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개발연구원-수원일보 공동기획]
'새벽을 여는 강연'은 "좋은 사람이 좋은 세상을 만듭니다"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한국인간개발연구원(KHDI)의 조찬강연을 지상중계하는 코너입니다. KHDI가 지난 30년 동안 매주 목요일 오전 7시에 한 회도 거르지 않고 1389회(금주 기준)나 진행해 온 조찬강연은 국내 최다 회수를 기록하며 최고 권위의 강연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여의도통신 정지환 대표기자가 내용을 알기 쉽게 정리하는 한편 중간에 약간의 양념(?)을 쳐서 내어놓은 이번 강연은 지난 2월 17일 롯데호텔 2층 에메랄드룸에서 열렸습니다.(편집자주)
역사란 무엇인가? 서울대 총장과 국무총리를 지낸 이수성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이 지난 2월 17일 오전 7시 롯데호텔에서 열린 인간개발연구원 조찬강연의 들머리에 던졌던 화두이다.
역사의 개념을 묻는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은 수없이 존재하거니와, “아무도 회피할 수 없는 준엄한 심판”이라는 아놀드 토인비의 규정도 그 수많은 답변들 중 하나일 것이다. 이 회장이 소개한 이 규정에 따르면, 역사에서 교훈을 얻는 개인과 나라와 민족은 흥왕(興旺)한 반면 그렇지 못한 개인과 나라와 민족은 쇠멸(衰滅)했다. 그렇다면 이 회장이 생각하는, 우리가 결코 회피해선 안 되는 ‘역사의 교훈’은 무엇일까. 그는 두 가지를 거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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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인간개발연구원이 주체한 조찬강연이 열렸다. 총체적 위기극복의 국가경영과 리더십이라는 주제로 이수성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전 국무총리)이 강연을 했다. | ||
“조선 선조(宣祖) 이후 고질병처럼 뿌리내린 ‘분열주의’도 반드시 우리가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대비의 죽음을 맞아 상복을 6개월 입어야 할지, 3개월 입어야 할지를 두고 당파 싸움을 벌이다가 삭탈관직도 부족해 귀양과 사약까지 난무했던 붕당정치의 폐해는 너무나 크다. 우군(友軍)이 아니면 모두 적군(敵軍)이라는 이 극단적 분열주의가 상해 임시정부와 미주 대한국민회 시절에도 어김없이 재연됐음은 물론이다. 예컨대 LA에 한인교회가 무려 1천5백개나 있다는 사실은 이러한 분열주의가 ‘과거완료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임을 잘 보여준다.”
한편 이날 강연 말미에 이수성 회장이 박세직 전 안기부장의 질문에 대해 답했던 발언은 청중의 시선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다음은 그의 답변 중에서 인상적인 몇 가지 대목만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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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인간개발연구원이 주체한 조찬강연이 열렸다. 총체적 위기극복의 국가경영과 리더십이라는 주제로 이수성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전 국무총리)이 강연을 했다. 사진왼쪽부터 장만기 인간개발연구원 회장, 이수성 회장, 조순 전 국무총리. | ||
(이념갈등과 친북세력에 대해) “우리 두 사람이 서 있었던 지점이 달랐기에 ‘관젼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 과거에 북한의 공작금을 받은 세력이 있다고 했는데, 나 역시 보안사에 끌려가 그런 자백을 강요받은 적이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교통사고를 위장해 감쪽같이 죽여버리겠다는 위협까지 했다. 서울대 수학과 제자가 보안사 건물 주변에서 익사체로 발견됐는데 발목에 콘크리트 덩어리가 묶여 있기도 했다. 당시 이런 아픈 현실이 엄연히 있었음도 이제는 인정하자.”
(지역갈등의 책임) “가장 큰 책임은 박정희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에게 있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사실 지역갈등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나 이익과는 조금도 관련이 없다. 결국에는 일부 지도자의 정치적 목적 때문에 조장된 신화에 불과하다. 대통령 하나 해먹자고 지역갈등을 조장한 것은 반역사적이고 반민족적인 행위이다.”
(세대갈등의 책임) “대학생들이 반독재 민주화 투쟁에서 출발했지만 사회주의 혁명으로 경도된 것은 사실이다. 우리 사회에 사상이 의심스런 자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본다. 그러나 다수의 대학생들에게 그런 시대착오적인 사회주의 사상이 먹히도록 분위기와 조건을 제공한 책임이 정부와 기성세대에게도 일정 정도 있음을 인정하자. 그래야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
(햇볕정책과 6.15공동선언에 대해) “6.15 남북공동선언이 문제라면 7.4 남북공동성명에도 문제가 있다는 말이 된다. 두 사건 모두 엄격히 보자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국가 이익을 위한 것이므로 용납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다른 것은 몰라도 햇볕정책과 6.15 남북공동선언이 일반 국민들로 하여금 전쟁의 위협과 불안으로부터 해방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준 것은 커다란 공로라고 할 수 있다.”
이수성 회장은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는 것으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하늘이 이 나라와 민족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일부 지도자의 잘못이 있긴 했지만 대다수 일반 국민은 이 나라를 다정(多情)한 사랑의 민족으로 만들어 왔다. 콜로세움과 검투사, 단두대와 교수형, 아우슈비츠와 홀로코스트, 영국과 미국의 원주민 학살 같은 극단적 비극의 원죄가 없는 우리는 하늘이 벌할 수 없는 민족이다. 황우석 교수와 한류(韓流)는 그런 우리에게 내려준 축복의 선물이다. 총체적 위기 속에서도 결코 희망을 버릴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지환 기자 ssal@ngotimes.net
이수성 회장의 삶과 이력
▲ 서울대 법학과 졸업(1961)
▲ 서울대 법학 석·박사(1964-76)
▲ 서울대 법과대 조교수, 부교수, 교수(1972-95)
▲ 서울대 학생처장(1980)
▲ 한국형사정책학회 회장(1985-89)
▲ 서울대 법과대 학장(1988-90)
▲ 제20대 서울대 총장(1995)
▲ 제29대 국무총리(1995-97)
▲ 신한국당 상임고문(1997)
▲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1998-00)
▲ 민주국민당 상임고문(2000-03)
▲ 제16대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2003-현)
▲ 서울대 명예교수(2004-현)
<상훈> 청조근정훈장
<저서> 형법총론, 형사정책, 신뢰와 희망, 정치는 사랑이다 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