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보다 쿠팡?] ① 법은 ‘안 날부터 30일’…쿠팡은 자체기준으로 반품창 닫았다

전자상거래법, 계약과 다른 상품 ‘공급 3개월·안 날부터 30일’ 규정쿠팡은 구매 후 30일 지나면 교환·반품 신청 기능 차단환급 의무 위반·중개자 의무 불이행은 공정위 시정조치 대상
전자상거래법과 쿠팡 시스템 간 기준 비교

쿠팡에서 주문하고 결제한 상품에 문제가 생기면 소비자는 어디까지 쿠팡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까. 국가가 유해하다고 판단해 리콜을 명령한 어린이제품을 추적해보니 구매자를 찾아 리콜을 알리는 것까지는 쿠팡 안에서 이뤄졌지만, 그 이후부터는 “소비자가 알아서” 였다. 법이 정한 청약철회 기간과 쿠팡의 자체 반품기준은 달랐고, 기존 결제 대신 판매업체에 계좌번호를 제공해 환불받아야 했다. 수원일보는 리콜 사례를 통해 전자상거래법이 보장한 소비자의 권리가 대형 플랫폼의 시스템에서 실제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후 처리 과정에서 돈과 개인정보가 왜 플랫폼 밖으로 이동하는지, 현행법은 플랫폼의 책임을 어디까지 규정하고 있는지 총 3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전자상거래법은 계약내용과 다르게 이행된 상품에 대해 공급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이면서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0일 이내에 청약철회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쿠팡은 자체적으로 정한 구매 후 30일이 지나면 교환·환불 신청 기능을 차단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쿠팡과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쿠팡에서 판매된 어린이용 제품 구매자는 국가기술표준원의 리콜 통지를 받아도 구매 후 30일이 지나면 쿠팡에서 교환·환불을 신청할 수 없다.

쿠팡의 ‘구매 후 30일’이라는 자체기준과 현행 전자상거래법이 정한 청약철회 기간이 다르기 때문이다.

전자상거래법 제17조 제3항은 재화의 내용이 표시·광고와 다르거나 계약내용과 다르게 이행된 경우 일반적인 청약철회와 별도의 기간을 두고 있다.

이 경우 소비자는 재화를 공급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이면서, 그 사실을 안 날 또는 알 수 있었던 날부터 30일 이내에 청약철회 등을 할 수 있다.

이번 제품의 경우 국가기술표준원의 조사에서 안전기준을 초과한 납이 검출돼 ‘수거·교환 등 명령’ 대상이 됐다.

구매자는 제품을 공급받은 지 3개월이 지나지 않았고, 쿠팡으로부터 리콜 통지를 받아 안전기준 부적합 사실을 안 지도 30일이 지나지 않은 상태였다.

법이 정한 청약철회 기간이 남아 있었던 셈이다.

전자상거래법과 쿠팡 간 교환·환불 관련 비교

청약철회 이후 대금을 돌려주는 절차도 법에 명시돼 있다.

전자상거래법 제18조 제2항은 청약철회 등에 따른 대금 환급 의무를 규정하면서 이 조항에서 통신판매업자의 범위에 ‘소비자로부터 재화 등의 대금을 받은 자 또는 소비자와 통신판매에 관한 계약을 체결한 자’를 포함하고 있다.

재화를 공급한 경우에는 반환받은 날부터 3영업일 이내에 이미 지급받은 대금을 환급해야 한다.

신용카드 등 법에서 정한 결제수단으로 대금을 지급한 경우의 처리 방법도 정해져 있다. 같은 조 제3항은 통신판매업자가 결제업자에게 대금 청구를 정지하거나 취소하도록 요청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거래 과정에 여러 사업자가 관여한 경우에 대한 규정도 있다.

제18조 제11항은 통신판매업자와 재화 등의 대금을 받은 자, 소비자와 통신판매계약을 체결한 자가 동일인이 아닌 경우 청약철회에 따른 대금 환급 관련 의무 이행에 대해 연대해 책임지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쿠팡에서는 리콜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와 관계없이 구매 후 30일이 지났다는 이유로 교환·반품을 신청할 수 없었다. 법이 상품의 문제를 안 시점부터 별도의 청약철회 기간을 보장하고 있지만 쿠팡 시스템에는 이를 행사할 경로가 없었고, 회수·환불 절차마저 쿠팡 밖의 판매업체로 넘어갔다.

쿠팡이 해당 상품의 직접 판매자가 아닌 통신판매중개자라는 점과 별개로 중개자에게 부여된 의무도 있다.

전자상거래법 제20조 제3항은 통신판매중개자가 사이버몰 등을 이용하면서 발생하는 소비자의 불만이나 분쟁 해결을 위해 원인과 피해를 파악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신속하게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제재할 수 있는 규정도 마련돼 있다.

전자상거래법 제32조는 제18조에 따른 환급 관련 의무나 제20조에 따른 통신판매중개자의 의무 등을 위반하거나 이행하지 않은 사업자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위반행위 중지와 법상 의무 이행, 소비자피해 예방·구제 등에 필요한 시정조치를 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청약철회를 방해하는 행위 역시 별도로 금지돼 있다. 전자상거래법 제21조는 거짓 또는 과장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을 사용해 소비자의 청약철회 등을 방해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으며, 이 역시 제32조에 따른 시정조치 대상이 될 수 있다.

시정조치에도 불구하고 위반행위가 반복되거나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등 법에서 정한 경우에는 영업정지 처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번 사례에서 쿠팡의 운영 방식이 이들 조항을 위반했는지 여부는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쿠팡 측은 전자상거래법상 청약철회 기간과 쿠팡의 교환·반품 기준이 다른 이유와 리콜 상품에 별도의 신청 경로를 제공하지 않는 이유, 청약철회에 따른 환급 책임 등에 대해서는 “별도의 공식 답변은 없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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