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개발연구원-수원일보 공동기획]
'새벽을 여는 강연'은 "좋은 사람이 좋은 세상을 만듭니다"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한국인간개발연구원(KHDI)의 조찬강연을 지상중계하는 코너입니다. KHDI가 지난 30년 동안 매주 목요일 오전 7시에 한 회도 거르지 않고 1386회(금주 기준)나 진행해 온 조찬강연은 국내 최다 회수를 기록하며 최고 권위의 강연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정지환 여의도통신 대표기자가 강연 내용을 알기 쉽게 정리하는 한편 중간에 약간의 양념(?)을 쳐서 내어놓는 '새벽을 여는 강연'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편집자주)
“그대들은 맡은 일을 할 때에 삼가 조심하여 하시오. 그대들이 하는 재판은 단순히 사람을 기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대들이 재판할 때에 그대들과 함께 계시는 주님을 기쁘시게 하는 것임을 명심하시오. 주를 두려워하는 일이 한 순간이라도 그대들에게서 떠나지 않도록 하시오. 주 우리의 하나님께서는 불의하지도 않으시며, 치우침도 없으시며, 뇌물을 받지도 않으시니, 재판할 때에 삼가 조심하여 하도록 하시오.”(역대하 19장 6~7절)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다가 물러난 강금실 장관의 후임으로 지난해 7월부터 임기를 시작한 김승규 법무부 장관. 전직 장관과 비교되며 ‘조용한 장관’으로 불리기도 하는 그가 검사 생활을 시작하며 가슴에 새겼던 성경 구절이다. 크리스찬인 김 장관은 구약시절 유다의 왕 여호사밧이 재판관들을 임명하며 했던 이 말을 요즘도 ‘조용하게’ 되새기며 법조인의 초심을 다지곤 한다고 밝혔다.
“프란시스 후쿠야마는 자신의 저서 <국가발전>에서 국가의 역할을 다음과 같은 5가지로 정리한 바 있다. 도로와 항만 등 사회적 인프라 구축, 국방의 유지, 법질서 유지, 개인재산 보호, 거시경제 관리가 바로 그것이다. 후쿠야마는 이 5가지 조건이 성숙한 나라를 선진국으로 분류할 수 있다는 말도 했다. 그런데 그 중에서 법질서 유지와 개인재산 보호 등 2가지가 법무부의 역할과 연결돼 있다. 세계 일류의 법치국가를 만들어서 선진국의 기초를 다지고 국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나의 비전이다.”
김 장관은 자신이 생각하는 법무부의 사명으로 법질서 확립, 인권 보호, 법률 서비스 등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그 중에서도 법질서 확립과 인권 보호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특히 그는 법질서 확립을 위해서는 ‘조용하며 부드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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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승규 법무부 장관 | ||
“일반 국민은 잘 모르겠지만 한국의 소년원은 이 분야에서 세계 일류로 평가된다. 단순한 수용시설에서 벗어나 학교체제로 전화시켜 소년수들에게 졸업장을 수여했더니 재입소율이 일본에 비해 3%나 낮아졌다. 이러한 성과는 미국이나 영국보다 그 효과가 매우 큰 것이다. ‘아버지 학교’를 운영하며 수용자 의식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여주교도소는 세계에서 열 손가락에 들어가는 교화기관으로 성장하고 있다. 사회의 가장 낮은 곳이자 어두운 곳을 변화시킨다면 사회 전체의 수준도 덩달아 올라갈 것이다.”
김 장관은 강연 말미에 앞으로 주력할 2가지 해결 과제를 제시했는데, 불법적인 집단행동과 거짓말을 근절하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거짓말과의 전쟁’에 나서겠다”는 발언이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실제로 그의 설명에 따르면, 지난 2000년에 위증 행위로 기소된 사람이 한국은 1,198명인 반면 일본은 5명에 불과했다. 무고는 2,965명 대 2명, 사기는 50,389명 대 269명, 공문서위조는 2,931명 대 920명, 사문서위조는 2,841명 대 1,921명으로 나타났다. 한해에 59만건에 이르는 고소 사건도 무시할 수 없는데, 그 중의 70~80%가 사기, 배임, 횡령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작 그 중에서 기소되는 비율은 15~17%밖에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법조문에서 거짓말과 관련된 조항을 찾아보니 약 50개가 발견됐다. 외국의 어느 분석에 따르면 인간은 8분마다 1회의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한번 주의해서 신문을 읽어보길 바란다. 사회질서를 무너뜨리는 대다수 범죄가 ‘거짓말’과 관련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동갈비까지 믿을 수 없는 세상이 됐다. 헐값으로 다른 부위의 살을 갈비에다 접착해 수십억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사람들 때문이다. 베트남이나 몽고 등 개발도상국에 가서 취업 알선을 미끼로 사기를 치는 사람도 있다. 오죽하면 후쿠야마가 정직을 생산의 제4요소라고까지 했겠는가.”
이렇게 거짓말과 부정직이 일반화된 세상에선 아무리 검사 수를 늘려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 김 장관의 판단이다. 실제로 한국에선 검사가 1인당 한달 3백건의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데, 이는 30건의 일본에 비해 턱없이 많은 것이라고 한다. 거짓말과 부정직 때문에 치러야 하는 사회적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거니와, 거짓말과 부정직이 통하지 않는 정직한 신뢰사회를 만들면 생산성과 경쟁력이 높은 사회와 국가가 앞당겨질 수 있다고 그는 굳게 믿고 있다. 그러나 김 장관은 생산성과 경쟁력을 강조하다 인권 보호라는 본질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신념도 가지고 있다.
“법치국가의 궁극적 목표는 인권 보호에 있다. 피의자, 피고인, 수용자의 인권을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일과 더불어 피해자가 2차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제도가 필요하다. 범죄피해자우선기본법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정지환 기자 ssal@ngotimes.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