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서 국수가 나오는 날이면 스님들이 웃는다고 한다. 수행 중 별식으로 국수를 먹으며 저절로 미소를 짓는다는 데서 '승소(僧笑)'라는 이름도 생겼다.
장보배 작가의 《스님의 맛》은 바로 이 '승소'에 얽힌 이야기를 찾아 전국 24개 산사를 다닌 기록이다. 작가는 24명의 스님을 만나 국수 한 그릇에 담긴 기억과 인연, 수행의 이야기를 들었다.
책에는 능이 배추 칼국수, 쑥칼국수, 잔치국수, 들깨칼국수, 불일암 국수, 수박동치미 국수, 사과냉면, 팥칼국수 등 24가지 음식이 등장한다. 음식의 조리법만 소개하는 책은 아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손맛을 떠올리는 국수, 출가를 결심하던 때의 기억이 담긴 국수, 고된 수행을 견디게 해준 국수 등 음식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산사의 공양간은 이 책에서 중요한 공간이다. 음식을 만드는 부엌인 동시에 수행자들이 공양을 하고 마음을 다잡는 곳이다. 제철 재료를 살린 국수와 소박한 식탁을 따라가다 보면 사찰음식에 담긴 검박한 생활과 수행의 의미도 엿볼 수 있다. 각 음식의 레시피도 실었다.
저자는 어린 시절 공양주였던 외할머니를 따라 산중 암자에서 지냈던 기억을 바탕으로 템플스테이 현장을 거쳐 약 10년 동안 산사를 기록해왔다. 《현대불교》에 사찰 국수 이야기를 연재하기도 했다.
《스님의 맛》은 음식보다 사람을, 레시피보다 그 음식에 얽힌 시간을 들여다본다. 국수 한 그릇이 때로는 수행의 쉼이 되고, 누군가에게 건네는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스님의 맛》 장보배 지음 | 모과나무 펴냄 | 140쪽 | 2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