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분쟁조정 법제화 추진

이기우 의원 '의료사고피해구제법' 제정 방침

지난 1999년 A대학병원에서 신모씨(당시 59세)가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고 1년 만에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신씨 유족들은 대학병원 산부인과 의사 이모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지 6년만에 신모씨 유족은 법원으로부터 산부인과 의사 이씨가 유족에게 4천6백여만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얻어냈다.

의료사고 피해자들이 만든 의료사고가족연합회에 올려진 의료사고 배상판결 중 한 가지다.

이처럼 의료사고는 사건 발생 이후부터 과실책임 유무를 따지기가 쉽지 않다. 일반인이 전문가인 의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과실 유무와 배상금 한도 등 의사와 피해간의 분쟁을 조정할 법적 장치는 마련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열린우리당 이기우 의원(보건복지위 소속)은 의료서비스의 신뢰도를 높이고 의료사고 발생시 피해자와 의사간의 분쟁을 조정할 수 있는 가칭 '의료사고 예방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한다.

미국의 경우 매년 의료사고로 인한 배상금 지출 건수는 1만9천여건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영국도 지난 1999년 조사에 의하면 의료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매년 4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의료사고 조정소와 감정위원회가 제도적으로 마련된 독일의 경우도 연간 분쟁 처리건수 7천여건에 이른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분쟁에 대한 전문적 조사 통계기관이 전무한 상태다. 어느 정도 의료사고가 발생하는지 그 집계조차 불명확하다.

다만 의료사고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건수는 크게 급증하고 있다. 지난 1989년 69건이었던 손해배상 청구 건수는 2003년 755건으로 11배 이상 증가했다.

이 같은 수치도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만 집계한 것이어서 그외의 것을 합치면 대략 연간 1만6천여명이 의료사고로 사망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우리당 이기우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설명하고 있다. /여의도통신 김진석

이에 따라 이기우 의원은 '의료사고 피해구제법'에 의료사고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의료사고로 인한 분쟁시 공정하고 전문적인 의료사고 피해구제위원회를 설치하는 안을 추진한다.

또 의료사고에 대한 신속한 보상제도를 규정, 의료배상 책임보험 또는 공제 가입을 강제 사항으로 규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히 의사들의 요구를 감안, 경미한 과실에 대한 형사처벌 특례를 인정할 방침이다.

이기우 의원실 측은 법안 제정을 위해 의료계와 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 공청회 등을 통해 법안의 구체적 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의료사고에 대해 피해자인 환자와 가해자인 의료인들의 입장 차이가 현저해서 법안 제정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여의도통신=김동현 기자>

'의료사고피해구제법' 제정 의미

의료체계 전반적 재조정 불러일으킬 듯
의료계 반발 만만치 않아 제정까진 난항


의료사고피해구제법이 제정돼 국회를 통과할 경우 이 법안은 기존의 의료체계와 의료분쟁을 획기적으로 바꿔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사고 예방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의료사고피해구제법은 그동안 학계와 소비자단체에서 제정의 필요성이 꾸준하게 제기되어 왔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의료사고로 인한 우리나라의 경제적 비용은 연간 800~1200억원으로 추정된다.

특히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을 경우, 1심 종결에 평균 2.3년, 3심 종결에는 평균 4.6년이 걸려, 환자 가족과 의사 모두에게 시간적, 경제적 손실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공정한 조정과정을 통해 환자들의 피해의식과 불신을 해소하고 분쟁조정에 대한 전문성 및 법적 효력을 갖는 수단으로 국가와 의료체계에 대한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법 제정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

의료분쟁 조정에 대한 법제화 방안은 지난 1980년대부터 논의되어 왔다. 지난 1994년에는 정부,의원 입법안 등이 지속적으로 추진됐으나 관련 단체와 부처간 이견으로 제정에는 실패했다.

16대 국회에서는 이원형 의원의 발의로 관련 법안이 추진됐으나 국회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었다.

의료분쟁 조정법안 제정이 난항을 겪는 이유는 의료분쟁에 대해 환자와 의사들이 관점이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환자(일반인)들은 의료분쟁에 대해 의료사고를 일으켰다고 의심되는 의사들을 조사하고 규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바라는 반면, 의사들은 의료사고는 의료행위에서는 불가피한 필요조건으로 보고 있다.

또 환자들이 의료사고의 보상 가능성과 이에 대한 현실적 제도를 요구하는 반면 의사들은 의료사고의 예방과 과오를 범한 의사에 대한 제제에 사실상 관심이 없다.

특히 환자들이 의료사고에 대한 과실배상의 제도적 장치를 요구하고 의사의 과오에 대한 형사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지만 의사들은 무과실 배상제도와 의사들에게 형사책임을 물리는 방안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여의도통신=김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