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영 광교칼럼] 드디어 마무리된 수원 화성행궁 복원사업

김우영 논설실장 / 시인

일제가 훼손해 사라진 모든 시설 119년 만에 완전 복원

지난 2003년 10월 9일 음악과 연무가 서서히 깔리면서 화성행궁의 정문인 신풍루의 대문이 천천히 열렸던 장면을 기억한다.

정조대왕으로 분한 배우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어서 오라! 후손들이여. 내 너희를 반갑게 맞이하노라...”

그날 화성행궁 개관식이 열렸다. 화성행궁에는 2000명이 넘는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행사가 열린 행궁 안 봉수당에 입장하지 못한 사람들은 신풍루 앞에 설치된 대형 중계화면을 통해 역사적인 순간을 지켜봤다.

사회자는 이번 선거에서 숱한 화제를 모으며 국회의원에 당선된 김준혁 교수였다. 그는 “화성행궁은 온 백성들에게 삶의 희망의 공간이요, 새로운 고향과도 같은 곳”이라고 복원의 의미를 설명했다.

기뻤다. 모두들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일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마음이 착잡했다.

이 일을 가능케 한 그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역사적 대업을 이뤄낸 심재덕 전 시장은 그 자리에 없었다. 대신 2002년 6월 13일 치러진 제3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심재덕 시장을 꺾은 김용서 신임 시장이 잔치의 주빈으로 손님들을 맞았다. 물론 나 역시 멀찍이 서서 감동과 함께 씁쓸함을 느꼈다.

마땅히 이 자리의 맨 앞에 앉아 있어야 할 주역들 가운데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심재덕 전 시장과 이 모습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고 이승언 선생, 그리고 이런저런 이유로 부름을 받지 못했던 많은 화성행궁 복원추진위원회 위원들...

나도 그때 추진위원 중의 한사람으로서 홍보위원장을 맡았었다.

1989년 10월 당시 수원문화원장이었던 고 심재덕 전 수원시장과 고 이종학, 고 김동휘, 고 이승언, 이홍구 선생 등 지역 원로, 문화예술계, 학계, 지역사회단체 대표, 언론계 등 각계에서 모인 42명이 ‘수원화성행궁 복원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전기한 것처럼 나도 발기인에 이어 추진위원으로 참여했고 홍보부장이란 중책을 맡았다.

1989년 10월 6일 열린 화성행궁복원추진위원회 창립총회. 뒷모습 맨 오른쪽이 글쓴이. (사진=수원문화원)
1989년 10월 6일 열린 화성행궁복원추진위원회 창립총회. 뒷모습 맨 오른쪽이 글쓴이. (사진=수원문화원)

추진위는 당시 화성행궁 부지에 신축 예정이던 수원의료원을 다른 곳으로 옮기기 위해 당시 임사빈 경기도지사를 만났다. 심재덕 당시 수원문화원장과 김동휘 선생, 안익승 선생, 이홍구선생 등 추진위원들은 임지사에게 화성행궁 복원의 당위성을 설명한 뒤 수원의료원 이전 신축을 건의했다. 임 지사가 흔쾌히 이 건의를 받아들였기에 화성행궁은 역사의 뒤안길에서 전면으로 다시 등장할 수 있었다. 수원의 역사는 임사빈 지사를 잊으면 절대로 안 될 것이다.

하늘의 도우심인지 복원 추진사업의 핵심이었던 심재덕 원장이 1995년 전국동시지방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 거센 정당의 바람을 뚫고 민선 수원시장으로 당선됐다. 당연히 복원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화성행궁 1단계 복원사업은 1995년에 시작, 2003년 완료됐고 그해 10월 9일 개관식이 열렸다.

화성행궁 개관식. 2003년 10월 9일, 화성행궁 복원 1단계공사가 끝나고 일반에게 공개됐다. (사진=이용창 사단법인 화성연구회 이사)
화성행궁 개관식. 2003년 10월 9일, 화성행궁 복원 1단계공사가 끝나고 일반에게 공개됐다. (사진=이용창 사단법인 화성연구회 이사)

그러나 1단계 복원공사에서는 총 576칸 중 482칸만 복원됐다.

2단계 복원사업은 2021년에 시작됐다. 옛 신풍초등학교 자리에 있었던 우화관(于華館)과 행궁 주차장 자리에 있었던 별주(別廚) 등 1단계 사업에서 복원하지 못한 시설을 복원하는 것이다.

화성행궁은 조선시대 최대 규모의 행궁으로 정조대왕 수원 행차 때마다 이용했다. 은퇴한 뒤에 수원으로 와서 노후를 보내기 위해 만든 공간이기도 했다. 조선시대 최대의 궁중행사였던 정조대왕 모친 혜경궁의 회갑연이 열렸던 역사적인 장소였다, 가난한 백성들에게 쌀을 나누어주고 죽을 끓여주었으며 수원지역 노인들을 초청해 양로연을 베풀어준 곳이기도 했다.

그러나 일제시기 대부분 건물이 철거됐다.

이제 2단계 복원사업이 모두 끝났다.

그리고 며칠 전 개관행사를 알리는 전화를 받았다. 초청장을 보내려고 하는데 주소를 알려달라는 것이다. 당시 추진위원이었던 몇몇 사람의 연락처도 알려달라고 했다. 흐뭇했다

오는 4월 24일 오후 2시30분, 드디어 화성행궁 2단계 복원공사가 끝나고 ‘완전한 모습으로 돌아 온 수원화성행궁 우화관 및 별주 복원 개관식’이 열린다.

‘국왕을 상징하는 전패를 모시고 매달 의례를 진행하던 우화관, 1795년 정조의 어머니 혜경궁의 회갑잔치 음식을 준비했던 별주가 창건 당시 모습을 되찾았습니다. 일제 강점기 훼손되고 사라진 화성행궁이 119년 만에 완전하게 복원되어 개관식을 개최하오니 부디 참석하시어 역사적인 자리를 빛내주시기 바랍니다.’

발송된 초청장의 내용은 위와 같았다.

1989년부터 2024년 올해까지 3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대장정이다. 그동안 심재덕 수원시장과 임사빈 경기도지사를 비롯한 많은 분들이 세상을 떠났다. 나도 나이가 들어 온전한 백발이 되었다.

많은 수원시민들이 화성행궁 완전 복원을 기다려 왔다. 화성행궁과의 특별한 인연이 있는 나의 가슴은 지금 세차게 뛴다.

김우영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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