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 다음이 주의→위기? … ‘부도' 기준 헤매는 경기도

지방재정법 기준 '재정주의→재정위기→긴급재정관리'추 지사, ‘개인 살림’ 빗댔지만 유동자산, 유동부채의 2.9배"취득세가 줄었으면 늘릴 수 있는 정책부터 마련해야"
추미애 경기도지사 (경기도 제공)
추미애 경기도지사 (경기도 제공)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경기도의 재정 상황을 두고 "사실상 부도 상태"에서 "이대로면 부도"로 한 발 물러섰다. 이미 닥친 '부도'라는 진단이, 앞으로 닥칠 수 있는 '부도 가능성'으로 바뀐 것이다.

추 지사는 지난 1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경기도 실상 제대로 알고나 평가해주세요’라는 글을 올리고 경기도 재정을 ‘개인 살림’으로 비유하며 “예산 대비 채무비율은 숫자만 그럴싸한 빈껍데기 지표일 뿐”이라고 했다.

추 지사는 재정 상황에 대해 7조원대 채무, 취득세 감소, 지방채 증가와 경직성 지출 부담 등을 근거로 경기도의 재정운용 여력이 크게 줄었다고 주장해왔다. 여기에 2024년 경기도의 자산 약 43조3000억원과 부채 약 6조6000억원,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6.1% 증가한 채무, 지방세 수입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취득세 의존도 등을 추가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들 수치가 어느 수준에 이르면 ‘부도’인지 판단 기준은 제시하지 않았다.

지방재정법에 ‘부도’라는 법적 명칭은 없다. 대신 지자체의 재정위험 정도에 따라 재정주의단체와 재정위기단체, 이보다 심각한 긴급재정관리단체를 지정하는 제도가 마련돼 있다.

특히 지방재정법 제60조의3은 소속 공무원의 인건비를 30일 이상 지급하지 못하거나, 상환일이 도래한 채무의 원금 또는 이자를 60일 이상 갚지 못한 경우 긴급재정관리단체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행 법체계에서 지자체의 ‘부도’에 가장 가까운 상황을 규정한 조항이다.

그 이전 단계인 재정주의와 재정위기를 판단하는 정량적 기준도 있다. 예산 대비 채무비율은 25% 초과부터 ‘주의’, 40% 초과부터 ‘위기’ 기준이다. 채무상환비 비율은 각각 12%와 17%다.

하지만 행정안전부가 분기별로 점검하는 경기도의 재정지표는 6개 모두 주의 기준에도 미치지 않는다. 행안부는 “모든 지표가 다 주의 수준 미만”이라고 밝혔고, 경기도 역시 현행 지방재정법상 재정위기단체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8월 10일 보도 「[단독] 정부는 아니라는데 ‘사실상 부도’라는 경기도, ‘위기’인가 ‘엄살’인가」).

경기도 재정에 관여했던 A씨는 “지방재정은 법적 체계에 맞게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고, 현행 기준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면 정부나 국회에 관계 법령 개정을 요구하면 될 일”이라며 “현재 경기도는 ‘주의’에도 해당하지 않는데 이미 ‘부도’라고 한다면 ‘부도’ 다음에 ‘주의’가 오고, 그다음에 ‘위기’가 온다는 말이냐”고 지적했다.

추 지사는 또 경기도 재정을 ‘개인 살림’에 비유하며 법정 지표만으로는 실제 재정상황을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출이 있는데 빌린 돈은 이미 생활비로 써버렸고, 가진 재산은 넉넉하지 않으며 고정지출은 계속 늘어나는데 앞으로 들어올 월급도 안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출 만기가 돌아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장 갚을 것도 아닌데 뭐가 문제냐고 하는 것이 책임 있는 가장이냐”고 했다.

추 지사는 2024년 경기도의 자산 약 43조3000억원, 부채 약 6조6000억원을 제시하면서 “근본적인 문제는 빚은 많은데 갚을 밑천이 넉넉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했다. 자산 대비 부채비율 15.3%를 근거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높다고도 했다.

그러나 경기도의 총자산에는 도로와 하천 등 채무상환을 위해 처분하기 어려운 사회기반시설이 포함돼 있어 이를 개인이 보유한 현금이나 부동산처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

다만 단기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과 1년 이내 갚아야 할 부채를 나타내는 유동자산과 유동부채를 비교하면 경기도의 2024회계연도 유동자산은 4조7779억원, 유동부채는 1조6342억원이다. 유동자산이 유동부채보다 3조1437억원 많고 약 2.9배 규모다.

추 지사의 ‘개인 살림’ 비유대로 1420만 도민을 기준으로 단순 환산하면 도민 1명당 유동자산은 약 33만원, 유동부채는 약 11만원이다. 두 금액을 단순 차감하면 약 22만원의 유동자산이 남는다.

개인의 ‘부도’, 즉 지급불능 상태를 판단할 때도 단순히 빚이 있다는 사실이나 자산 대비 부채비율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지급불능 여부를 채무자의 직업·경력, 자격 또는 기술, 노동능력, 가족관계, 재산·부채의 내역과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현재 재산·신용·수입으로 즉시 변제해야 할 채무를 일반적·계속적으로 변제할 수 없는 객관적인 상태인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09. 3. 2.자 2008마1651 결정).

A씨는 “개인 살림에 빗대려면 전체 빚이 얼마인지뿐 아니라 지금 갚아야 하는 돈과 당장 동원할 수 있는 자산, 앞으로 벌어들일 돈으로 이를 감당할 수 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며 “현재 그나마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지방재정365와 김한슬 경기도의원이 만든 ‘경기도 빚 지도’ 정도인데 이마저도 각 채무의 채권자가 누구인지, 각각의 이자율은 얼마이고 매년 원리금을 얼마나 상환해야 하는지 등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추 지사가 강조한 또 다른 문제는 불안정한 세입구조다.

추 지사는 “올해 경기도 지방세 수입의 약 절반이 취득세”라며 서울 23.5%, 대전 21%와 비교해 의존도가 압도적으로 높다고 주장했다. 이어 “산업경제가 좋아져도 자산도 세입도 개선되지 않는다”며 “취득세 외에 세원이 없다”고 했다.

취득세 의존도가 높은 것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2024년 경기도가 거둔 지방세는 총 15조1114억원이다. 이 가운데 취득세가 7조7655억원으로 51.4%를 차지했다. 지방세의 절반 이상이 취득세인 만큼 부동산 거래 변화에 따른 세수 변동성이 큰 구조라는 추 지사의 지적에는 근거가 있다.

그러나 “취득세 외에 세원이 없다”는 점은 실제 세입구조와 차이가 있다.

같은 해 지방소비세는 3조6295억원(약 24.0%), 지방교육세는 2조791억원(약 13.8%), 등록면허세는 6137억원(약 4.1%), 지역자원시설세는 5014억원(약 3.3%), 레저세는 4455억원(약 2.9%)이 걷혔다.

취득세를 제외한 이들 5개 세목만 합쳐도 7조2692억원으로, 전체 지방세의 약 48.1%에 해당한다. 취득세 7조7655억원과 비교해도 약 4963억원(약 6.4%) 적은 규모다.

A씨는 “취득세 의존도가 높아 부동산 경기 변화에 취약하다는 것과 취득세 외에 세원이 없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며 “취득세 문제를 언급하면서 부동산 경기 변화를 위한 노력은 하지 않고, 법정 기준에도 해당하지 않는 상황에서 ‘부도’부터 선언하는 건 순서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추 지사는 그동안 채무 증가와 기금 차입, 취득세 감소, 경직성 지출 증가, 자산 대비 부채비율 등을 잇달아 제시하며 경기도 재정에 대한 경고 수위를 높여왔다. 다만 이들 지표를 종합해 어느 수준에 도달하면 ‘부도’로 판단하는지에 대한 별도의 기준은 현재까지 공개하지 않았다. 경기도 관계자는 “지사님께서는 현재 재정 상황을 부도라고 판단하고 계신다”며 “판단을 위한 구체적인 기준은 여러 지표를 비교하며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수원일보에 제보하세요여러분의 제보가 기사가 됩니다 · 신원은 끝까지 보호됩니다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