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도의회 ‘전용 소통 채널’ 사라질 듯 … 재정위기 속 ‘협치’ 시험대
경기도가 경기도의회와의 소통창구 역할을 해 온 협치수석을 임명하지 않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도는 지난 24일 이규진 정무수석과 홍은광 대변인, 이원구 홍보기획관을 임명했지만 협치수석은 임명하지 않았다.
정무수석과 협치수석은 정치권과의 관계를 조율한다는 점에서는 유사하지만 주된 소통 대상이 달랐다. 정무수석은 국회와 정당 등 대외 정무를, 협치수석은 경기도의회와의 현안 조율을 주로 맡아왔다.
도는 업무 중복과 조직 규모를 협치수석 임명의 주요 판단 기준으로 보고 있다.
홍은광 도 대변인은 “협치수석과 정무수석은 영역을 국회와 도의회로 나눌 수 있겠지만 기본적인 성격은 같아 영역이 중첩되는 문제가 있고, 조직을 슬림화해야 한다는 측면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며 “아직 임명 여부를 최종 결정한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인 측면에서 뽑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협치수석을 별도로 두지 않을 경우 도의회와의 소통 업무는 정무수석이 통합해 맡을 전망이다.
지난달 29일 추미애 지사는 남종섭 도의회 의장 등과 가진 ‘민선9기 경기도-경기도의회 간담회’에서 도의회와의 상시적인 소통을 강조했다.
도가 도의회에 제출한 업무보고에서는 ‘도-도의회 상시적 소통기구 구성·운영’을 주요 업무 추진 과제로 제시했다. 예산안과 조례안, 민생 현안 등을 논의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9월부터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추 지사가 민선 9기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재정 위기 타개 과정에서는 도의회와의 조율이 불가피하다. 기존 사업 재검토와 예산 재편에 이어 추가경정예산 등 도의회의 동의와 협조가 필요한 현안이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추 지사도 자신의 SNS를 통해 필수 예산 중심으로 예산을 다시 편성한 뒤 도의회에 설명하고 논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도의회에서는 협치수석의 필요성을 두고 서로 다른 시각이 나온다.
방성환 도의회 국민의힘 대표의원은 “협치를 하자고 했으면 그 역할을 수행할 사람이 있어야 실질적으로 소통하고 조율할 수 있는 것”이라며 “필요성은 인정하면서 정작 역할을 수행할 사람을 두지 않는다면 일방통행식으로 하겠다는 것인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제12대 도의회가 전체 167석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144석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여야 동수였던 제11대와 달라진 정치적 환경이다. 도지사와 도의회 다수당이 모두 민주당인 만큼 민선 8기와 같은 형태의 협치 구조가 필요한지를 두고는 도의회 안팎에서 시각이 엇갈린다.
익명을 요구한 한 도의원은 “위기 상황에서 형식적 요건을 따지는 협치보다는 당정협의 정도로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것”이라며 “오히려 정무라인을 슬림화하는 것이 재정위기의 엄중함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조치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집행부와 의회의 역할이 다른 만큼 의회 전담 소통창구까지 하나로 합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남종섭 경기도의회 의장은 “도의회가 굉장히 큰데 소통 창구가 없으면 서로 다른 생각을 하게 되고 의견 자체가 충돌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가기 때문에 정무수석에게만 맡기는 건 위험하다”며 “의회와 소통하려면 다양한 채널을 열어 놓아야지 하나로 단일화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도는 협치수석의 임명 여부와 도-도의회 간 협치는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이다.
김성중 행정1부지사는 “도 집행부와 도의회는 사실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 협치의 목적이 사라지겠느냐”며 “협치수석 임명에 대해서는 (인사권자인 추 지사가)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