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 1시간. 시내버스 배차간격 25~30분
곳곳 차량 고속운행...신호없는 건널목도
지난 21일 시청 앞에서는 원거리 학교 배정에 대한 항의와 재배정을 요구하는 학부모들의 시위가 있었다.
이들은 정자지구내 초등학교(동신초교 등) 졸업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로, 이들의 자녀는 인근 지역의 중학교 대신 3km 떨어진 율전중학교 등으로 배정됐다. 특히 동신초등학교 졸업생의 25%인 44명이 율전중으로 배정됐다.
학부모들은 ‘원거리 학교 배정’으로 인해 등교시간이 무려 1시간(도보시)이 소요될 뿐 아니라, 대중교통편 역시 열악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게다가 백명이 넘는 율전초교 졸업생이 3km 가까이 떨어진 정천중을 1순위로 지망해 이곳으로 배정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결과 정천중과 더 가까이 거주하는 졸업생이 율전중으로 밀려났다는 것이 이들의 하소연이다.
이날 시위를 벌인 학부모의 주장대로, 3km는 학생들이 도보로 통학하기에 먼 거리일까?
이러한 의문을 갖고, 동신초등학교 졸업생을 자녀로 둔 한 학부모의 집에서 율전중학교까지 도보로 ‘등교 체험’해 보기로 했다.
(참고로 이 학부모의 자녀는 ‘5순위’로 지망한 율전중학교에 배정됐다.)
23일 오후 4시 40분, 출발지는 정자 3동에 위치한 삼환아파트. 이 아파트는 동신초등학교와 마주보고 있으며, 인근 대평중학교와는 5분 거리이다.
도로 구획이 잘 돼 있어, 통학로는 비교적 안전했다. 다만 주요 통학로인 선경길 1km 길이의 도로는 차량이 제한속도(시속 80km)에 가까운 속도를 내고 있다.
삼환아파트를 출발한 지 20분, 성대역에서 수원역까지 이르는 선경길 도로변을 따라 걷다가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가 나왔다.
인근 롯데마트로 접어드는 이 도로는 편도 2차선의 비교적 협소한 건널목이지만, 선경길에서 빠르게 진입하는 차량에 대한 주의가 필요했다.
출발 후 25분이 지나 성대지하차도로 접어드는 교차로에 이르렀다. 과천~의왕간 도로로 진입하는 도로인 탓에 차량은 고속으로 운행되고 있었다.
신호등을 건너 8분여 동안 비탈길을 걸어올라가면서, 기자의 발걸음은 오히려 빨라졌다. 이날 쉬지 않고 부는 바람은 체감온도를 더욱 떨어뜨리기 충분했기 때문이다.
비탈길의 정점에 이르자 성대 앞 사거리에 도착했다. 작년 12월 7일 개통한 밤밭 고가차로가 이어진 사거리여서 차량은 제 속도를 내며 통과했다.
이 때문에 보행신호에 맞춰 횡단할 때는 좌우를 살피는 주의가 필요하기도 했다.
차량용 신호가 파란 등에서 적색으로 바뀔 시점에 통행하는 차량이 발생 가능하기 때문이다.
출발 35분 경과, 성대역 환승주차장을 지나서 율전지하차도에 다다랐다. 이곳은 도로가 협소할 뿐 아니라 횡단보도 표시도 제대로 돼 있지 않았다.
이윽고 삼환아파트를 출발해서 45분이 경과된 5시 25분 율전중학교에 도착했다. 이날 기자가 도보로 등교체험하며 냈던 속도는 시속 4~5km 정도였다.
예상 등교로를 도보로 답사한 결과, 갓 초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의 체격과 보폭 등을 고려해 보면 도보 통학시간이 한 시간 정도 소요된다는 학부모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었다.
율전중 인근의 한 주민은 1백 명이 넘는 율전초교 졸업생의 정천중 배정을 놓고 “올해는 (졸업생 학교 배정이) 유별난 케이스”라고 말했다.
또한 율전중 주변의 주민들은 “일부 학부모들은 이 지역 중학교 간에 보이지 않는 수준 차이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대체로 입을 모았다.
이와 관련해 21일 시위현장의 한 학부모는 “일부 학부모들이 정자지구 내 중학교의 교육환경 수준을 높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여러 학부모들은 “학교마다 문제학생이나 성적이 우수한 학생은 있게 마련”이라며 “성적이나 성취도에 있어 환경보다 학생 자신의 노력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율전중학교로 통학할 수 있는 버스노선은 62번, 112번 등이 있다. 출발지인 삼환아파트로 오기 위해 112번 버스를 이용한 기자는 이 노선이 거의 30분 간격으로 운행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62번 노선 역시 112번 버스와 비슷하게 운행간격이 25분이라고 버스정류장 안내도에 명시돼 있다.
운이 좋아 오래 기다리지 않고 버스를 탄다면 20~30분 정도면 율전중에 도착할 수 있다.
그러나 배차간격, 탑승시간 등을 고려해볼 때 이 방법 역시 1시간 가까이 소요될 수 있었다.
삼환아파트에서 율전중학교로 등교체험을 마치며, 작년 11월에 펴낸 수원시 교육청의 ‘중학교 입학 배정 학부모 홍보자료’ 중 일부를 발췌해 본다.
자녀의 근거리 학교 배정을 요구하는 학부모의 목소리가 단지 ‘제 자식 챙기기’로 치부할지는 다음의 자료를 읽고 난 후 판단해야 할 것이다.
‘2005학년도 중학교 신입생 배정 방법 (2004년 11월)’
(전략)
2. 배정 방법
(중략)
마. 입학 희망 인원이 당해 중학교 수용 가능 인원수보다 많을 경우 배정 대상 모든 학생 개개인에 대하여 학생의 출신 초등학교를 기준으로 ‘근거리 중학교 순위’를 부여한 후 배정 과정에서 상위 근거리 중학교 순위자부터 순차적으로 배정한다.
(중략)
5. 근거리 중학교 순위 부여 방법
가. 초등학교에서 중학교까지의 거리를 측정하여 가까운 순서로 1순위부터 5순위까지 정하고, 나머지 중학교는 모두 6순위로 정하여 순위를 부여한다.(단, 거리와 교통편을 함께 고려하여 근거리 순서보다 교통이 편리한 중학교를 상위순위로 부여할 수 있다)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