기가 설치돼 있어 즉각적인 경보와 대응이 가능했던 반면 인도양에는 단 한 기도 설치돼 있지 않았고, (2)그래서 지난해 6월 유엔 해양위원회 회의에서 전문가들이 50만 달러를 들여 인도양에 탐지기 2기를 설치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3)'죽임'을 위한 군사비에는 기꺼이 1조 달러를 지출했던 세계의 어느 나라도 '살림'을 위한 탐지기 설치에는 50만 달러를 투자할 용의를 전혀 보이지 않았으며, (4)그나마 다행히도 태평양 하와이의 미국 지진관측소에서 이 진도 9의 강진을 관측했으나 제일 먼저 통고를 받은 곳은 해일 피해국들이 아니라 인도양에 위치한 미군부대였다.
그러나 '놀라운 인간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지난 1월 10일자 시민의신문에 최방식 편집국장이 기고한 '지구촌 이야기'에 따르면, (1)인도는 쓰나미가 본토를 강타하기 1시간 전 1천2백킬로미터 떨어진 섬의 공군기지가 해일 때문에 쑥대밭이 됐다는 사실을 보고 받고도 이를 무시했으며, (2)태국에선 전직 기상국 관리가 지진 발생 직후 해일에 대비할 것을 알리려고 기상청장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무시를 당했으며, (3)몰디브에선 현직 대통령이 재난을 국민에게 알릴 생각은 하지 않고 요트를 타고 안전한 먼바다로 피신한 사이에 42개의 섬이 폐허가 되었으며, (4)인도네시아의 아체는 정작 최악의 피해지역이었음에도 독재정권의 정보통제로 한동안 구호활동의 사각지대에 놓여져 있었다.
지구상의 대다수 정당 혹은 정치집단은 권력획득을 목적으로 한다. 그리고 그런 정당들은 하나 같이 성장과 개발을 노선과 정책으로 내놓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이 세상에, 설사 권력을 획득하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성장과 개발보다 생명과 평화를 분명하게 주장하는 정당 혹은 정치집단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일까? 그래서 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발견되지만 별 문제의식 없이 지나쳤던 '놀라운 인간 이야기'를 정치인의 입을 통해 들어볼 수는 없는 것일까?
"세계 최대의 시장인 중국에 자동차와 TV를 수출하고 공해산업을 이전해야 우리가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사실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중국의 공업화와 산업화가 가속화됨으로써 발생할 엄청난 공해가 황사와 함께 한반도로 날아올 경우 초래될 환경적 재앙에 대해서도 이제는 말해야 합니다. 동남아의 쓰나미(津波)에서 동북아의 황사(黃砂)를 봐야 하고, 생태와 문명의 위기를 읽어야 합니다."
예컨대 이런 내용의 연설을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나 국회의원 출마자로부터 들어보는 것은 전혀 불가능한 일일까? 지구촌 최대의 재앙 앞에서 동물의 본능에도 미치지 못하는 대처 능력을 보여준 인간들과 '강건너 불구경'을 하고 있는 듯한 정치권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정치의 존재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정지환 여의도통신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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