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인터뷰] '나물전도사'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90호 고화순 명인
[수원일보=엄인용 기자] '나물전도사'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90호 고화순 고사리 나물명인과 '김치전도사'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58호 이하연 김치명인이 23일 남양주 궁집(영조의 막내딸 화길옹주·국가민속문화유산)내 군산집 일대에서 봄에 나는 신선한 나물과 김치가 어우러진 요리 시연회와 비법을 소개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남양주문화원이 주최·주관하고 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사)대한민국식품명인협회가 후원한 이날 1부 행사는 권우성 남양주문화원 사무국장의 사회로 내빈소개 및 인사를 시작으로 2부 '배움의 마당' 명인의 '나물·김치 이야기 및 시연회'와 함께 '명인의 나물·김치 비법'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김치전도사'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58호 이하연 명인은 아삭아삭하고 감칠 맛이 뛰어난 '서울식 배추김치' 비법을 소개했다.
이 명인은 조선 시대 문헌 ‘규합총서’의 해물 김치 ‘셧박지(섞박지)’를 복원해 2014년 대한민국식품명인 제58호로 지정됐으며, 11월 22일이 ‘김치의 날’로 제정되는데 크게 일조한 주인공이다. 그는 ‘별별김치’ 책의 저자이며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상과 대통령 표창 등을 수상했다.
또한 '나물전도사'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90호 고화순 명인은 우리 전통방식 그대로 '황기육수를 이용한 고사리볶음', '음나무순무침', '방품나물무침' 등 전통 음식에 담긴 삶의 지혜를 배우는 자리를 마련해 이목을 집중 시켰다.
이날 행사는 지역 문화유산인 궁집(영조의 막내딸 화길옹주·국가민속문화유산)의 공간적 의미를 살려 전통 식문화의 가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시민들의 인문학적 소양을 함양하기 위해 마련했다는데 의미가 깊다.
3부 토크콘서트에서는 '김치와 나물'에서 시작되는 정혜경(호서대 명예교수)교수의 K-FOOD 이야기와 이하연 김치명인이 직접 노래한 '김치가락'과 고화순 명인이 부른 '나물가락'의 판소리가 펼쳐져 참여자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어 열린 4부 '화합의 마당'에서는 소감 나눔 및 Q&A 등으로 분위기를 더 한층 고조시켰다.
특히 소감 나눔시간에는 한 시민이 국내에 법정기념일로 '김치의 날'이 있듯이 나물명인이 훈장도 받고 관내에 중소기업을 운영해 지역경제도 활성화시키고 건강식으로 널리 보급하는 차원에서 '나물의 날'도 제정하는 방안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나물전도사'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90호 고화순 명인의 나물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 일답.
- 나물을 하게 된 계기와 매력은.
"저는 경북 울진 산골에서 자라며 자연스럽게 나물을 접했습니다. 어릴 때 외할머니, 어머니를 따라 산에 올라 고사리, 음나무순, 취나물 같은 산나물을 캐며 자랐습니다. 또 어머니께서는 나물을 마을마다 다니며 수집해 5일 장에 팔기도 하였는데, 결혼하고 제가 직장을 다니면서 어머니 나물을 팔아드리려고 시작하게 되면서 명인까지 됐습니다.
나물은 산과 들의 자연의 맛을 그대로 담고 있고, 또 식이섬유와 비타민, 무기질이 풍부하고 몸을 보호하는 항산화 성분인 파이토케미컬이 많은 자연 건강음식입니다. 그리고 비빔밥처럼 여러 나물이 어우러져 조화와 화합을 상징하는 문화의 음식입니다. 그래서 저는 '나물'은 자연의 맛 건강음식, 문화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 오늘 영조임금께서 하사하신 궁집에서 우리 전통 음식인 나물을 선보였는데.
"조선시대 화길옹주도 봄이 오면 산과 들에서 채취한 나물을 먹고 살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오늘 이 궁집에서 선보이는 나물 한 상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우리 선조들의 삶과 정신이 담긴 이야기입니다. 저는 오늘 봄나물 3가지를 가지고 나왔습니다. 방풍나물은 바람을 막아준다고 하여 몸을 지키는 나물이고, 봄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음나무순은 기운을 깨우는 나물이며, 산에서 나는 소고기라 불리는 고사리는 우리 민족의 삶을 이어온 나물입니다. 이 세가지 나물이 모여 오늘의 한상이 완성됩니다."
- 첫 번째 방풍나물 요리는?
"이 방풍나물은 조선 시대 허균의 '도문대작'에도 기록된 나물입니다. 이름 그대로 ‘방풍’, 바람을 막아 준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 나물은 한 번 드시면 입안에 향이 3일은 남는다고 할 만큼 향이 깊습니다. 옛사람들은 이 향이 몸속의 나쁜 기운을 몰아내고, 몸을 지켜준다고 여겨 봄철에 꼭 먹는 귀한 나물로 삼았습니다."
- 두 번째 음나무순은?
"음나무순은 고깔과 가시를 제거하고 끓는물에 1분간 데쳐서 냉수에 헹군다음 꼭짭니다. 음나무순은 산의 쌉싸름한 맛과 된장발효의 깊은 맛, 고추장의 매콤한 맛, 마늘의 알싸한 맛, 매실청의 산뜻한 단맛, 멸치다시마 육수의 바다감칠 맛, 참기름 참깨의 고소한 맛이 어우러져 산, 들, 바다의 어우러진 감칠 맛의 풍미를 냅니다. 음나무순은 가시가 많은 나무인데, 옛 선조들은 이 가시가 귀신을 쫓는 힘이 있다고 믿어 집 대문이나 마당에 심어 두기도 했습니다."
- 세 번째 고사리 나물은?
"고사리로 제가 명인 품목으로 지정을 받았습니다. 고사리볶음 요리에 여름에 땀이 많이나는 우리 몸의 기를 보하기 위해 황기육수를 넣은 비법으로 요리하겠습니다.
멸치 내장과 머리를 제거한 40g과 다시마 50g 대파 흰쪽 100g을 준비하고 물2리터를 붓고 끓입니다. 끓고 10분을 더 끓인 다음 식혀 둡니다. 오늘은 야외인 관계로 설명만 드립니다. 황기는 25g에 물 1리터를 붓고 30분간 끓입니다. 불린 고사리 300g을 기준으로 분량의 양념을 넣고 볶습니다.
고사리는 식용유를 먼저 넣고 30초간 볶습니다. 볶는 이유는 고사리가 섬유질이 많아서 줄기가 수분이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식용유로 코팅을 해줍니다.
그런 다음 국간장, 진간장, 마늘과 파를 넣고 파와 마늘이 익을 때까지 2분정도 볶습니다. 그다음 멸치육수와 황기육수를 넣고 멸치육수는 들깨가루를 혼합하기 위해 50g정도 남겨놓고 붓습니다. 뚜껑을 덮고 15분 정도 중불에서 뜸을 들입니다. 이 때가 중요합니다. 서서히 뜸을 들일 때 고사리의 깊이 맛이 스며듭니다. 이어 들깨가루를 넣고, 들기름, 참기름 순서로 넣고 불을 끄고 참깨를 뿌립니다."
- '조물조물 나물이야기'책도 펴냈지요?
"예, 실례로 우리 선조들은 간두령, 팔두령 같은 청동기 유물과 도자기, 수막새에도 고사리 문양을 새겨 넣었습니다. 이는 고사리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생명력과 번성을 상징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중국 고사에 나오는 백이와 숙제는 세속을 버리고 고사리를 먹으며 충절, 절개를 지킨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은나라가 주나라에 멸망 했을 때 백이와 숙제는 주나라의 녹봉을 받지 않겠다고 수양산에 들어가 고사리를 캐서 먹고 살았는데 고사리마저 주나라 것이라고 먹지말라고 해서 굶어 죽었다라는 설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순종 임금이 나라 잃은 슬픔에 식음을 전폐하고 있을 때 요리사인 대령숙수가 육개장을 바치며 <육개장에 소고기는 평생 묵묵하게 밭을가는 소는 조선의 민초이며, 고추기름에는 맵고 강한 조선의 기세가, 어떤 병충해에도 이겨내는 토란대는 외세의 시련에도 굴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이며 고사리에는 들풀처럼 번지는 생명력이 담겨 있습니다>라고 해서 순종은 국물하나 남김없이 먹고 일어나 기운을 차렸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고사리는 충절 절개, 생명, 그리고 삶을 이어온 나물입니다."
- 미래세대들이 나물을 잘 먹지 않는 이유는?
"나물은 식탁에 오르기까지 다듬고 불리고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고 주부들도 맞벌이 가정이 많다보니까 가정에서 만들 기회가 줄었습니다. 또 패스트푸드 문화 때문에 조리 시간이 긴 음식이 줄어들다 보니까 접할 기회도 줄고해서 점점 사라져 가는 것 같습니다."
- 음식점에서 나물을 공짜 반찬으로 보는 인식은?
"한국에서는 나물이 밑반찬으로 나오다 보니 '공짜 반찬'이라는 인식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사실 나물은 산에서 채취하고 데치고, 말리고, 다시 조리하는 '손이 많이 가는 음식'입니다.
앞으로는 나물을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물을 하나의 요리로, 하나의 문화 음식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나물 세계화 방안은?
"어린이들에게 나물 체험 교육과 요리 다양화로 스테이크 가니시 등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서 스토리텔링으로 나물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나물 축제와 체험 프로그램을 더욱더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또 나물을 세계화 하려면 K-Food의 새로운 영역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나물을 비건 건강식으로 나물스파게피, 스테이크 가니시로 활용하고 K-NAMUL을 K-비건으로 브랜딩 하려고 합니다.
예를들어 나물을 먹으면 예뻐진다는 뜻으로 뷰티풀, 캠핑의 즐거움으로 원더풀, 부모님께 효도선물로 케어풀, 힘이생기는 나물로 파워풀, 이렇게 스토리 텔링해서 시장을 넓혀 가려고 합니다."
- 고사리나물을 복원했지요?
"100년 전부터 조상 대대로 외할머니와 어머니께 물려 받은 방법이 있어서 가능했습니다. 1450년 편찬된 '산가요록'을 비롯, 고전 조리서 내용에 따라 고사리나물을 복원했습니다.
조선 전기의 '산가요록'(1450년)과 '산림경제'(1700년), '고사신서'(1771년) 등 23종의 고문헌을 2년간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고사리 채취부터 데치기, 건조, 묵은 냄새 제거에 이르기까지 전통 제조법을 복원한 것이어서 의미가 큽니다.
특히 호박, 도라지, 가지, 박, 취나물, 곤드레 등 6종의 묵나물 전통제조 기능도 보유하고 있고, 이를 토대로 '조물조물 나물 이야기'책도 펴냈습니다."
- 명인으로서 앞으로 계획은?
"제 목표는 세 가지입니다. 한국 나물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것을 비롯해 다음 세대에게 나물 문화를 전승하는 것,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한국의 나물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것입니다. 저는 외할머니부터 딸까지 4대가 100년 넘게 '나물은 밥상에 살아 숨쉬는 자연 그대로의 음식이다'라는 철학을 갖고 나물인생으로 살아오면서 앞으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로 나물의 음식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고 싶습니다.
따라서 우리 민족의 나물 문화를 세계 유네스코 무형문화재로 등재시켜 우리만의 먹거리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한국의 식문화로 자리매김 하길 소망합니다."
한편 고화순 명인은 철탑산업훈장을 비롯해 대한민국 식품명이 고용노동부 기능 한국인, 농림축산식품부장관 표창 등 다수의 상을 받았다.